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늘도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우린 병마용을 가기위해 시안역 근처로 가다가 '해방로 교자관'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보았다. 교자? 만두? 그래 오늘은 저거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저녁은 저걸 먹자! 병마용과 화청지를 모두 돌고 ‘해방로 교자관'을 찾아갔다. 메뉴판을 쭉 보니 이 집의 대표작인 물만두가 서너종류, 찐만두가 3-4종류있었다. 참고로 메뉴판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三鮮水餃 14元/500克
素水餃 10元/500克
魚香蒸餃 12元/?(모르는 글자다)
별로 비싸지 않군. 우린 물만두 1인분, 찐만두 1인분을 시키기로 하고 종업원을 불렀다.
■ 우리 입장에서
우리 : (메뉴판을 가리키며) 삼선물만두, 어향찐만두
종업원 : (알겠다는 듯) 샬라 샬라
우리 : (거만하게 검지손가락으로 '하나'라고 가리키며) 원 앤드 원!
종업원 : (당황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샬라 샬라
우리 : (답답해하며 14元을 가리키며) 원!!
여종업원은 카운터쪽으로 갔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거리더니 다른 종업원이 한명 왔다.
다른 종업원 : (답답하다는 듯 물만두 메뉴를 가리키며 1개표시를 하며 엑스표를 긋는다) 샬라 샬라
홍대리 : 이상하네. 얘들 왜 이래 1인분 달라니까.
설마담 : 웃기는 애들이야. 장사 안하자는 건가? 혹시 1인분은 안되는 것 아냐?
홍대리 : 그런가? (다시 종업원에게) 오케이 투!
다른 종업원 : (더 당황하며) 샬라 샬라
그러더니 종업원은 펜을 꺼내더니 500克 = 60個, 最小 12個라고 쓰는 것이었다.
우리 : 푸하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 종업원 입장에서
우리 : (메뉴판을 가리키며) 삼선물만두, 어향찐만두
종업원 : 뭐야 이 자식들. 중국사람인줄 알았더니. 알았다. 얼마나 먹을 꺼냐?
우리 : 원 앤드 원!
종업원: 뭐? 만두 한개를 달라고?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한개먹는 놈이 어디 있냐?
최소 12개는 먹어야지. 몇 개 먹을 꺼야?
우리 : 원!
종업원 돌아가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
종업원1 : 야! 저 자식들 만두 한개만 먹겠다는데 어떡하지?
종업원2 : 일본놈들인가? 무지 짠돌이네. 일본놈들은 돈 많다던데 왜 저러 지?
종업원1 : 한개만 내줄까? 카운터 보는 사장님이 화낼 텐데. 계산도 어렵고
종업원2 : 내가 가서 이야기해 볼께. 자식들. 여기가 일본 식당인줄 아나. 한개씩 팔게.
다시 우리에게 와서
종업원2 : 자샤! 한개는 안돼. 1개는 엑스야.
우리 : 1인분은 안되나 보다. 그럼 2인분
종업원2 : 이 자식들보게. 1개나 2개나 50보 100보 아냐? 일본놈이면 한자는 알겠지. 500그램은 60개야. 최소 12개는 먹어야 돼.
우리 : 푸하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 pp 65-68
여행에서 얻은 것 3가지를 말하자면 이렇다.
첫째, 금슬이 좋아졌다. 부부가 '인생의 동반자'이니 '영원한 친구'이니 하는 것을 배웠다기 보다는 '싸움을 빨리 끝내는 법'을 배웠다. 같은 얼굴 보면서 24시간 내내 1년 동안 붙어 다녀보라. 그것도 나가면 말 통하는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싸움이 길어지면 두 사람 모두에게 손해라는 '명백한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 외에 우리 둘만이 얻어온 수많은 추억과 비밀, 둘이만 있어도 안 심심하게 놀 수 있는 놀이들……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우린 이제 그것만 울궈 먹으며 살아도 100년은 사이좋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둘째,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웠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왔다. 내가 내 삶의 방향이고 길이라고 생각했던 단편적인 궤도에서 벗어서 살아가는 수많은 방법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다음 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훨훨 날아다니다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날개를 접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죽자고 돈벌어서 집사고 자식 낳아서 그 자식에게 엄청난 유산 물려주는 것'만이 잘 사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 듯하다.
