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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내 이름은 김삼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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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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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5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310
ISBN10 895751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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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지수현
1973년 태어나 2001년 2월부터 온라인에『누나와 나, 혹은 그 녀석과 나』를 연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누나와 나, 혹은 그 녀석과 나(KBS 드라마 ‘백설공주’ 원작)』『모래성의 푸른 달』『별처럼 반짝이다』『타이판의 여자』『당신과 나의 4321일(KBS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 원작)』『내 이름은 김삼순(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원작』『당신은 나의 것』『해열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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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평생소원이야! 나, 이것만은 올해 반드시, 절대로, 꼭 해야겠어!”
“흥! 어림 반 푼어치 없는 소리 하지도 마, 이것아!”
셋째 딸의 올해 목표를 전해 들은 엄마의 첫 감상은 그것이었다. 자신의 장밋빛 꿈에 인정사정없이 초를 치는 모친에게 삼순은 이마를 잔뜩 구기며 물었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한 번만 더 말하면 천 번째다, 이것아! 네 이름을 누가 지었니?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이름을 어떻게 네 마음대로 바꾼다는 거야?”
“나도 한 번만 더 말하면 천 번째유, 엄마! 이건 엄마도 책임을 져야 해. 내가 엄마 셋째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 왜 나만 이런 후진 이름이냐구, 대체! 김삼순이 뭐야, 김삼순이!”
“저, 저, 저것이 말하는 것 좀 보게!”
오늘따라 강하게 나오는 딸의 반발에 엄마는 눈에 힘을 주며 밥주걱을 들고 있던 오른손을 치켜드신다. 마치 한마디만 더 잘못하면 그 밥주걱으로 한 대 후려치실 것처럼. 평소에는 그 정도의 협박이면 알아서 기는 삼순이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달랐다.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엄마에게서 세 발짝 정도 물러서긴 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했다.
“그렇잖아? 내 이름이 삼순이면 언니들도 일순, 이순으로 지어야지! 왜 큰언니는 일연이고, 둘째 언니는 이영이고, 막내는 그나마 아들이랍시고 숫자도 안 달고 멋지구리하게 정재라고 붙여놓고 왜, 왜 나만 삼순이야?”
그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엄마는 약간 찔끔하신 표정으로 셋째 딸을 쳐다보셨다. 그렇게 좀은 누그러진 엄마의 표정에 용기를 얻어 삼순은 목소리의 톤을 더 한층 높였다.
“엄마가 그랬지? 행동 잽싸게 해서 올해 가기 전에 시집가라고? 근데 어쩌다 만나는 남자마다 내 이름 듣고 비실비실 웃어대더라. 대체 왜 나한테만 이래? 나만 어디서 주워왔어? 그런 거야? 그런 거냐고!”
김삼순이라는 이름을 달고 산 이 29년 동안 그런 일은 늘상 있어왔던 것이다. 그녀가 “김삼순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열 중 여섯은 “풋!” 하고 웃어버린다. 나머지 넷은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30년 가까이 겪었던 일이니까 1년의 대부분은 체념하고 살았다. 하지만 1년 중에 한 달 정도 이 이름이 정말 정말 싫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아무래도 요즘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은 다 이 재수 없고 흉측한 이름 때문인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그녀는 몸서리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삼순은 작년 크리스마스 날 사랑하던 남자에게서 걸려왔던 마지막 전화를 떠올렸다.
그 첫 번째 불행의 시작을.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우리 헤어지자.〕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바쁜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의 중노동을 그와의 재회를 꿈꾸며 가까스로 버티던 그녀에게 그것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처음 삼순은 자신이 과로로 환청을 들었나 싶었다. 아니면 그가 농담을 하는 것이든지.
“지금, 농담하는 것 아니야?”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렇지, 크리스마스에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들어보는군. 그렇게 생각하던 삼순의 귀에 얼핏 전화선 너머로 한숨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남자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구.〕

에, 그렇게 해서 스물여덟 살의 성탄절에, 그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다른 여자들은 크리스마스 때만큼은 잘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사랑해 왔던, 그래서 인생을 함께하게 되리라 생각했던 남자에게 차인 것이다. 해서 그녀는 스물아홉이 된 오늘까지도 여전히 외로운 솔로였다. 빌어먹을, 이 모든 것은 다 저 촌스런 이름 때문이야. 내 이름이 하다못해 김희진 정도만 되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가진 않는다구.
그렇게 툴툴대며 둘째 언니와 함께 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삼순은 보았다. 마침 언니가 보고 있던 비디오 화면에서 한 음울해 보이는 외국 여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을.
“나이 서른 먹은 여자에게 연인이 생기기란 길에서 원자폭탄을 맞는 것보다 어렵다.”
그 순간, 정체 모를 외국 여인의 말이 삼순의 심장을 후벼 팠다. 위기감도 든다. 그래, 서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 가능성이 없어질지도 몰라!
그래서 그날 밤, 그녀는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언니 앞에서 맹세했다.
“언니야, 나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뭘?”
“나, 올해 안으로 반드시 개명 신청에 성공해서 이름도 바꾸고, 나를 배신한 그놈보다 백만 배는 근사한 남자 만나서 뜨거운 연애도 할 거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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