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선물은 간직함입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값진 추억이며,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보물입니다. 선물 하나하나마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과 그날의 감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랑의 기억이 스며든 둘만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 p.7, <프롤로그> 중에서
혹시 그가 당신의 바람대로 화초를 정성껏 가꾸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세요. 그의 신경이 온통 당신에게 쏠려 있어서 화초에 물주는 걸 잠시 잊었을 수도 있어요. --- p.23, <화초> 중에서
남자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용맹한 무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에게 당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마세요. 그만의 모습으로, 자신 있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세요. --- p. 92, <넥타이> 중에서
요즘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무기력하다.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내게 늘 힘을 주던 그녀의 웃음, 그녀의 목소리도 어쩐 일인지 덤덤하게 느껴질 뿐이다. 마음이 변한 건 아닌데,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데도 그녀에게 전처럼 대하기가 어렵다. 눈치 빠른 그녀, 대번에 내 마음의 변화를 감지하고는 이것저것 물어오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사실 괴롭긴 마찬가지이다. 이유를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을 과연 그녀가 이해해줄까 싶기도 하고, 굳이 이러쿵저러쿵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없다. 그냥,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그러던 차에 그녀에게서 선물이 하나 배달되어 왔다. 낚싯대였다. 처음엔 뜻밖의 선물에 황당했지만, 나는 그녀의 메모를 보고 이내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한 것이다. 마치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던 것처럼…. --- p. 101, <낚싯대 - He's Diary> 중에서
알아요, 외롭다고 느끼는 당신의 마음. 하지만 말이 없는 그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그도, 외롭긴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러니 두 사람이 만났을 때만큼은 나의 외로움보다 상대의 외로움을 더 보듬어주기로 해요. 각자 마음속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기로 해요. --- p. 105, <낚싯대> 중에서
그가 긴장과 경쟁의 연속인 도시생활에 지쳐있다면 낚싯대를 선물하세요. 가능하다면 그와 함께 한적한 낚시터를 찾아가세요. 신선한 공기와 푸른 자연 속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그를 편히 쉬게 해주세요.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는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그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좋은 낚시터 정보를 알려주세요. 그가 혼자 떠나게 해주세요. 대신 지도와 찾아가는 길, 근처 먹을거리 등의 정보를 메모해서 그에게 낚싯대와 함께 전하세요. 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해할 거예요.
활화산처럼 뜨겁던 그의 애정이 점차 식어간다고 느낀다면 낚싯대를 선물하세요. 그는 낚시를 통해 ‘인내 없이는 그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다’는 소박한 진리를 깨닫게 될 거예요. 영원으로 이어지는 사랑이란 무한한 관용과 인내, 그리고 무수한 일상을 함께 한 끝에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 p. 105, <낚싯대> 중에서
스웨터처럼 사랑하세요. 촘촘하게 짜여져 쉽게 풀어지지 않는 스웨터처럼. 추운 겨울, 언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스웨터처럼. --- p. 203, <스웨터>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조건 없이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그의 강건함 이면에 숨어 있는 연약함, 성실함 이면의 위선, 유능함 이면의 평범함, 부지런함 이면의 게으름 등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쁜 습관까지도 포용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부정하는 것은 그의 전부를 부정하는 것과 같고, 그의 전부를 부정하는 것은 바로 그를 사랑하는 당신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p. 228, <면도기> 중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품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죠. 그래서 그 사진 속의 사람과 닮은 누군가가 나타나면 얼른 알아볼 수 있어요. 그렇게, 사랑이 시작됩니다.
--- p. 248, <사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