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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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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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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5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6048404
ISBN10 89960484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렇게 결심한 아키라가 3년 전에 떠난 동거녀 마시마 다에코와 재회한 것은 3주 앞으로 닥친 이사에 대비해 짐 정리를 시작한 날 밤이었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옛날 애인의 포토 편지처럼, 그녀는 그렇게 아키라 앞에 나타났다. 반가움과 더불어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잠깐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평소처럼 '이세야'에서 극단 동료들과 저녁을 마치고 돌아온 아키라를, 다에코는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의 문에 기대선 채 3년 전과 조금도 변함없는 웃음으로 맞이했다.
"어서와 아키라." 다에코는 껴안고 있던 싸구려 보스톤 백을 내던지며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덥썩 안겼다. 가뜩이나 취해서 다리가 풀린 아키라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 p.11

"그래. 예를 들어 그 옷과 핸드백."
"나랑 어울리지 않니?"
"아니, 아주 잘 어울려. 그런데 너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렇게 꾸미고 온
거니?"
"그건……." 바로 너. 그 말이 턱 밑까지 차올라 왔지만 다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학창시절 첫사랑에게 보여주려고 플래티넘 카드가 아니고는 살 수도 없는 고가의 의류와 핸드백,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오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유치하다.
"내가 대신 말해볼까?"
마리의 속을 꿰뚫어보듯 후미야가 말한다.
"너는, 너 자신에게 보이기 위해 치장하고 온 거야."
"나에게?"
"그래, 그렇게 네가 행복하다고, 너 자신에게 일깨우기 위해." --- pp.108-109

며칠 전 아야에게 맞은 뺨에 손을 대보니 아직까지도 얼얼한 느낌이 남아 있다. 셔터 내린 상점과 콘크리트 벽에 검붉은 녹 자국이 묻은 골목을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으려고 종종걸음을 옮기면서 레키는 문득 아야 생각을 했다. 애인과 함께 보낸 추억 속에 빠져있던 레키는 눈치 채지 못했다. 등 뒤로 칼을 든 여자가 다가서고 있는 것을.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소년과도 같은 감상이 남아 있다는 게 우스웠다. 실소가 흐르고, 가슴속은 찌릿찌릿했다. --- p.200

행복하다. 두 사람의 희망찬 미래를 확인하고 싶었다. 믿고는 있지만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까 찾으러 가자. 이 언덕길을 올라가면 있을 거야. 신부님이 그러셨어. 그것이 우리 둘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찾아보자. 그걸 찾으면 그 위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자. 그럼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거야.
--- p.24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서로 사랑한 것은, 잘못이 아니었다
이노카시라 공원의 명물 꼬치구이집 '이세야'가 철거되기 한달 앞둔 8월. 아키라는 '이세야'의 철거소식에 자기 집을 잃은 것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꼬치구이에 소주를 거나하게 마셔도 단돈 1천엔이면 되는 '이세야'에서 매일 밤 연극배우나 작가, 화가, 음악가 지망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키라의 20대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아키라는 현재 하고 있는 연극을 그만두고 취직을 해야할지, 아니면 10년 가까이 지켜온 배우의 꿈을 계속 지켜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때 갑자기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옛날 애인의 포토편지처럼, 3년전에 떠난 동거녀 마시마 다에코가 아키라 앞에 나타난다. 아키라는 반가움과 더불어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당황하게 되는데…

그리웠던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마리는 주위에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하며 꼿꼿이 앉아있던 자세를 풀었다. 몇 년만의 고등학교 동창모임. 샤넬 재킷과 에르메스 핸드백까지 들고 온 것은 실수 인 것 같았다. 이런 대중식당에서 갖는 모임에 나선 것 자체가 몇 년 만인지 모른다. 취기가 돌아서 그런지 다리가 묵직한 게 몸이 자꾸 늘어진다. 그럼에도 또다시 맥주잔을 집어 드는 것은 떠들석한 분위기 속에 말동무 하나 없이 오도카니 앉아 있는 고독감 때문이었다. 후미야를 마지막으로 본 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2년이 지났나… 첫사랑이었던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역시 그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냥 갈걸 그랬다. 혹시나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차려입고 온 것이다. 취기가 돌자 천장의 얼룩이 머리위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냥, 집에 가자… 가는게 좋겠어… "정신 좀 차려봐, 마리." 뒤에서 누가 흔든다. 어깨에 와닿는 차가운 감촉. 돌아다보니 미소 띤 얼굴이 있다. 추억의 시작과 끝, 늘 가슴속 같은 자리에 있던 그 미소. 후미야 였다.

사랑했던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느 것부터 보여드릴까요, 손님?" 아야가 부탁도 하기 전에 점원은 쇼원도를 열기 시작한다. 커다란 콩 정도 크기의 오팔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자, 점원은 흐뭇하게 웃으며 흰 장갑을 끼고 왕족들이나 할 법한 그 장신구를 꺼냈다. "역시 눈이 높으시네요. 이것은 저희 매장에서도 좀처럼 들여놓기 어려운 최고급 주얼리랍니다. 한번 걸어보시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점원은 아야의 등 뒤로 돌아 백금 체인의 펜던트를 아야의 목에 걸었다. 흰 피부색과 고운 살결에는 자신이 있는 아야다. 가슴 골짜기에서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강한 광선을 발하며 빛난다. 그때였다. "아야 아니야?" 느닷없이 자기 이름이 들리자 아야는 번개에라도 맞은 듯 몸을 움추렸다. "아야 맞지? 구스노키 아야." 남자는 안경을 벗어들고 아야에게 다가온다. 같이 온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는데도 남자는 얼굴 가득 미소지으며 아야 앞에 섰다.

다시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심장은 이미 멈추고 의식은 아득히 멀어져 가면서도, 어렴풋이 움켜쥔 희망. 자신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녀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영혼으로 화(化)해 가면서도 최후의 순간 목격한 것은 아비규환의 생지옥. 생살이 타들어가는 냄새, 뜨거운 광풍, 어디선가 들려오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 들다가 마침내 끊기자 시작되는 어머니의 오열. 신교지 가오루는 반복되어 나타나는 꿈으로 인하여 카운셀러를 찾게되고 '퇴행최면'을 통하여 그 꿈이 자신의 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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