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말해서, 새 이루카 호텔은 번창하고 있는 호텔이었다. 확실히 자본을 투자하고, 확실히 그것을 회수하고 있는 호텔인 것이다. 이러한 호텔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한번 어떤 호텔 체인의 홍보 잡지 일을 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호텔을 만들기에 앞서서, 사람들은 미리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확실하게 계산하는 법이다. 프로가 모여서 컴퓨터를 사용해서, 온갖 정보를 투입하고, 철저하게 계산을 시험한다. 심지 어 화장실 휴지의 매입 가격과 그 사용량까지도 시산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해서 삿포로 거리의 각 통로의 통행인의 숫자도 조사한다. 결혹식의 수효를 산정하기 위해, 삿포로의 적령기의 남녀의 수효도 조사해낸다.
--- p.66
춤을 추는 거요. 음악이 우리고 있는 동안은 어떻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이 말을 알아듣겠는가?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요.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요.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멎어. 한번 발이 멎으면 아미 나로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당신의 연결은 이미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거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 돼요. 아무리 싱겁기 짝이 없더라도, 그런 건 신경 쓰면 안 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대란 말이오. 그리고 굳어져 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요.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요. 최선을 다하는 거요. 두려워할 것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확실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 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야. 그래서 발이 멎어버리거든.
--- p.151
이 거대한 개미무덤 같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일을 얻는다는 것은 그다지 곤란한 작업이 아니다. 물론 그 일의 종류며 내용에 대해서 군소리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사무실을 가지고 있을 무렵 편집 일과는 곧잘 관련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자잘한 글도 내 손으로 쓰곤 했었다. 그 업계의 관계자 몇몇도 알고 있었따. 그래서 자유기고가로서 나 한 사람 몫의 생활비를 벌어 들이는 것쯤은 뭐 간단한 일이었던 것이다. 원래 나는 그다지 생활비가 들지 않는 인간인 것이다.
나는 예전의 수첩을 꺼내어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내가 할 만한 일거리는 없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사정상 얼마동안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가능하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다. 그들은 이내 몇 가지 일을 내게 제공해 주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대게는 홍보용 잡지나 기업 팸플릿의 공백을 메우는 기사를 만드는 일이다.
--- p.49
모두들 그것을 도피라고 불러. 하지만 뭐 그건 그걸로 좋아. 내 인생은 내것이고 네 인생은 네 것이야. 무엇을 구하느냐만 명백하다면, 너는 너 좋을 대로 살면 좋은 거야. 남이 뭐라고 하건 알 게 뭐야. 그런 녀석들은 왕악어에게 먹혀 죽으면 되는 거야. 나는 예전에, 너만한 나이에 그렇게 생각했었어. 지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건 어쩌면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해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해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직은 잘 모르겠어.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거든.
--- p.189
나는 전화국을 생각했다. 선이 연결돼 있다. 이 방에서 죽 어디까지 나 그 선은 연결돼 있다. 나는 원리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연결될 수가 있다. 앵커리지에라도 전화를 걸 수 있다. 돌핀 호텔에라도, 헤어진 아내에게라도 전화를 걸 수 있다.
--- p.205
나는 자주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나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꿈은 분명 그러한 계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꿈 속에서의 이루카 호텔의 모습은 일그러져 있다. 아주 길쭉한 것이다. 어찌나 길쭉한지 그것은 호텔이라기보단 지붕이 있는 긴 다리처럼 보인다. 그 다리는 태고로부터 우주의 종국에 이르기까지 길쭉하게 뻗어 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포함돼 있다. 거기엔선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호텔 그 자체가 나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그 고동 소리나 온기를 또렷이 느낄 수가 있다. 나는, 꿈속에선, 그 호텔의 일부이다. 그런 꿈이다.
--- p. 23
나는 자신의 육체 속에서 진화가 고양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복잡하게 뒤얽힌 그 거대한 자기 자신의 DNA를 초월하였다. 지구가 팽창하고, 그리고 냉각되어 오므라들었다. 동굴 속에 양이 숨어 있었다. 바다는 거대한 사념인데, 그 표면에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얼굴이 없는 사람들이 파도가 밀어닥치는 물가에 서서 앞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끝이 없는 시간이 거대한 실 덩어리가 되어 하늘에 떠 있는 게 보였다. 허무가 사람들을 삼키고, 보다 거대한 허무가 그 허무를 삼켰다. 사람들의 살이 녹아 백골이 나타나고, 그것도 티끌이 되어 바람에 날려가 버렸다. 아주 완전하게 죽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멋지다고 누군가가 말해싿. 내 살은 분해되어 날려가고, 또 하나로 응결되었다.
--- pp. 292-293
-그래서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춤을 추는 거요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고 있는 동안은 어떻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이 말을 알아 듣겠는가? 춤을 추는거야 계속 춤을 추는거요. 왜 춤을 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돼. 의미같은건 애당초 없는거요.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멎어. 한번 발이 멎으면 이미 나로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당신의 연결은 이미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 p.160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아니 그것이 외면적으로 거의 같다는 바로 그 때문에, 나느 그 가게 안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고독을 느끼게 되었다. 나 한 사람만이 완전히 국외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거리에서도, 이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나는 전혀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도쿄의 커피 하우스의 어디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나는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도쿄의 커피 하우스에서는 그렇나 치열한 고독을 느끼는 적은 없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책을 읽고, 극히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왜냐하면 그것이 특별히 이렇다 하게 깊이 생각할 것까지도 없는 일상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삿포로라는 거리에서,나는 꼭 극지의 섬에 혼자서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격렬한 고독을 느꼈다. 정경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다. 어디에나 있는 정경이다. 하지만 그 가면을 벗겨버리면, 이 지면은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장소와도 통해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닮아 있다-하지만 다르다. 마치 행성과도 같다. 언어도 복장도 표정도 모두 같지만,무엇인가 결정적으로 다른 별개의 행성-하지만 어느 기능이 통용되고 어느 기능이 통용되지 않는가는 하나하나를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하나를 실수하면, 내가 별개의 행성의 인간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들키고 만다. 모두들 일어나서 나를 손가락질하고 규탄할 것이다. 너는 다르다,라고. 너는 다르다 너는 다르다 너는 다르다. 나는 커피를 멍하니 마시면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 p 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