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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올림

바우 올림

: 황대권의 신앙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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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413g | 153*224*20mm
ISBN13 9788972207207
ISBN10 897220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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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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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그토록 믿었던 자기 자신을 배반했을 때의 심정을 이해하시겠는지요? 결국 그때부터 믿을 수 없는 자신을 버리고 절대적인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철 소년의 순교는 저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다가 결국은 옥졸의 손에 목 졸려 죽은 그분을 영원한 사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께서 한 사람의 혈기왕성한 무신론자를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로 이끄시는 교묘한 과정은 참으로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신비 속에서 저를 이끄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저를 어떻게 쓰시려고 이런 외진 곳에 처박아 두었을까요. 오늘 순교 성인들의 통공을 가슴 깊이 느끼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의도를 헤아려 봅니다. - 믿음의 시작 중에서

두 달간 잠시 피정 다녀오느라 소식 전하지 못했습니다.(소 내에서 벌인 정치적 난동 사건으로 두 달 동안 징벌방에 갇혀 있었음) 걱정하셨을 줄 압니다. 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평화롭습니다. -중략 - 귀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밖에서 작업하고 공부하고 할 때는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방안에 갇힌 채로 아무것도 없이 맨 몸뚱이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인간의 본능이 꾸역꾸역 기어 나옵니다. 마구 먹고 싶고, 삿된 생각들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고, 잊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의 누구 하나 제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소외감에 떨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는 몸속 깊숙이 숨어 있던 본성들이 삶의 고리가 툭 하고 끊어지자 마구 뛰쳐나오는 것이었습니다. - 징벌방 피정 중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주기도문으로 시작되는 아침기도와 함께 기막힌 구절들이 줄줄이 꿰어 있는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습관처럼 외우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적어도 아침나절까지는 그러한 기분이 지속됩니다. 하지만 낮이 되어 교도소 특유의 강제된 상황 속에서 언짢은 일들과 부딪히게 되면 어느새 ‘평화의 기도’는 십만 팔천 리 달아나 버립니다. 실컷 제 분에 겨워 행동하고는 “상대방과 나는 정치적으로 보아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치 못합니다.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위선과 기만에 찬 무리들을 무섭게 질타하셨으면서도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던 지독한 모순 덩어리인 예수님을.
이 모순, 이 이율배반의 근원은 무엇일까? 흐려졌던 물이 맑아지길 가만히 기다립니다. 결국은 기도할 때마다 되뇌던 ‘사랑’임을 알게 됩니다. 사랑을 떠나서는 남을 욕할 수도 탓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사랑도 없이 그런 일을 한다면 그는 이미 악마와 한쪽 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사랑을 떠나서는 남을 욕할 수도 탓할 수도 없다 중에서

옛 편지들을 꺼내어 이것저것 읽으면서 그동안 자매님으로부터 참으로 많은 은혜를 입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처음 받아 읽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 편지들은 어떻게 보면 자매님의 구체적인 사랑과 신앙의 표현인데 이것을 그냥 봉투 안에 넣어 깊숙이 처박아 두기보다는 한데 묶어 곁에 놔두고 심심할 때 한번 씩 들춰 보면 새로운 힘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알맹이만 다 빼어 풀칠해서 묶고 장정을 하니 예쁜 책자가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자매님께 편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겨울 교무과 난롯가에서 맞닥트렸을 때였습니다. 그때 들여다본 자매님의 눈이 너무도 선하시고 또 진지해 보여서 ‘이분이라면 신앙적으로 좋은 자문역이 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그 이후 대철 베드로가 이곳 안동 담 안에서 대과 없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매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매님을 제 신앙생활의 거울로 생각했으니까요. - 내 신앙생활의 거울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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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열한 내면의 탐구를 접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감옥이라는 아주 특별한 조건이 아니고서는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심오한 묵상과 사색과 실천으로부터 길어 올린 황대권의 신앙의 언어들은 옥뜰의 야생초처럼 처연히 아름답고, 깊은 우물에서 갓 길어 올린 생수와도 같이 힘 있고 정갈하다. 기도하는 자세로 한 장 또 한 장 편지를 넘기며 밤 깊은 줄을 몰랐다.
-한명숙 (국회의원, 전 국무총리), 박성준(성공회대 교수)

누구나 겪으면서도 무심히 흘려보낼 일을 소중히 여기며 관조하는 황대권 님. 님의 편지는 절망이자 희망이었습니다. 다 허물어진 돌담 틈에서 예쁘게 피어난 봉숭아를 본 기분입니다.
-고두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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