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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7 제5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홀리 가든

홀리 가든

[ 양장 ]
리뷰 총점7.5 리뷰 9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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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464g | 136*196*30mm
ISBN13 9788973819171
ISBN10 897381917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홍차 잔
2, 한낮의 전철
3, 피크닉
4, 돌부리
5, 탬버린
6, 생각하지 않는 연습
7, 기억
8, 완두콩밥
9, 천사
10, 전원
11, 사랑의 복숭아
12, 밤의 전철
13, 카스테라의 밤
14, 공주님 놀이
15, 금기
16, 양호실
17, 포르노보다 위험한 것
18, 하루란 무엇인가
19, 싸움
20, 초겨울의 드라이브
21, 생각하는 연습
22, 거스러미
23, 밤길
24, 다시, 홍차 잔

작가 후기
해설 _ 사이토 에이지
역자 후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시즈에는 아주 오래전, 울면서 얼굴을 묻었던 엄마 가슴의 냄새가 떠올라 미소 지었다. 시즈에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지만 아주 가끔?낮에 가호랑 싸워서 밤이 되면 훌쩍훌쩍 울곤 했다. 어린 마음에, 가호처럼 그 자리에서 우는 성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가호는 금방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금방 울음을 터뜨려(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까지 끌어들여 위로를 받으며 훌쩍거리고는) 한바탕 울고 나면 후련해했다. 시즈에는 늘 울 때를 놓치고 종일을 씁쓸하고 어중간한 기분으로 지냈다. 흐르지 못한 눈물이 가슴 가득 맺혀 시즈에를 압박했다.
밤이 되어 훌쩍훌쩍 울면 엄마는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이유는 너무도 멀고 작게 말라버려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생각하려 하면 감정이 뒤엉켰다. 그때 하얗고 포근했던 엄마의 품. 눈물로 얼룩진 볼이 좍 빨려 들 듯했다.
시즈에의 엄마는 시즈에처럼 마른 체형인데 울면서 파고들었던 엄마의 가슴이 기억 속에서는 의외로 풍만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과는 조금 다른 그 기억에 시즈에는 기묘함을 느낀다. 사람은 그렇게 어렸을 적 기억마저 자기 편할 대로 왜곡하는가 하고 생각하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듬직하고,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안심이 되는 묘한 기분이 든다.
--- pp.99~100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비스킷 깡통을 열게 될 것이다. 뻔하다. 과거가 현재를 야금야금 파먹어, 또 날을 새우리라. 그다지 불행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러기 위한 에너지와 아픔을 생각하면 가호는 겁이 난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자신을 현재에 붙잡아주었으면 싶었다.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이든, 그 옆 사람이든, 그 옆의 옆 사람이든.
--- p.179

“아무 조건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해. 내가 모르는 고장에서 태어나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살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세리자와를 좋아해, 난. 지금의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상상할 수 없고, 지금의 내가 아닌 나를 상상할 수 없으니까. 연애라는 거, 뭐랄까 천문학적인 우연으로 성립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뭐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예를 들어 좀 더 일찍 만났다든가 세리자와가 독신이라든가, 그랬으면 모든 게 달라졌을 거 아냐?”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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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상처투성인 하루를 사랑하는 법

“정말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정말 외톨이라 생각하고,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호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이는 닦아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한다.”

5년 전에 끝난 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호는 이사를 할 때마다 비스킷 깡통과 머스캣 상자를 가지고 다닌다. 한쪽에는 자신의 웃는 얼굴이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이 잔뜩, 다른 한쪽에는 차마 깨뜨리지 못한 파란 장미 무늬 홍차 잔이 들어 있다. 모두 틈만 나면 가호를 괴롭히는 과거의 파편들이다. 아내와 19살짜리 딸이 있는 남자와 원거리 연애를 하는 시즈에는 그의 충고에 따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아침을 꼭 챙겨 먹고, 학교를 쉬는 날에도 수영은 꼭 간다. 그 사람과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나면, 혹은 자신이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나면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 서로의 과거를 지켜봤고, 현재를 보고 있는 가호와 시즈에는, 때로는 서로의 변화에, 때로는 변하지 않음에 놀라기도 하고 지긋지긋해하기도 한다. 잘 알기 때문에 물을 수 없는 것들로 고민하고, 잘 알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말들로 괴로워하면서, 둘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독자들은, 누군가의 앞에서는 태연한 얼굴을 하지만, 혼자가 되고 나면 온몸으로 슬퍼하고, 절망하고, 또 이겨내는 가호와 시즈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하루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_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화법이 지닌 리얼리티

