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적 단상 : 과제, 자리, 구속사적-구원론적 관점
기독론(基督論, Christologia)은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대상으로 삼고 그의 인격과 사역을 주제로 다룬다. 인격(persona)은 신인양성(神人兩性)의 위격적 연합(unio hypostatica)을, 사역(officium)은 그가 그 인격 가운데 행하신 일 곧 위격적 사역(opera hypostatica)을 칭한다. 주님은 자신의 일을 비하(卑下, humiliatio)와 승귀(昇貴, exaltatio)의 이중적 상태(duplex status) 가운데 이루셨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신 대속의 의(iustitia redemptionis)는 당하신 순종(obedientia passiva)과 행하신 순종(obedientia activa)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그 의는 성도 자신뿐만 아니라 성도의 행위도 의롭다고 여김을 받게 하는 대속(代贖)의 공로가 있다. 그 공로의 가치-곧 의의 전가가치(轉嫁價値)-를 다루는 것이 속죄론이다. 이와 같이 기독론은 중보자 그리스도의 인격, 사역, 속죄론의 세 부분으로 논의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개혁신학자들은 이러한 세 부분을 다루기에 앞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세 전 구원협약(救援協約)-이는 구속언약(pactum salutis)이라고 불린다-과 그것의 역사적 성취 경륜(經綸)으로서 언약(foedus, pactum, testamentum)을 먼저 언급한다. 구원협약은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구속주를 성자로, 구속방식을 대속으로, 구속백성을 선택된 자들로 협약하신 영원한 작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영원한 구원협약에 따라서, 타락 전 아담과 체결된 행위언약과 타락 후 믿음의 조상들과 체결된 은혜언약이 새언약으로 모두 성취되었다. "새언약의 중보자"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다(히 9:15; 12:24). 이 부분이 기독론의 서론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그것이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필연성과 필요성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독론은 구원협약, 언약, 그리스도의 인격, 사역, 속죄론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가르침의 순서(ordo docendi)의 효시(嚆矢)를 보여주는 대작(opus magnum)이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칼빈(John Calvin, 1509-1564)의 『기독교 강요』이다. 본서는 창조-타락-중보자의 필연성-율법과 복음, 구약과 신약-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속죄론(그리스도의 공로)-구원론-교회론의 순서로 전개된다. 주목할 것은 2권 6장에서 마지막 17장까지 계속되는 기독론 부분의 순서이다. 먼저 6장에서는 중보자의 필연성을 다룬다.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협약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7장에서 11장까지는 율법과 복음, 구약과 신약에 대해서 다룬다. 이는 언약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칼빈은 율법과 복음, 구약과 신약의 경륜은 서로 다르나 실체는 그리스도로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하나의 원칙과 같이 천명한다. 12장에서 14장까지는 참 하나님이시자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인격을 논하고, 15장과 16장은 그리스도의 삼중직과 비하와 승귀의 상태 가운데서의 사역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17장에서는 그리스도의 의의 가치가 성도의 죄에 대한 대리적 무름(satisfactio vicaria)에 있음을 강조하는데, 이는 속죄론에 해당한다.
이렇듯 기독론은 이 땅에 사람의 아들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 신인양성의 위격적 연합 가운데 비하와 승귀 상태에서 당하신 순종과 행하신 순종 그리고 그 순종의 가치를 다루는 조직신학의 한 분과라고 말할 수 있다.
기독론은 신론(神論)에 터 잡고 있다. 왜냐하면 위격적 연합의 주체가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 제2위 로고스 하나님이시고, 그것이 삼위 하나님의 협약에 의해서 영원히 작정되었기 때문이다.
기독론은 인간론(人間論)으로부터 그 필연성이 예기된다. 하나님은 뜻하신즉 이루신다.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그 완성-영생-을 뜻하신다. 그런데 사람은 타락하여 사망의 죄책에 속하고 전적으로 부패하고, 전적으로 무능하여 스스로 그 자리에 이를 수 없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채로 사람의 아들이 되셔서, 인성에 따라서는 죽으시고 신성에 따라서는 죽음을 이기고자 하셨다.
기독론은 구원론(救援論)에서 지향되며 확정된다. 구원론은 보혜사 성령의 임재로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를 다룬다. 그러므로 성령론이라고도 부른다. 구원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믿는 믿음의 도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스도의 의는 구원서정(ordo salutis) 전체 과정에서 역사한다. 오직 은혜, 전적 은혜로 말미암은 구원의 역사(役事)는 그리스도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대속의 의를 확정한다.
기독론은 교회론(敎會論)의 본질과 당위를 제시한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caput)로 삼는 지체들의 연합체(societas membrorum)로서, 날마다 그에게로 자라가는 유무형(有無形)의 터(處)를 제공한다.
기독론의 마지막 열매는 종말론(終末論)을 이룬다. 종말론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그에 따른 성도의 부활과 최후의 심판에 있다. 이 모든 과정에 그리스도의 대속의 의가 작용한다.
---「제1장 기독론의 대상과 주제 그리고 방법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