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잔아오는 큰 도롱이를 벗어버리고 발로 수십 개의 수숫대를 밟아버렸으며, 그리고 그 수수들의 시체 위에다 도롱이를 깔아놓았죠. 그는 할머니를 도롱이 위에 안아다 눕혔습니다. 할머니는 벗어버린 그의 가슴을 혼이 나간 듯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강력하고 힘이 넘치는 혈액이 그의 검은 피부 밑에서 흐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 같았죠. 수수꼭대기에는 엷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사방팔방에서 수수들이 자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람은 자고, 파도도 조용하며,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이 수수들 틈 사이에서 교차되면서 비추어들었죠. 할머니 가슴속에서는 노루가 뛰고 있었고, 십육 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간직한 정욕이 폭발하고 있었죠. 할머니는 도롱이 위에서 꿈틀거렸습니다. 위잔아오는 한 층 한 층 낮아지다가 무릎을 땅에 털썩 하더니, 할머니 옆에 꿇어앉았답니다. 할머니는 온몸을 떨었고, 누렇고 짙은 불꽃이 그녀가 누워 있는 지면에서 탁탁 튀어올랐습니다. 위잔아오가 내 할머니 옷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쏟아지는 빛이 할머니의 긴장되고 소름이 가득 돋은 유방을 비추었습니다. 그의 힘센 동작 아래 예리한 아픔과 행복감이 할머니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으며, 할머니는 낮고 쉰 소리로 “어머나”라고 말하곤 정신을 잃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생기발랄한 수수밭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인간 세상의 법규를 무시하는 두 개의 마음은 서로 유쾌하게 붙어 있는 육체보다 더욱더 긴장되었습니다. 그들은 수수밭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우리 까오미 둥베이 향촌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에 붉은색을 칠해놓았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천지의 정기를 받아 생겨났고, 고통과 광란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나귀가 드높은 소리를 지르면서 수수밭으로 기어들어왔고, 할머니는 미로 같은 천국에서 잔혹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죠.
--- pp. 134~135
그때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원앙과 봉황새처럼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답니다. 루어한 큰할아버지와 여러 일꾼들은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상한 거동에 시달려서 지력이 감퇴되었고 마음속에는 비록 수천만 가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맛이 신지 매운지 쓴지 단지 알 수가 없었으며, 뱃속에 대해 만 가지 의혹이 생겼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광경을 알 수 없었대요. 저마다 공손하게 나의 할아버지의 부하가 되어버렸죠. 할아버지의 기술혁신은 큰 성과를 이루었으니, 그때부터 까오미 둥베이 향촌에는 고급스러운 작은 술 시루가 하나둘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오줌을 누었던 술 바구니를 일꾼들은 아무렇게도 처리하지 못하고 마당 한 구석에 갖다 놓았죠. 어느 날 저녁, 날씨는 음침하고 동남풍이 급하게 불어왔을 때, 일꾼들은 원래 습관적으로 맡아오던 고량주 향기에서 갑작스럽게 더욱 순수하고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대요. 루어한 큰할아버지는 후각이 예민했는데, 그 향기를 쫓아다니다가 그처럼 절세의 향이 바로 오줌이 섞인 고량주에서 풍겨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p.267
그런데 유독 빨강둥이만은 도망가지 않았어요. 그놈은 부친이 머리를 돌려서 어머니를 돌보는 사이에 번개같이 몸을 날렸답니다. 개의 몸뚱어리가 공중에서 펼쳐지더니 은회색의 하늘빛을 빌려 개 등줄기 가운데 영웅의 아름다운 곡선이 드러났죠.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으나, 개 발톱이 아버지의 얼굴을 긁었답니다. 빨강둥이의 첫번째 공격은 헛나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양쪽 볼에는 입 크기만 한 상처가 생겼고 피가 진득하게 흘러내렸답니다. 빨강둥이가 다시 한 번 진공했을 때, 아버지는 총으로 막았지만, 빨강둥이는 두 개의 앞발로 총 탁을 누르면서 대가리로 총칼을 아래로 처지게 했으며, 아버지의 품속으로 힘껏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내 아버지는 빨강둥이의 뱃가죽에 나 있는 한줌의 하얀 털을 보았고, 그곳을 발길로 날려 걷어찼는데, 어머니가 몸을 앞으로 돌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죠. 빨강둥이는 그 기세대로 눌러왔으며, 기민하게 아버지의 사타구니를 향해 물어뜯었습니다. 어머니는 총 개머리판을 날려 빨강둥이의 단단한 두개골을 내리쳤답니다. 빨강둥이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진공을 했는데, 몸을 땅에서 석 자 높이로 올렸을 때 땅에 꼬꾸라지면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총소리가 울렸답니다. 그놈의 한쪽 눈이 터져버렸죠. 아버지와 어머니는 왼손에 그을린 지팡이를 짚고, 오른손에는 파란 연기가 나는 일본제 모제르 총을 든, 바싹 마르고 허리는 구부정하며 백발이 성성한 나의 할아버지를 보았답니다.
