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인가!?”
탁! 하고 아버지가 탁자 위에 양손을 짚고서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두 눈이 기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아뇨, 저기, 선생은 아닙니다.”
“음? 그럼 사무직이나 잡역부인가?”
“그쪽도 아닙니다.”
“그럼, 교사도 아니고 사무직이나 잡역부도 아니라면.”
“아르바이트로 ‘급식 아저씨’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두 어깨가 부르르 흔들렸다. 옆에서 보기에도 급속도로 눈의 반짝거림이 사라져 가는 게 느껴진다. 쉰네 살의 남자가 아르바이트 생활이라. 아버지가 느끼고 있는 환멸이나 경멸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 p.28
“아버지 그나저나 어쩐 일이에요, 갑자기 찾아오고.”
“오늘 기요시 만났지?”
“네. 만났어요.”
“그럼 알겠구나.”
“뭐, 대충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거 이야기를 하러 왔을 테지만 이토 씨와 맞닥뜨린 이상, 아버지도 단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되었다.”
아버지는 남은 보리차를 주욱 다 들이켰다.
“자, 잠깐만요, 그렇게 되었다니요.”
“당분간 여기서 살련다. 좁은 집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갑자기 눌러 살리라고는. 역시나 유기견과는 다르다. 당했다. --- p.30
“그러니까,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아야의 아버지도, 지금처럼 계속 건강하게 옆에 있지는 않는다는 것. 반드시 끝은 찾아오고, 그것은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몰라.”
겨우 이야기의 맥락이 보였다.
“음, 그러니까, 아버지에게 다정하게, 라는 말?”
“그게 아니라……. 체념해 주면, 이랄지. 용서해 주는 게 어때.”
“용서라.”
“그러는 편이 아야의 마음도 평온해진다고 할까.”
“용서라…….”
두 번을 반복해 중얼거려 봤지만 그 단어가 단번에 머리에 내려앉지 않는다. 입을 다물어 버린 나를 간마니와 씨가 빙그레 웃으며 보고 있다. --- p..91~92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그들의 포근한 식탁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에게 있어 그것은 영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먼 지평선에 존재하는 정경이겠지. 왜냐하면 아버지에게는 ‘집’이 없으니까. 물론 돌아가야 할 ‘장소’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오후 도서관의 할아버지들처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에 있으면서 나는 겨우 오전 중의 편의점 순회부터 이어진 아버지 행동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돌아다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아버지의 그 기분을 느꼈다.
밤이 깊어져 간다. 활짝 열어 놓은 창으로 식기가 맞닿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아직도 앉아 있다. 아버지를 보고 있는 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 p.139~140
“……엄마, 정말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그건 무슨 의미냐.”
“어째-서 하필 아버지였을까…….”
“끝까지 무례하구나, 너희들은. 이래 봬도 젊은 시절에는 인기 있었다.”
“그럼 아버지는 할 수 없이 결혼했다? 엄마와.”
“뭐, 그렇게 되려나.”
그리고 아버지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해.”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듯이 천장이 ‘삐걱’ 하고 울었다. --- p.255
“……나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러고 나서 나를 쳐다보며 힘주어 웃었다.
똑, 비 한 방울이 얼굴에 닿는다. 뒤이어 두 방울, 세 방울.
비가 내려 주어 다행이었다. 이토 씨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눈물은 분명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토 씨가 톡 하고 내 머리를 가볍게 친다. 나는 한 번 끄덕이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옆 수납장에서 싸구려 비닐우산을 하나 끄집어낸다. 단단히 꽉 쥐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전봇대 끝쯤에서 비를 맞아 이미 젖기 시작한 아버지의 등이 보인다.
나는 머지않아 아버지를 따라잡겠지. 그리고 우산을 건넬 테지. 그때 내밀 말에,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거야. 빗발이 점점 강해진다. 나는 계속해서 달린다. 아버지의 등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 p.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