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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는 법

시대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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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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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39쪽 | 492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2449
ISBN10 898431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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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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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혹했던 시대, 비탄에 잠겨 있던 어머니가 어찌 그토록 의연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가 자식에게 전향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은 이데올로기적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중략) 학교에서 읽기 쓰기를 배울 수 없었던 만큼 ‘애국심’이나 ‘국가에 대해나 충성심’ 따위의 쓰잘 데 없는 것을 주입받지도 않았다. (중략) 그런 어머니에게 필시 근대 교육이 가져다준 지식이나 이론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근대적인 개념에 지배당하지 않는 ‘지혜’와 같은 것이 있었다. 디아스포라이자 마이너리티라는 것은 이처럼 국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나 제도의 변방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p.33~34

테데스키나 프리모 레비는 평화를 위한 증인이었다. 스스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과 굴욕의 기억을 불러내 온몸으로 미래의 평화를 위해 증언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역사의 교훈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레비의 묘에 새겨진 수인번호는 증언자를 가볍게 여기고 쉽게 과거를 잊은 채 다음 전쟁을 향해 흘러가는 사람들에 대한 영원한 경고가 아닐까. ---p.50

멀리 일본에서 배달돼온 우편물 꾸러미를 풀어보고 환히 웃고 있을 아흐마드의 모습을 상상하면 뭔가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무엇을 보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그에게 선물을 보낸다는 행위 자체가 가당찮은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장식전구로 꾸며진 거리를 걸으며 우리 부부는 심란하다. …우리 아들 아흐마드야, 산타클로스는 없단다. 어른들에게 속지 말고 리얼리스트가 되거라. ---p.104

타자의 고통이나 과거의 고난에 대한 상상력을 지니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 그런 상상력이 있다고 간단히 얘기하는 건 불성실하며 심지어 위선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방기하는 순간 시니시즘(냉소)이 개가를 울리고 참극은 반복된다. ---p.265

아버지는 두 아들의 모국유학을 누구보다 기뻐했지만 군사정권은 그 아들들을 1971년에 붙잡아 옥에 가두었다. (중략) 자식들이 재판을 받던 날 부모는 서울까지 방청하러 갔다. 거기서 아버지가 목도한 것은 심한 화상으로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은 아들의 모습이었다. 말없이 교토의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다다미를 치며 호곡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p.305

일본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할 한국에서 만약 보수강경파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일본 보수파는 환호작약할 것이다. 미·일·한의 군사적 유대가 강화되고 전쟁의 악몽은 현실감을 한층 더해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나로서도 운명이 걸린 중대한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 국적 보유자임에도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여기서도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내 운명은 한·일 양국 국민의 손에 쥐어져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두 나라 국민들은 너무나 위기감이 결여돼 있다.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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