--- pp.387~388
선배 철판회원은 머리를 어깨로 기우뚱하고는, 더러운 옷으로 더러운 얼굴을 닦고, 코를 풀고 말했답니다.
“나는 네 누나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야! 그 여자는 이미 죽었으니 울어도 되살아나지 못해. 나는 우리들 때문에 우는 거야. 우리는 원래 이웃에서 사는 이웃사촌들이니까 언제든지 만났고, 친척이 아니면 오랜 친구였는데, 왜 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그 말이다! 나는 네 외조카인 나의 아들을 걱정하는 것이란다. 따잉즈(大銀子)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인데, 나를 따라서 철판회에 가입하고 너의 누나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하다가 복수는 못하고, 너희들 때문에 죽었단 말이다. 너희들이 총으로 그 애를 찌르자, 그 애가 무릎을 꿇고 앉은 것을 나는 직접 보았단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그 애를 찔러서 죽였어! 너희들은 양심을 개한테 먹힌 망할 놈들이야! 너희들 집에도 아들이 있지 않느냐?”
선배 철판회원의 눈물은 분노의 열화에 다 말라버렸답니다. 그는 징그럽고 공포에 찬 머리를 쳐들고,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가느다란 삼베 끈으로 두 어깨를 묶인 채,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있는 자오까오 대대의 대원을 향해 울부짖었답니다.
“개새끼들아! 너희들 재간이 있으면 어서 가서 일본 놈들과 싸워라! 어서 가서 누런 껍데기들과 싸워! 우리 철판회와 싸워서 뭘 하겠다는 거야! 이 첩자 놈들아! 외국과 내통하는 스파이들아! 진회(秦) 같은 놈들아……”
--- pp.550~551
나중에 둘째 할머니는 아주 먼 곳에서 울리는 어린 고모의 비참한 소리를 들었다. 그 여인은 힘겹게 눈을 뜨고 꿈결의 환상 같은 정경을 바라보았다. 그 젊고 아름답게 생긴 병사가 온돌 위에 서서, 칼자루에다 어린 고모를 꿰고 두어 번 흔들다가 힘껏 던져버렸다. 어린 고모는 날개가 펼쳐진 큰 새처럼 천천히 온돌 아래로 날아갔다. 그 아이의 붉은 솜옷은 햇살 아래 펼쳐지면서 길어졌고, 가볍고 매끄러운 비단처럼 방 안에서 파도를 이루었다. 어린 고모는 날아가던 도중에 팔이 축 처졌고, 머리는 고슴도치처럼 곤두세워졌다. 총을 들고 있는 젊은 일본 병사의 눈에 파란색의 눈물이 어려 있었다.
둘째 할머니는 모든 힘을 다 그러모아서 고함을 질렀다. 그 여인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은 이미 죽어 있어서, 여인의 눈앞에 노란빛이 반짝이더니 연달아 녹색 광채가 나타났고, 최후에는 칠흑 같은 조수가 그녀를 삼켜버렸다.
--- p.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