“자신이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야.”
언젠가, 너무도 괴로워 그렇게 말했다. 절반은 진심이었다. 모든 것이 착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즈에는 잠시 침묵하고서 매정하게 이렇게 말했다.
“괜한 억지 부리지 마.”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국내 일본 문학 열풍을 주도해온 에쿠니 가오리는 단아하고 청아한 문체와 절제된 화법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많은 독자를 확보해왔다. 특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고 여겨질 만한 사람들을 색다른 삶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그리면서 그 속에 우리들이 무심히 지나칠 만한 일상의 풍경들을 담아내는 점이 돋보인다. 이런 작법은, 전체 줄거리가 아닌 문장 곳곳에 리얼리티가 담겨 있기 때문에 독자 개개인의 경험과 공명한다. 즉, 5년 전의 사랑에 집착하는 가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형태는 다를지라도 가호의 ‘비스킷 깡통’ 같은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갖고 있을 것이고, 유부남과 연애하는 시즈에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단순히 사랑하기 때문에 시즈에가 억지로 아침을 먹는 것 같은 일들을 해봤을 것이란 점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한 에쿠니 가오리는 큰 사건이나 클라이맥스 없이 캐릭터나 주변 묘사만으로 짜임새 있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홀리 가든』 역시 가호와 시즈에를 비롯해 ‘나카노’, ‘코끼리 다리’, ‘교코’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여러 에피소드들 속에 잘 나타나 있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누구에게, 어떤 에피소드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읽게 된다는 것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지닌 매력이다.

_과거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18년 전에 이 모자이크를 만들었던 나와 지금의 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가호는 묘한 안도감이 가슴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시즈에나 나카노나, 그리고 쓰쿠이마저 그런 가호에게서 고루 먼 위치에 있다. 고루 멀고, 그러나 너무 멀지 않은 위치.”

떠나려는 나카노를 붙잡고 만 가호는 초등학교를 찾아간다. 그리고 18년 전 졸업 작품으로 자신이 만든 모자이크를 보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조금은 어리둥절한 채로 시간의 흐름과 하루를 파고드는 사랑이란 감정에 휩쓸리던 가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렇게 해소한다. 모든 것이 변해도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혹은 그들)와 나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리고 가호는 차마 깨뜨리지 못하고 상자 속에 담아두었던 파란 장미 무늬 홍차 잔을 새로운 사람, 나카노에게 내민다. 어떤 옷을 입고 있든 그 옷을 벗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몸일 뿐인 것처럼, 추억이라는 이름을 벗고 나면 남는 것은 흔하고 평범한 보통 물건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홍차 잔을 깨뜨리거나 계속 봉인해두지 않는 가호의 모습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정으로 그려낸다. ‘과거’를 없던 일로 하거나, 잊어버리려 애쓰지 않고 그저 그대로 시간을 지나와 현재를 맞는 가호를 보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잊지 않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회원리뷰 (95건) 리뷰 총점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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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 그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구*바 | 2007.10.14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홀리 가든'  ホ;
리뷰제목

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
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
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
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홀리 가든'  ホリ-·ガ-デン

