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모두 논쟁적인 주제들이다.
최장집이 맡은 1부는 크게 세 주제를 다룬다. 1장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민주주의 개념을 더욱 엄밀하게 정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으니 한미 FT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설 때’라고 보는 정부와 그 지지 지식인들의 주장에 대한 통박이 강렬하다. 민주주의는 그 핵심이 절차적 민주주의에 있는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면 그것은 곧 이상적 민주주의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되는데, 현실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데마고그 이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하자는 진보적 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임을 강조하고 있다.
2장과 3장은 민주주의에서 왜 정당이 중요한가를 논의한다. 여기에도 수많은 쟁점이 내재되어 있다. 진보적 진영의 논의와 관련해서는 직접 민주주의론 비판, 시민사회론 비판, 운동론 비판, 도덕주의적 반정치론 비판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의 주류 정당들과 그 주변의 정치학자들의 논의에 대해서도 대해서도 정치를 최소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정치관 비판, 원내정당론 비판, 국민경선제 비판, 중산층적 정치관 비판 등의 주장을 집약하고 있다.
4장은 노무현 정부를 경험하면서 필자가 갖게 된 대통령제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 새로운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로부터 일탈하게 되었을 때, 그리하여 사회와 시민의 요구에 반응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 다시 말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대통령과 국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중심 문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강력한 개혁의 조타수로서 대통령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대통령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것이 기대와는 달리 왜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러한 대통령관을 버릴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민주적으로 견제되는 대통령, 시민에 대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대통령에 대한 역할 비전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부에서 박찬표는 두 가지 문제를 다룬다. 5장에서 그는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의 길을 버리고 법에 의해 계도되는 ‘법치 민주주의’의 흐름을 그 기원에서부터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민주주의와 입헌주의(혹은 헌정주의) 간의 갈등은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논란이 상징하듯이 이미 노무현 정부 등장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다 2006년 시민운동 단체가 중심이 되어 이른바 ‘시민헌법론’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2007년 1월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론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헌법 논의 모두 정치를 축소시키려는 접근이라며, 이와 관련해 두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헌법의 틀 안에 묶어두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보수 진영에 대해 제기하는 질문이라면, 진보 진영에 대해서는 헌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는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대안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재확인이며, 일상정치와 입법정치의 밀고 당김 속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에 내포된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6장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의 정치개혁론을 주도했던 논리들과 이를 뒷받침해온 정치학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기존 정치개혁론의 핵심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정치과정에서 정당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정치의 탈정당화론’이며, 다른 하나는 정치과정을 일반 대중의 집단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준자율적 정책형성의 공간으로 만들려는 ‘전문가정치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개혁론은 결국 사회 상층의 이익에 편향된 이익대표체제로 귀결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현대 민주주의의 고전이론이라 할 대중정당정치와 정당정부 모델이다. 제 아무리 현대 정치의 구조와 조건이 변화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 것은 위 두 요소가 작동할 때라며, 변화에 적응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로부터 일탈하자는 것은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 주장한다.
3부에서 박상훈은 한국 정당 체제와 관련된 두 문제를 다룬다. 우선 7장은 유권자의 지역주의나 정당들의 지역주의 동원 때문에 민주화 이후 정당체제가 지역 구도 내지 지역당 체제로 굳어졌다는 그간의 지배적 설명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비판하면서,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대안과 관련해서도 지역 간 화합, 지역균형발전, 지역주의 의식개혁운동이나 3김청산론 등 지역의 차원에 초점을 둔 기존의 접근을 비판한다.
필자는 고전적 정당체제 이론을 바탕으로, 민주화 이후 정당체제의 기본 특징은 민주화를 가능케 한 사회적 힘과 민주화 이후를 제도화한 힘이 괴리된 이중구조, 대중참여의 욕구는 강렬한 데 반해 이를 담아낼 정당 대안은 권위주의하에서 형성된 협애한 대표체제가 복원된 수요-공급의 불일치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당체제의 인과적 위상과 관련해서도, 그것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지역주의 때문으로 환원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임을 강조하면서 민주화 이후 선거결과는 이념적으로나 계층적으로 협애한 정치적 대표체제가 시민사회의 강렬한 변화의 욕구를 수용할 수 없을 때, 그러면서 정치갈등이 낡은 정당 대안과 지역으로 국지화될 때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함을 강조한다.
8장은 ‘정당 없는 민주주의’의 경로가 심화된 것이 가져온 온 부정적 결과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하에서 정부운영과 정치제도 개혁이 정당의 역할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약화시켰는지를 분석한다. 그러면서 은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지 못할 때 그 공백이 어떻게 채워지는가를 보여준다. 이른바 삼성공화국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현재와 같은 정당체제를 변화시킬 새로운 정당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여러 문제점과 질곡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정당을 만드는 일은 제2의 민주화에 해당할만한 중대과제라고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