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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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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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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5쪽 | 46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121840
ISBN10 897012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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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계절이 문을 열고 사라지고 또 다른 계절이 또 하나의 문으로 들어온다. 사람들은 황급히 문을 열고 이봐,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있는데 깜빡 잊었어, 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 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안에는 벌써 또 하나의 다른 계절이 와 의자에 앉아서 성냥을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잊어버린 말이 있다면 내가 들어 줄게, 잘하면 전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하고 그는 말한다. 아니, 괜찮아, 별로 대수로운 건 아니야, 하고 사람들은 말한다. 바람소리만이 주위를 뒤 덮는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계절이 죽었을 뿐이다.
--- pp.161-162
나는 끔찍한 꿈을 꾸었다. 나는 커다란 검은 새가 되어 서쪽을 향해 정글 위를 날고 있었다. 나는 깊은 상처를 입어 날개에는 핏자국이 검게 엉겨 붙어 있었다. 서쪽 하늘에는 불길한 검은 구름이 하늘 가득 퍼지기 시작했고 주위에서는 어렴풋이 비 냄새가 났다. 오래간만에 꾸는 꿈이었다. 너무나 오래간만이라 그게 꿈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온몸의 끈끈한 땀을 샤워를 하며 씻어내고 나서 토스트와 사과 주스로 아침을 때웠다. 댐배와 맥주 때문에 목구멍에서는 마치 오래된 솜을 쑤셔 박아 넣은 것 같은 맛이 났다.
--- p.81
'....왜 이렇게 거대한 걸 만들었을까. 물론 모든 무덤에는 의미가 있어.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얘기라구.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하더군. 거대하다는 건 말이야. 때때로 사물의 본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 버린다구..... 산이었어...... 아니, 기분같은게 아니었다구. 마치 뭔가에 푹 감싸인 듯한 감각이었어. 그러니까 매미나 개구리, 거미나 바람,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우주를 흘러가는 거지.'
--- p.93
'....왜 이렇게 거대한 걸 만들었을까. 물론 모든 무덤에는 의미가 있어.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얘기라구.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하더군. 거대하다는 건 말이야. 때때로 사물의 본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 버린다구..... 산이었어...... 아니, 기분같은게 아니었다구. 마치 뭔가에 푹 감싸인 듯한 감각이었어. 그러니까 매미나 개구리, 거미나 바람,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우주를 흘러가는 거지.'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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