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열려라, 성경 보는 눈!
나는 서점에 자주 들른다. 서점에서 좋은 책을 골라 사기도 하지만, 어떤 코너가 독자들의 발걸음을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코너는 무엇일까? ‘리더십’이나 ‘성공’에 관한 책들이 진열된 코너이다. 거기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 그만큼 사람들이 성공에 주려 있다는 증거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압도적인 공통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독서가라는 점이다. 그들은 책 속에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고, 삶의 지혜를 습득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
세계 1억4천만 명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웃음과 감동과 열정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독서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이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는 어릴 때 학업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매일 밤 1시간씩, 주말에는 3~4시간 동안 일간신문과 잡지를 읽는 것 외에 최소 1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여전히 도전을 주고 있는 소중한 글귀가 있다. 앙드레 지드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나는 책꽂이에서 책 1권을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독서가 사람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강조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이다.
책 중의 책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필수적이고 중요한 사안인데, 그렇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책도 잘못 선별해서 읽으면 사람을 망칠 수 있기에 삼가 조심해야 한다.
책 중에 책이라면 성경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유익한 책들의 가치는 자로 잴 수 없다. 오죽했으면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라고까지 했을까. 그러나 모든 책들은 사람이 땅에 거하는 동안에만 영향을 끼칠 뿐이다. 그 어느 책도 사람의 죽음의 문제나 영생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땅의 문제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과 소망의 문제를 명확히 보장해주는 유일한 책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책인 성경이다.
성경이 ‘지상 최대의 보고(寶庫)’이며 ‘인류 최고의 베스트 & 스테디셀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도서관이나 호텔, 군대 심지어 화장실에도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성경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출판되고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유명하다. 또 성경은 도둑맞는 책으로도 단연 톱이라 한다. 《뉴욕타임스》가 ‘도서관에서 손 타는 책’ 베스트 10을 조사한 결과가 그러하다. 비누나 가정상비약 같은 필수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나.
그런데도 성경은 다른 베스트셀러들과 달리 가장 ‘따분하고’(boring) ‘거의 읽지 않는’(least read) 책이라는 불명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지만 거의 읽지 않는다는 것만큼이나 아이러니가 없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한 가지 이유를 밝히자면, 성경이 성스럽고 신비로운 책이어서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가까이 두고 싶기는 하지만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워서 읽으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초신자든지 오랫동안 성경을 읽어온 신자든지 성경을 읽는 사람이 공통으로 하는 불평이 있다. 내가 성경을 가르치고 강의를 다니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충 다음과 같은 볼멘소리들로 집약된다.
“성경이 이리도 어려워서야 어떻게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단 말인가!”
“무슨 말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졸리기만 해요!”
“성경에 모순되는 구절들이 꽤 많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저를 괴롭혀요!”
오죽하면 “잠 안 올 때 특효약이 뭔지 아니? 성경 한번 읽어봐. 즉시 곯아떨어질 걸!” 이런 농담까지 생겨났을까. 하지만 이런 비아냥거림을 단지 우스갯소리로만 여기고 지나치기에는 지난날 우리가 맛보았던 그와 비슷한 경험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최대 보고인 성경이 우리에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데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그것이 지도도 없이 보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경험하는 좌절감일 것이다. 생명을 걸고 오랜 세월 천신만고 끝에 보물섬에 다다랐는데 정작 보물 상자를 여는 열쇠가 없어 허탈하게 숨을 거두고 마는 사람의 심정과 흡사하리라.
맛짱, 재미짱, 은혜짱!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가 있다. 그것은 ‘비결 코너’이다. 예를 들어, “토익만점 특별비결”,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비결”,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퇴짜 놓는 7가지 비결”이라는 내용까지 인터넷에 뜬다.
성경을 가르치는 목사이자 교수로서 나는 그동안 숱한 질문들을 받아왔다. 그중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결”이라든가 “성경의 진미(眞味)를 맛보는 비법”이라는 사이트가 있다면 아마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리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성경이 재미있고 맛있고 감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하나님의 말씀은 요즘 말로 맛짱, 재미짱, 은혜짱이 결코 될 수 없는 것인가?”
