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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 난다 | 2016년 05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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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62g | 128*183*20mm
ISBN13 9788954640718
ISBN10 89546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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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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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차미혜
미술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견고해 보이는 기준이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들을 영상, 사진, 퍼포먼스, 설치 등을 통해 표현한다. 개인전 [가득, 빈, 유영 Full, Empty, Floating](케이크갤러리)을 비롯하여 [랜덤 액세스 2015](백남준 아트센터), [회색의 바깥](아트스페이스 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제9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아비드 어워드 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 Emerging Artist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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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혼자 아기를 낳았다. 혼자 탯줄을 잘랐다. 피 묻은 조그만 몸에다 방금 만든 배내옷을 입혔다. 죽지 마라 제발. 가느다란 소리로 우는 손바닥만한 아기를 안으며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처음엔 꼭 감겨 있던 아기의 눈꺼풀이, 한 시간이 흐르자 거짓말처럼 방긋 열렸다. 그 까만 눈에 눈을 맞추며 다시 중얼거렸다. 제발 죽지 마. 한 시간쯤 더 흘러 아기는 죽었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모로 누워 그 몸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견뎠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배내옷」에서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진눈깨비」중에서

후미진 주택가 건물 아래를 걷던 늦여름 오후에 그녀는 봤다. 어떤 여자가 삼층 베란다 끝에서 빨래를 걷다 실수로 일부를 떨어뜨렸다. 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으로 떨어졌다. 날개를 반쯤 접은 새처럼. 머뭇머뭇 내려앉을 데를 살피는 혼처럼.
---「손수건」중에서

그리고 그녀는 자주 잊었다,
자신의 몸이(우리 모두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모래」중에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 아이를?
스무 살 무렵 어느 밤 아버지에게 처음 물었을 때, 아직 쉰이 되지 않았던 그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겹겹이 흰 천으로 싸서 산에 가서 묻었지.
혼자서요?
그랬지, 혼자서.

아기의 배내옷이 수의가 되었다. 강보가 관이 되었다.
아버지가 주무시러 들어간 뒤 나는 물을 마시려다 말고 딱딱하게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폈다. 명치를 누르며 숨을 들이마셨다.
---「수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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