표지도, 제목도, 어색한 타이포도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의 결합만으로도 무조건- 이니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의 아쉬움과 떨떠름함을 한 번에 날려준 작품.
이유는 시간에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2005년작,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건 2006년.
1994년 작, <홀리가든>은 이제서야 번역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도 변해간다.
그녀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예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던 일도 시간과 함께 무덤덤해진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사랑, 사람, 그리고 관계의 문제.
이들을 그려내는 문체는 시간과 함께 담담해진다.
하지만, 못된 독자는 그녀에게 담담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13년 전 작품인 <홀리가든>,
전혀 담담하지 않은 그녀가 오롯이 드러나 읽는 내내 가슴이 조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웨하스 의자>가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는 주인공들,
그 때문에 3배쯤 깊이 몰입해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후로 오랜만이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풍요롭게 녹아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들을 마음에 콕콕 박히게 묘사하는 매력.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입속의 모래알 같은.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h*****y | 2007.10.27 | 추천8 | 댓글1 리뷰제목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세밀한 도구와 장면들에 집중해버린 나머지 내용 이해하기 조차가 너무 힘들다.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건지 마음에 와닿지를 않으니....   공감할 수 없는 고집과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성, 아집, 이런 것들이 내용 이해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사실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
리뷰제목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세밀한 도구와 장면들에 집중해버린 나머지

내용 이해하기 조차가 너무 힘들다.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건지

마음에 와닿지를 않으니....

 

공감할 수 없는 고집과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성,

아집, 이런 것들이 내용 이해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사실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을 것같지가 않다....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이정도는 아니었어도 조금씩 실망감을 주어가고 있던 차였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1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다* | 2007.10.30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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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내 독서의 성격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본래 인문학도서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의 비문학도서에 집중되어 있던 독서경향이 문학이라는 깊이있는 우주의 세계를 만나 예전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한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을 읽은 것은 이러한 내 자신의 독서의 현재위치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마지막장을 덮은 후 생각했다. 내가 이런 소설까지 읽을 줄이야, 라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두 여인의 연애담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소소한 일상 안에서 뛰어나게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고백은 13년 전에 출간된 『홀리 가든』의 존재감을 정갈하게 정의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 가호와 시즈에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여인의 한 남자에 대한 각각의 사랑은 과거와 현재라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 구속되어 있다는 상이함이 있으나, 현재적 시간대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박수받을 수 없는 어두운 사랑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는다. 가호의 사랑은 5년 전 헤어진 스쿠이라는 존재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을 만큼 과거적이다. 이에 비해 시즈에의 사랑은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매일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현재적인 사랑에 묶여있다. 하지만 가호의 사랑이 이미 종결된 5년 전의 실연의 그리움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시즈에의 사랑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면에서 위험한 사랑이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이러한 두 친구의 사랑의 동질성은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의 끈을 형성한다. 아주 작은 것을 서로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지만, 어떨 때는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심을 갖기도 하며, 미묘한 긴장과 견제의 심리가 은근하게 발동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긴장감은 두 여인의 웅숭깊은 우정의 특질을 역설적으로 수식하는 장치에 불과할 뿐, 종국에는 서로의 믿음의 승리로 귀결된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방향을 보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라는 멋진 말이 있다. 사랑을 그저 마주보는 차원에 국한시키는 연인들이 많다. 사랑이 한 인간에 구속된 개념이 아니라 우주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절대적 선한 가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만 마주보는 것은 둘 이외의 다른 객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수많은 환경의 어려움 가운데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가는 사랑은 사랑의 주체인 둘 이외에도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들 자신이 그 우주 안에 오롯이 속해있음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안정적이고, 크고, 깊이 있는 사랑이 가능하며, 많은 사랑의 주체들이 후자의 사랑의 정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호의 사랑은 지극히 과거에 얽매여있어 자신의 현재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며, 시즈에의 사랑은 서로 마주보기만 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며 인내하는 가호에 대한 나카노의 사랑의 방향이 인상적이다. 가호의 과거를 알면서도, 더욱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한방향을 추구하는 나카노의 친절하고 소박한 사랑이 왠지 굵고 깊게 느껴진다.

 

  소외된 사랑의 예를 두 친구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섬세한 필치로 그려넣은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은 분명 내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은 충분히 흥분되는 법. 보다 다양한 독서의 세계를 위한 내 자신의 넓이를 넓힐 것인가, 아님 내 머리와 가슴이 원하는 독서만을 찾을 것인가, 에 대한 외로운 토론의 물결은 당분간 내 머리속에서 일렁일 것 같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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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가호와 시즈에의 불완전한 사랑이 이제는 서서히 옅어지겠지.. 나도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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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s****y | 2016.10.08
평점5점
재밌게 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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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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