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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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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80g | 153*224*20mm
ISBN13 9788990220721
ISBN10 899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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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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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질 페이턴 월시 (Jill Paton Walsh, 1937년~ )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영어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66년 ≪헹기스트의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으며, 1970년대 영국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라는 평판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북월드페스티벌 상을 받은 ≪분홍바늘꽃≫(1969), 휘트브레드상을 받은 ≪황제의 수의≫(1974), 국제 혼북 상을 수상한 ≪남은 것≫(1976) 등이 있다. 현재 ≪어린이 책의 역사≫의 저자 존 로 타운젠드와 함께 그린 베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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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가 아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 나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겨서, 주위 사람들이 자기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외로운 섬처럼 혼자 누워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줄리와 나는 운 좋게도 플랫폼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배낭을 같이 베고, 각자 새로 산 담요를 몸에 둘둘 감고 누웠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우리 주위 자리가 다 차자 우리는 마치 빽빽하게 들어찬 생선 통조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 p.71

사실 그때 우리는 날마다 즐겁게 지냈다. 줄리 덕분에 나는 많이 웃었고, 일부러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줄리도 나 때문에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소용돌이치듯 웃음은 우리 주위에서 느닷없이 터지는 것 같았다. 웃음은 다른 사람한테도 번졌는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늘 우리 곁에는 죽음과 파멸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곳곳에서 그것을 목격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었지만 마음만은 그늘지지 않았다.
지금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그때가 생각난다. 해마다 햇빛이 누그러지고, 산등성이가 안개로 뿌옇게 흐려지고, 산이 붉게 물들거나 빛이 바라면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 런던 거리를 걷는다. 둑을 따라 가다가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줄리가 구세군에서 받은 7호짜리 낡은 갈색 방수외투를 헐렁하게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 p.83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풍부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과거의 역사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그 시대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구현해 냄으로써 독자들에게 ‘과거의 삶을 현실처럼 읽게 해주는’ 역사 소설의 묘미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분홍바늘꽃≫ 역시 그러한 경향 속에서 잉태된 작품으로, 과거를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작가 특유의 정확한 묘사를 통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여느 때처럼 건강하게 살아가고 사랑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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