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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선집을 기획하며
발터 벤야민의 생애와 사상 해제: 『일반통행로』에서 『파사주』까지 옮긴이의 말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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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중ㆍ후기 사상의 신선한 폭발력을 보여주는 역작
분명 『일방통행로』는 거리를 산보하는 자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공간들의 열림과 닫힘, 멀어짐과 가까워짐의 모습들을 벤야민은 관상학적 내지 현상학적 시선으로 '사유이미지'로 읽어낸다. 그것은 이미지로 응결된 사유, 또는 관상학적 이미지에서 촉발된 사유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이 책에 대한 이해이다. 하지만 그가 책이 출간된 뒤 호프만스탈(그가 바로 이 책의 출판을 주선했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습니다. 이 책의 내적ㆍ외적 구성에서 독특한 부분 어디서든 '시대의 흐름'과의 어떤 타협의 흔적도 엿보지 말아주십사는 것입니다. 바로 그 기이한 요소들을 드러내는 곳에서 이 책은 내적인 투쟁에서 얻어낸 승리의 트로피가 아니라면 적어도 그 투쟁의 기록일 것이고, 그 투쟁의 대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그것은 현재성을 영원의 이면(裏面)으로서 역사 속에서 포착하고 동전 뒤에 가린 이 이면을 찍어내는 일입니다. 그밖에 이 책은 여러 가지 점에서 파리에 빚지고 있고 제가 이 도시와 벌인 대결의 첫 시도입니다. 저는 이 후속편에서 이러한 의도들을 이어갈 생각이고, 제목은 '파리의 파사주'(Pariser Passagen)이 될 것입니다.』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 텍스트가 낡은 글쓰기 전통을 파기한다는 점에서보다는 그 내용의 '급진성' 때문에 더 주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야민이 애초에 의도한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를 통해 그가 목적한 바는 변화에 적응하고 개인과 사회의 파괴적 발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혁명적인 정치적 태도의 필요성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독해한 방식은 이 책의 일면(一面)만을 본 것이다 『일방통행로』의 입구에 위치한 첫 공간의 이름은 「주유소」이고, 그 단편은 『삶을 구성하는 힘은 현재에는 확신보다는 사실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로 시작한다. 주유소는 대도시 자동차 문화의 역동성, 속도, 에너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부르주아 개인의 관념론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도덕에 뿌리를 둔 '확신'이나 '신념'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 사람들의 삶을 이끌기에는 고리타분한 덕목이 되었다. 따라서 이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한 첫 문장은 이 책 전체의 모토로 내세울 수 있으며,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방통행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앞서의 호프만스탈에게 보낸 편지글에 드러났듯이, 이 책은 그의 미완성 역작 『파사주』(Passagen-Werk)의 선구적 작업임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아도르노는 『일방통행로』가 아포리즘들의 모음이라기보다는 '사유이미지'의 모음이라고 본다. 그 사유이미지는 초현실주의적 글쓰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벤야민은 이를 통해 초현실주의자들이 진부한 것, 낡은 것, 사소한 것, 우연적인 것, 아니 무의미한 것, 오해, 키취(Kitsch) 등에 대해 꿈의 해석을 시도한 점과 사람보다 사물에 경도된 점, 그러한 진부한 일상에서 '혁명을 위한 도취의 힘들'을 끌어내려고 한 점에 주목하면서 현대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자 인간'(Etui Mensch)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일방통행로』는 단순한 꿈과 기지에 찬 아포리즘들의 모음, 아방가르드적 산문형식의 특이한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폭발력을 갖는 벤야민 중ㆍ후기 사유의 모티프들이 응축되어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