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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안녕, 언젠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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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428g | 131*187*20mm
ISBN13 9788973819164
ISBN10 89738191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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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카는 자신이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었다. 어떻게 이토록 필사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인생에 휘둘려 살아온 것을 이따금 후회하기도 했다. 성공한 지금도, 도무지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순풍에 돛 단 인생을 살면서 무엇 하나 불만스러웠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늘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듯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 구멍은 해가 갈수록 커졌다. 그 원인은 잃어버린, 그리고 지워 없애려 한 청춘의 한때, 그 소중했던 날들의 기억의 잔재 때문임을 지금 깨달았다.
--- p.174

약속한 8시 30분이 될 때까지, 유타카는 거의 심장이 마비될 것 같은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서머셋 몸 스위트의 침대에 누워 천장의 희미한 얼룩을 응시하면서, 이 기이한 만남이랄지 장난 같은 운명에 가슴 설레어 했던 것이다. 설렘 따위, 솔직히 말해 지난 25년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다. 그런 감정은 토우코와 헤어지던 날 함께 버렸다.
따라서 자신 속에 아직 무언가에 대해 설레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데 놀라고, 또 흥분했다. 쉰을 넘기고 예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마치 젊은 사람처럼 가슴 뛰는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엄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렇게 나타난 우연한 해후는 신의 장난이라고밖에 여길 수 없다. 아니, 우연이야말로 언제든 인생에 의미의 빛을 던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우연이란 미리 예정된 일을 의미했다.
--- pp.194~195

“지금 무슨 생각해?”
토우코가 유타카에게 뺨을 밀어붙이며 물었다. 유타카가 토우코의 귓가에 속삭였다.
“죽어도, 당신을 못 잊지 않을까 생각했어.”
토우코는 유타카에게 팔을 두른 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유타카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눈부신 태양 빛과 함께 자신이 그곳에 비친다는 것이 기뻤다. 화상이라도 입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은 뜨거웠다. 그 열정 속에서만, 두 사람은 강하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토우코는 확실하게 고했다.
“미래의 일은 생각하지 마. 우리에겐 지금밖에 없으니까.”
--- pp.246~24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75년 태국 방콕. 일본 항공사 이스턴 에어라인의 방콕 주재소 홍보부 직원 히가시가이토 유타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있을 자신의 결혼식을 발표하기 위해 한 술집에 자리를 마련한다. 그런데 그날 같은 술집 스탠드에 앉아 유타카를 유심히 쳐다보던 토우코라는 여성이 며칠 후 유타카의 아파트를 방문하고 얼떨결에 문을 열어준 유타카는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토우코의 유혹에 넘어가 관계를 맺게 된다. 그저 잠깐 즐기겠다는 생각에 토우코와 불장난 같은 사랑을 시작해 토우코가 묵고 있는 오리엔탈 방콕 호텔 서머셋 몸 스위트룸에서 살다시피 한 유타카는, 어느새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점점 결혼식은 가까워지고, 사회적인 성공과 명예, 화목한 가정이 보장된 ‘미츠코’와의 결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타카는 일본으로 떠나는 토우코를 붙잡지 않고, 같은 날 태국으로 들어온 미츠코를 맞이한다.
그로부터 25년 뒤, 현명하고 순종적인 아내 미츠코와의 사이에 장성한 두 아들을 두고 평탄한 가정생활을 하던 유타카는 이스턴 에어라인의 전무로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리엔탈 방콕 호텔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토우코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음을 확인하지만, 2박 3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유타카는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4년 뒤,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편지를 받게 되고, 다시 한 번 방콕행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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