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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있는 풍경

레닌이 있는 풍경

: 9,938km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난 아득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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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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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5쪽 | 52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72999
ISBN10 8901072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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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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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90년이 흘렀다. 하지만 레닌이 건설한 소비에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여기에 우뚝 서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가끔 지나가던 비둘기들의 화장실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다. 카메라를 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광각렌즈를 끼운 내 파인더에는 광장 전체가 들어오면서 그를 더욱 왜소하게 만든다.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다. 망원렌즈를 꺼내 갈아 끼웠다. 그의 치켜든 팔이 힘 있게 다가온다. 오래전 그가 이 광장에서 연설하던 패기가 느껴진다. 존 버거의 이야기처럼 인간은 어떻게 “역사에 저항”할 수 있을까? 보수적인 사람들은 역사의 변화를 힘으로만 저지하려 하겠지만 “마르크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발견한 역사의 과정에 대한 그의 분노와 그때가 오면, 필연의 영역이 자유의 영역으로 바뀐다고 믿었던 역사의 종말에 대한 뜨거운 기대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레닌은 감지한 것일까? 아니 비로소 레닌에 의해 감지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역사는 죽은 것과 죽어가는 것들에게 늘 경의를 표했다. 세월은 늘 그것들이 갖고 있는 낡음에 가치를 부여했다. 이 레닌의 동상이야말로 그러한 경의의 지표다.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의 태생은 복제물이지만 세월에 의해 오직 한 점만이 존재하는 그림마냥 ‘아우라’를 가졌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우리의 삶의 한 페이지에 끼워져 생생하고 변치 않는 시간을 조망하고 있다. 지금 내 카메라가 레닌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 1장 ‘인썸니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크렘린을 통과하니 바닥을 단단한 화강암으로 마감한 거대한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디도 붉은색은 없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인가? 원래 이름은 ‘크라스나야 광장’으로 고대 슬라브어 ‘크라스나야’는 ‘붉다’란 의미와 ‘아름답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혁명 후 서방 세계에는 ‘붉다’라는 의미만이 전달되면서 ‘붉은 광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빨갱이 광장’이니 ‘피의 광장’이니 붙여버린다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광장의 원래 의미는 ‘아름다운 광장’이었다.
광장에는 그 유명한 바실리 성당이 보이고 크렘린 벽에는 혁명 열사들의 무덤이 있다. 그 무덤들의 이름을 살펴보다가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의 이름도 발견한다. 그 앞쪽으로 레닌의 묘가 있다. 꽤 정숙해야 할 분위기인데 영 그렇지가 않다. 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방금 졸업한 시골 학생들이다. 일테면 졸업여행을 모스크바로 온 모양인데, 남녀 학생들은 팔짱을 끼고 다니며 거침없이 키스를 나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자연스런 애정행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모습에 놀라는 것은 비단 나와 같은 동양인뿐 아니라 이곳의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연신 돌아보며 혀를 찬다. 그만큼 이곳 모스크바, 아니 러시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 2장 ‘자본의 바람, 모스크바’에서

티베트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세상으로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중심에 위치해 모든 것이 흘러든다. 둘 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다. 하지(夏至)에 다가갈수록 이곳은 백야로 깊어간다. 지금 밤 10시. 사위는 초저녁마냥 훤하다. 나는 지금 알혼 섬의 불한 곶에 서 있다. 호수라기에는 너무도 넓은 바이칼이 바다마냥 누워 있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계곡으로부터 시간당 풍속 160킬로미터의 ‘사르마’가 날리고 있다. 호수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는 것은 4미터짜리 파도가 치는 바이칼에서만 가능하리라. 호수는 소용돌이치듯 이리저리 물결친다. 솔라리스의 바다가 요동을 치듯 바이칼이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절벽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호수 안쪽으로 불쑥 침입해 들어간 불한 곶은 두 개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에는 우리네 당산나무랄 수 있는 세르게가 있고 그 세르게에 걸어둔 색색의 헝겊 자아라가 바람에 미친 듯 나부낀다. 뭔가 불길한 느낌과 함께 익숙하다. 어린 시절 동구 밖 당산나무를 지나갈 때 느꼈던 그 느낌. 이곳의 주인인 몽골계 부랴트인들은 이 세상에 99위의 신들이 있다고 믿는다. 55위의 선신(善神)과 44위의 악신(惡神)이 있는데, 13번째 선신이 이곳 불한 바위에 거처한다고 한다. 언뜻, 어둠이 깔리는 불한 바위 위로 무엇인가 앉아 있는 듯하다. 그것은 내 몸 속 유전자 깊숙이 담겨 있는 종족에 대한 기억의 파편인지, 아니면 생면부지의 사물에게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사진가의 데자부인지 가늠할 길 없다. 허공에서 맴도는 대륙의 영혼들이 이곳을 집 삼아 내려앉는다는 자시(子時)에 나는 내 살갗에 돋은 소름을 달래며 숙소로 돌아갔다.
--- 5장 ‘영혼의 거처, 바이칼 호수 알혼 섬’에서