“성경의 진미를 맛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렇게 아쉬움과 바람이 뒤섞인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이것은 지금까지 성경을 탐구하고 맛보고자 했던 나의 한 맺힌 절규이기도 하다. 견디다 못해 나는 성경을 탐구하고 성경에 젖어들고 성경을 부둥켜안고 온갖 몸살을 다 하다가 드디어 그 진미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부푼 마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다.
이 책은 전문가들뿐 아니라 신앙의 초보자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는 문제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아울러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순서대로 읽기만 해도 성경의 기본적인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며, 또한 성경을 보는 눈이 확 열리게 되리라 확신한다.
물고기 잡는 법
성경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어렵거나 딱딱한 책 또한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단지 그 방법과 원칙만 제대로 알고 읽는다면 누구나 다 쉽고 재미있게 쏙 빨려 들어가 은혜와 감동에 잠길 수 있는 살아 있는 보고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터득해온 성경해석의 원리와 실제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나에게는 자식들 못지않게 애지중지해온 보석들이다. 당장 배가 고프더라도 생선 한 마리를 얻어먹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숱한 성경의 산해진미들을 만끽하고 아울러 스스로 성경을 요리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간 세계적으로 ‘성경해석의 원리와 실제’에 관한 책들이 여럿 출판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책이 드물었다. 나는 이 책이 목회자, 신학생,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유익하며 은혜가 되는 책이 되기를 기도한다. 각각의 실례에 그림 자료를 배치하여 이해를 도왔고 누구나 성경의 진미를 맛보는 일에 어려움이 없도록 전문적인 용어나 신학적 표현은 되도록 삼갔음을 밝혀둔다.
한국 교회의 근본적인 살 길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이제부터 성경의 진수 속으로, 멋지고 황홀한 여행을 출발해보자. 말씀과 더불어 성령께서 역사해주시기를 빌며 앞으로 나아가자.
이 책이 나오기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규장의 여진구 대표님, 추천해주신 김인환 총장님, 기도해주신 존경하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귀여운 네 자녀 혜림, 지민, 지원, 지훈에게 감사한다. 오직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며….
- 신성욱
[ 에필로그 ]
황홀한 말씀의 진미를 맛볼 시간
영국 국왕 조지 5세가 의회의 개회에 맞춰 라디오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 연설은 신대륙에까지 중계되도록 되어 있었다. 막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뉴욕 지국에 설치되어 있던 케이블이 끊어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일에 어쩔 줄을 몰랐다. 미국에 있는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파수를 맞추고 왕의 음성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방송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불통된 케이블을 원상 복구하는 데 최소한 20분 이상이 소요되고 그러면 국왕의 연설은 다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고용된 지 얼마 안 된 해롤드 비비안(Harold Vivian)이라는 젊은 기술자가 있었다. 그는 그 황당한 순간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손을 뻗어 끊어진 케이블의 양끝을 움켜쥐었다. 250볼트가 넘는 전기가 그의 몸뚱이를 꿰뚫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격렬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래도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놓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 왕의 음성을 듣게 할 일념으로 그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케이블을 붙잡았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왕의 음성을 듣게 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그 청년을 떠올렸다. 내가 듣고 맛보고 경험한 하나님의 음성과 말씀의 진미를 조금이라도 잘 전달해보고자 노력했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말씀을 맛보고 성경을 읽으며 은혜와 감동을 받는 일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잡아 올린 싱싱하고 맛있는 고기도 시식하고 스스로 고기 잡는 방법까지 터득하는 일거양득의 유익이 있기를 기도한다.
덴마크의 기독교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성경을 “연애편지처럼 읽어라!”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연애편지 대하듯 성경을 대하고자 애써왔다. 그러나 그간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어 따분할 때도 있었고, 제 맛을 보지 못해 기갈 속에 허덕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청춘남녀가 사랑하는 이로부터 연애편지를 받아 읽어 내려가듯이, 나도 그분의 말씀을 감미롭고 황홀하게 대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가 말씀의 진미를 맛본 뒤 고백을 기억하라.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눅 24:32).
지금까지 주께서 내게 성령과 지혜와 학문과 기도를 통해 베풀어주신 열매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똑같은 뜨거움과 은혜와 감동과 변화와 기쁨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침체되어가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심령을 뒤집어엎어 새로운 영적 부흥과 성장을 기대하려면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오직 말씀의 열풍만이 침체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심령을 새롭게 기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여, 말씀으로 돌아가자!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