세째, 여행 다녀와서 아직도 긴 머리를 자르지 않고 옷도 거지같이 입고 다닌다. 그래도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전에 같으면 '이렇게 하고 나가면 날 우습게 볼 텐데……' 하고 여겼을 텐데, 스스로에게 더 당당해진 듯 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여행 자체가 즐거웠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1년의 시간은 아깝지 않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나오는 파랑새라는 동화를 잘 알 것이다. 파랑새는 결국 가까운 마당에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험은 헛된 것이었을까?
―-- pp 316
아이들이 아이들답지 못한 것은 슬픈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갑자기 화가 났다. 누가 이 어린 것들을 거리로 내몰았는가. 아이들의 등을 떠미는 시엠립의 어른들. 그걸 수수방관하는 캄보디아 정부. 이 둘은 아이들을 내몬 공범들이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문화유산을 이룩한 조상들의 영화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 이 땅은 권력과 이념,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합작품인 내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의 역사와 자존심은 한없이 뒷걸음치고 있었다.
--- p.139
둘이 가는 여행에서 싸우지 않는 가장 첫번째 비결은 '일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죽고 못 사는 연애관계가 아니라면 '무슨 일이든 한 사람에게 편중되면' 틀림없이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짐도 처음에는 남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는데 '절대 그러지 말기'를 권하는 바이다. 싸움의 발전과정은 이렇다.
① 한참 짐을 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보면 어깨도 아프고 갈길은 멀고 슬 짜증이 난다.
② 이때 뒤를 돌아보니 여자는 가벼운 배낭을 메고 '룰루랄라'하면서 길거리의 샵을 기웃거리고 있다.
③ 남자, 일단 '빨리가자' 하고 재촉한다.
④ 여자, 대수롭지 않은 듯 '응, 알았어' 하고는 또다시 길거리 샵을 기웃거린다.
⑤ 남자, '야. 무겁다. 좀 빨리 가자'. 아직 자존심이 있어서 짐을 내주지는 못한다.
⑥ 여자, 속으로 '제가 들겠다고 해서 줬더니 이제 와서 무겁데.' 라고 생각하며 뚱하다.
⑦ 남자, 드디어 말한다. "야. 난 이렇게 무겁게 짐 들고 가는데 뭐야. 빨리 안 오고."
⑧ 여자, 절대 지지 않는다. "뭐야. 그럼 이리 줘. 남자가 그깟 것도 못 들고 쩔쩔 매냐? 엊저녁에 밥할 때는 잘만 먹더니" 곧이어 '쳐 먹더니'라고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⑨ 남자, “그럼 네 침낭은 네가 들어!”
여기까지 오면 경기는 끝났다. 이 날부터 약 3일 동안 여행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일방적으로 일이 편중되어 있으면 관계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악화되면 "나는 이걸 하잖아!" "야, 그게 뭐 힘드냐?" 하는 말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확 긁을까, 가슴에 확 비수를 꽂는 말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면서 싸우게 된다. 따라서 일을 철저히 나누고 나눌 때는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
―-- pp 242-244
그래서 홍대리는 자신의 반생을 정리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 집사려고 모은 적금만기가 돌아왔다. 홍대리는 때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아내 설마담(설윤성)에게 1년간의 세계여행을 제안했다. 집사지 말고 세계여행이나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당혹스러웠다. 전세방에서 탈출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꿈을 무참히 깨뜨리는 홍대리의 제안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돈을 탈탈 털어 세계 여행이라니. 그것도 안정된 직장도 때려치우고서. 갔다 와서는 어떻하려고.
아내 : (변조된 목소리, 얼굴 모자이크 처리) 저는요, 그 사람이 차마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처음에는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나 싶었다니까요. 저러다 며칠 지나면 제풀에 나가떨어지겠거니 생각했죠.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고 통장 잔액을 챙겨 보는 등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남편 : (역시 변조된 목소리)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보고 철없다거나 팔자 좋다고 욕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제 생각을 믿습니다. 따라오기 싫다면 저 혼자라도 가야죠.
―-- pp 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