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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리뷰 총점8.8 리뷰 37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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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58g | 128*188*30mm
ISBN13 9788984319837
ISBN10 89843198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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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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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근처에 연두색 마티즈가 주차된 게 보였다. 몹시 낡아 보였다.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저 계단 다섯 개 정도를 밟고 아래로 내려가 벨을 누르면 그들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문을 열면 아버지를 평생 농락한 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더 움직이지 못했다. 내 발은 B101호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1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춰 있었다. 거기까지였다. 나는 거기서 발걸음을 돌렸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가 들추고 싶지 않았던 그 마지막 한 장을 내가 들출 권한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관 옆으로 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까치발을 들고, 지면 위로 반쯤 머리를 내민 듯한 창문이었다. 그 창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밖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창문 앞에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고, 앞머리가 잘리긴 했지만 그건 익숙한 말이었다. 오래전 아버지가 탄원서를 쓰며 고심했던 그 문장 말이다. ‘창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 p.37

소각, 이란 단어가 마치 재갈처럼 개의 입에 채워져 있었다. 로버트는 자꾸 ‘소각’, ‘소각’ 하고 말했다. 그것은 또각또각하고 누군가가 나를 쫓는 소리 같기도 했고, 째깍째깍하고 시간이 나를 쫓는 소리 같기도 했다. 정말 거대한 화덕이 작품을 삼킬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안으로 내가 그린 다섯 작품이 들어갈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단 하나 〈떠난 사랑〉만은, 그것만은 살리고 싶었다. 로버트는 화덕 안으로 들어가서 잿더미가 되어야 ‘살리는’ 거라고 했지만, 나는 심정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저 작품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 p.70

문짝 안에서 다른 사람이 놀란 얼굴로 나올 때까지도 나는 그 집이 우리 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현관문 안의 사람에게 ‘누구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은 문을 쾅 닫았다. 이런 일이 흔한 듯 ‘여긴 3동 306호예요’라고 말한 후. 다시 일구를 끌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는 뭔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약간의 소름을 동반한 그 기분은 뭐랄까, 출처에 관한 것이었다. 좀 전의 그 집이 내 집이 아니었음에도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문짝 앞에서 열쇠를 돌리는 동안, 나는 조금도 집을 잘못 찾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집에 다다랐을 때 몸이 보내던 신호들, 그러니까 요의를 느낀다든지 하는 신호들도 그대로였다. 진짜 사실 여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란 얘기였다. --- p.99

“저 가위는 진짜 당신 몸에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이건 Y-ray일 뿐이니까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빛이라서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 말은 의사가 남자의 배를 가르고 녹슨 가위를 꺼낼 수도 없단 얘기였다. 의사가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은 것은 남자 전에 다녀갔던 수많은 환자 때문이었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품은 사람도 있었고, 칼날을 품은 사람도 있었다. 종잇조각과 비닐봉지도 흔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실재가 아니라 그림자였다. 의사는 늘 그렇게 설명했다. X-ray 사진이 보여주는 게 실재라면 Y-ray가 보여주는 건 그림자라고 보면 됩니다. Y-ray는 우리 몸속에 들어 있는 물체가 아니라 우리가 눈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을 보여주니까요. 이상한 건 눈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 때문에 이물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부분이 아직 의사가 풀어내지 못한 무언가, 였다. --- p.119~120

기암이 운동장 모퉁이 창고에서 자신의 책상을 꺼내 들고 마치 몸과 집을 함께 이동시키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건 아주 일상적이고 우직하고 반복적인 행위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책상 하나의 무게는 다 짊어지고 걸어가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뭔가에 짓눌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내게 할당된 양이니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죠. 빼면 다시 채우고 빼면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저 늙은 선생도 있는데, 나라고 여기서 물러날쏘냐 싶었던 겁니다. 누구든 인생이 몇 조각으로 큼직하게 부서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통으로 붙어 있는 인생은 없다, 그건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그 밤, 책 읽는 의자 위에서 기암을 목격했던 순간은 내 인생의 조각과 조각 사이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덕분에 날아올라 다음 조각으로 넘어갈 수 있었죠. --- p.162~163

그 밤으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고, 내가 이해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사라진 건 집이나 약국, 골목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라고. 여기 제 살던 시대를 통째 도둑맞은 사내가 있다고. 그렇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누구의 식민지도 아니고 모던 보이도 없는 그런 시대로 떨어져버린 겁니다. 그러고 보니 시대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그저 그 시대로부터 내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게 더 간편한 것도 같군요. 그 시대에서 나만 증발해버리면,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무탈하지 않겠습니까. --- p.173

사건 이후 그들이 헤어지기 직전까지 도영은 몇 차례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 문자에는 바람을 뚫고 그들을 찾아왔던 말, 그 다섯 글자 ‘살려주세요’가 적혀 있었다. 케이는 그 문자의 출처를 알고 있었는데, 문자가 제대로 갔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도영은 내색하지 않았다.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은 분명한 문자가 몇 차례 그녀에게로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그들이 헤어지고서 도영의 전화번호가 바뀌자, 그 문자는 날아갈 곳을 잃었다. 케이가 힘들었던 건 이젠 아무리 미칠 것 같은 날이어도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일지도 몰랐다. 케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설명할 수가 없어. 왜 제일 사랑하던 사람에게, 너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아마 네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렸나 봐. 그랬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정말 그 기억으로부터 좀 살려달라고. --- p.235

나는 가방 안에서 위키의 사진을 꺼냈다. 이제 내 차례인가. 밤은 길었지만, 이야기는 우리가 이 길고 험한 밤을 멈춘 채 통과하는 한 방법이었다. 위키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까만 밤, 붉은 흙 위로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등에 업고 걸어오는 장면과도 마주칠 수 있을지 모른다.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걸어가는 아이들 말이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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