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10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7쪽 | 464g | 136*196*30mm |
ISBN13 | 9788973819171 |
ISBN10 | 8973819178 |
발행일 | 2007년 10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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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7쪽 | 464g | 136*196*30mm |
ISBN13 | 9788973819171 |
ISBN10 | 8973819178 |
1, 홍차 잔 2, 한낮의 전철 3, 피크닉 4, 돌부리 5, 탬버린 6, 생각하지 않는 연습 7, 기억 8, 완두콩밥 9, 천사 10, 전원 11, 사랑의 복숭아 12, 밤의 전철 13, 카스테라의 밤 14, 공주님 놀이 15, 금기 16, 양호실 17, 포르노보다 위험한 것 18, 하루란 무엇인가 19, 싸움 20, 초겨울의 드라이브 21, 생각하는 연습 22, 거스러미 23, 밤길 24, 다시, 홍차 잔 작가 후기 해설 _ 사이토 에이지 역자 후기 |
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
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
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
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홀리 가든' ホリ-·ガ-デン
표지도, 제목도, 어색한 타이포도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의 결합만으로도 무조건- 이니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의 아쉬움과 떨떠름함을 한 번에 날려준 작품.
이유는 시간에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2005년작,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건 2006년.
1994년 작, <홀리가든>은 이제서야 번역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도 변해간다.
그녀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예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던 일도 시간과 함께 무덤덤해진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사랑, 사람, 그리고 관계의 문제.
이들을 그려내는 문체는 시간과 함께 담담해진다.
하지만, 못된 독자는 그녀에게 담담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13년 전 작품인 <홀리가든>,
전혀 담담하지 않은 그녀가 오롯이 드러나 읽는 내내 가슴이 조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웨하스 의자>가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는 주인공들,
그 때문에 3배쯤 깊이 몰입해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후로 오랜만이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풍요롭게 녹아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들을 마음에 콕콕 박히게 묘사하는 매력.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세밀한 도구와 장면들에 집중해버린 나머지
내용 이해하기 조차가 너무 힘들다.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건지
마음에 와닿지를 않으니....
공감할 수 없는 고집과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성,
아집, 이런 것들이 내용 이해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사실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을 것같지가 않다....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이정도는 아니었어도 조금씩 실망감을 주어가고 있던 차였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내 독서의 성격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본래 인문학도서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의 비문학도서에 집중되어 있던 독서경향이 문학이라는 깊이있는 우주의 세계를 만나 예전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한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을 읽은 것은 이러한 내 자신의 독서의 현재위치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마지막장을 덮은 후 생각했다. 내가 이런 소설까지 읽을 줄이야, 라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두 여인의 연애담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소소한 일상 안에서 뛰어나게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고백은 13년 전에 출간된 『홀리 가든』의 존재감을 정갈하게 정의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 가호와 시즈에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여인의 한 남자에 대한 각각의 사랑은 과거와 현재라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 구속되어 있다는 상이함이 있으나, 현재적 시간대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박수받을 수 없는 어두운 사랑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는다. 가호의 사랑은 5년 전 헤어진 스쿠이라는 존재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을 만큼 과거적이다. 이에 비해 시즈에의 사랑은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매일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현재적인 사랑에 묶여있다. 하지만 가호의 사랑이 이미 종결된 5년 전의 실연의 그리움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시즈에의 사랑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면에서 위험한 사랑이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이러한 두 친구의 사랑의 동질성은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의 끈을 형성한다. 아주 작은 것을 서로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지만, 어떨 때는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심을 갖기도 하며, 미묘한 긴장과 견제의 심리가 은근하게 발동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긴장감은 두 여인의 웅숭깊은 우정의 특질을 역설적으로 수식하는 장치에 불과할 뿐, 종국에는 서로의 믿음의 승리로 귀결된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방향을 보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라는 멋진 말이 있다. 사랑을 그저 마주보는 차원에 국한시키는 연인들이 많다. 사랑이 한 인간에 구속된 개념이 아니라 우주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절대적 선한 가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만 마주보는 것은 둘 이외의 다른 객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수많은 환경의 어려움 가운데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가는 사랑은 사랑의 주체인 둘 이외에도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들 자신이 그 우주 안에 오롯이 속해있음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안정적이고, 크고, 깊이 있는 사랑이 가능하며, 많은 사랑의 주체들이 후자의 사랑의 정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호의 사랑은 지극히 과거에 얽매여있어 자신의 현재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며, 시즈에의 사랑은 서로 마주보기만 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며 인내하는 가호에 대한 나카노의 사랑의 방향이 인상적이다. 가호의 과거를 알면서도, 더욱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한방향을 추구하는 나카노의 친절하고 소박한 사랑이 왠지 굵고 깊게 느껴진다.
소외된 사랑의 예를 두 친구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섬세한 필치로 그려넣은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은 분명 내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은 충분히 흥분되는 법. 보다 다양한 독서의 세계를 위한 내 자신의 넓이를 넓힐 것인가, 아님 내 머리와 가슴이 원하는 독서만을 찾을 것인가, 에 대한 외로운 토론의 물결은 당분간 내 머리속에서 일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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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