사할린 카레이츠들은 추석날을 몰랐다. 그들에게는 음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력 8월 15일을 추석이라 한다. 그날 광복했고, 그들은 돌아가지 못했다. 사할린에서 살아가는 카레이츠들이 8?15 추석을 맞았다. 그리고 그날 아침 성묘를 간다. 풍습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어릴 때부터 행하던 습관은 특별한 의지가 없다면 그냥 관습으로 남는가 보다. 한 묘지석을 자세히 살폈다. 경상도가 고향이었던 박씨 할머니는 머나먼 사할린 땅까지 와서 여러 아들을 남기고는 땅에 묻혔다. 그 아들들은 참 특별하게도, 아니 운명적이게도 슬라브계 러시아 여성들을 사랑했고 그들과 결혼했다. 그의 자식들은 또 주변의 한인 여성이나 러시아 여성들과 결혼했고 지금 자라나는 혼혈 4세대들은 그냥 사할린의 러시아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나와 한 동포일까? 이 집 아들 강씨는 그냥 자신들을 ‘극동인’이라 불러달란다. 박씨 할머니의 비석 앞에 서 있는 이 증손녀는 먼 훗날 왜 8?15에 조상의 묘 앞에서 절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추석날이자 광복절 오후. 유즈노사할린스크의 레닌 광장에서 카레이츠들의 행사가 벌어진다. 아이들이 화려한 고구려 복식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외모만 봐서는 우리와 한 핏줄인지 자신할 수 없다. 얼굴 생김이 너무 다르다. 이 아이들이 행진의 맨 앞에 섰다. 시내를 행진해 공설운동장까지 가는 이 행사의 이름은 ‘임금님 행차’라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바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임금님이 행차해 자신을 구원해주는 것이었을까? 마치 뉴기니의 ‘화물숭배’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한국의 이벤트 업체였다.
--- 9장 ‘못다한 이야기: 사할린 카레이츠의 광복절’에서

내가 지금까지 지나 온 철길을 되돌아보면 파노라마처럼 수많은 풍광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실제 내가 본 풍경에 오버랩된다. 사진가 요셉 쿠델카가 찍은 레닌 사진이다. 사진에 담긴 루마니아의 다누베 강을 흘러가는 처연한 레닌의 풍경은 충격을 넘어 내 가슴 속 깊이 파고든다. 쿠델카는 체코 출신으로 ‘프라하의 봄’을 몸으로 맞섰고, 영국으로 망명해 세계적인 사진가그룹 ‘매그넘’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쿠델카가 자신의 고향과 동구를 다시 여행하게 된 것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에게 영화 스틸 사진을 제안 받으면서였다. 그가 준비한 영화는 사라져 버린 전설적인 그리스인의 필름을 찾는 한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발칸반도의 풍경이 담긴 <율리시즈의 시선>이었다. 이 영화의 스틸 작업을 위해 노쇠한 쿠델카는 6×17인치 린호프 대형 파노라마 카메라를 홀로 매고 일행을 쫒았다. 그는 사회주의 해체와 함께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레닌 동상을 묵묵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대형 사진에 옮겼다. 그것은 한 시대 종말의 지표이자 집시처럼 떠도는 쿠델카의 눈에 비친 묵시록적인 풍경이었다. 나 역시 그처럼 ‘율리시즈의 시선’으로 레닌이 있는 오늘의 러시아 풍경을 보고자 했다. 하지만 나의 사진들은 기대와 달리 러시아의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다만 나의 사진이 그 풍경의 실체에 조금 다가갈 수 있었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길 기대할 뿐이다.
--- '여행을 마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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