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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필름이 남아있을 때

아직 필름이 남아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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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18g | 144*207*30mm
ISBN13 9788925512747
ISBN10 89255127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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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이 지는 배경을 살리기 위해 조리개를 11에 놓고 셔터 스피드를 늦췄다. 바디 옆의 노브를 조절해 핀트를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한 장 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필름을 감았다. 어느새 마지막 컷이었다. 그래―. 언젠간 내게도 인생의 필름을 되감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과거의 앨범을 뒤지며 후회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 기타카와는 부와 명예를 지닌 인물로 이미 사진에 대한 열정은 잃은 지 오래다. 그런 그에게 한 여자가 어머니의 영정을 찍어 달라고 의뢰한다. 그녀의 병든 어머니는 20여 년 전에 기타카와의 모델을 한 경험이 있고 그 기억 때문에 영정 사진도 그에게 찍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녀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기타카와지만,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사진을 보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그는 오랜만에 돈이 아니라 최고의 사진을 찍기 위해 집중하게 된다. 그녀의 장례식이 있던 날, 기타카와는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람의 영정을 보고 깜짝 놀란다. 사진 속의 인물은 그의 제자로, 그 영정 사진은 3년 전에 기타카와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3년 전 그때, 20년 만에 찾아온 제자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고 파인더 너머로 어색하게 웃었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제자는 젊은 시절 사진과 사랑에 실패하고 자살을 기도한 자신을 살려준 스승을 찾아와 영정 사진을 찍어간 것이었다. 그제야 그는 병든 여인이 왜 자신에게 영정을 부탁했는지 짐작한다. 기타카와는 한 부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진을 찍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여태 셔터를 눌러온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기타카와의 40대, 30대, 20대 이야기가 현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열두 장의 누드 사진 속에 숨은 사랑, 눈사태 속에서 숨지는 순간까지 셔터를 눌렀던 미녀 사진가의 집념, 제자와 거래를 해야 했던 스승의 사연, 죽어가는 소녀의 사진에서 되찾고자 했던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열정, 고향 풍경을 찍은 사진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끝내 다 보여주지 못했던 한 남자의 마음. 이 모든 것이 사진에 있었고, 그들의 사진에선 사람 냄새가 짙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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