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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의 기도

9년 전의 기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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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334g | 130*190*20mm
ISBN13 9791186686096
ISBN10 11866860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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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오노 마사쓰구
1970년 오이타 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교양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언어정보과학 박사 과정을 중퇴했으며 파리 제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릿쿄대학 문학부 문예사상전수 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1년 『물에 잠긴 묘지』로 제 12회 아사히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 『번잡한 포구에 감싸인 배』로 제 15회 미시마 유키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이 책 『9년 전의 기도』로 제 152회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숲의 한 구석에서』 『마이크로 버스』 『선로와 강과 어머니가 섞이는 곳』 『포구에서 매그놀리아의 정원으로』 『밤보다도 큰』 『사자의 코』 등의 작품이 있다.
역자 : 양억관
번역가. 번역 작품으로 『코인로커 베이비스』 『69』 『공생충』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노르웨이의 숲』 『언더그라운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용의자X의 헌신』 『공부는 왜 하는가』 『살아가는 의미』 『열네 살』(만화) 『중력 삐에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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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섬이 두 개 떠 있다. 육지에 가까운 것이 흑섬이고 더 먼 곳에 있는 게 문섬이다. 사나에의 어머니는 바로 그 문섬 출신이다. 두 섬은 육지의 손길을 뿌리치고 드넓은 바다로 달려 나갈 것처럼 보였다.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며 몇 개의 곶이 서로 힘을 모아 집요하게 잡아끌기도 하고 몸을 뻗치기도 하는 바람에 이렇게 복잡한 해안이 생겨난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 p.17

가능하다면 거기서 그만두고 싶었다. 혼자 항구로 돌아가고 싶었다. 바다가 울었다. 오지 마, 하고 바다가 말해 주기를 바랐다. 암장을 쓰다듬는 파도 소리가 아무리 부드러워도 암장처럼 거칠게 쪼개진 사나에의 마음은 그 손길을 찢어 버린다. 바다가 상처받는다. 상처받으면 돼. 그러나 바다는 상처받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사나에가 바라는 그런 말도 해 주지 않는다.
--- p.78

사나에의 가슴에는 아무런 슬픔도 없었다. 그것은 사나에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돌아본들 햇살 아래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슬픔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몸을 웅크리더니 사나에의 손 위에 그 손을 올리고 위로하듯이 쓰다듬었다. 불안은 지워지지 않았다.
--- p.112

그렇다, 바다거북은 벌렁 뒤집어져 있었다. 그 딱딱한 배는 마치 달에서 떨어지는 빛에 물든 듯 하얬다. 사지를 버둥거릴 때마다 등껍질이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그 무게 아래서 무너지는 모래 쓸리는 소리는 부드러운 파도 소리에 지워져 들리지 않는다. 설령 이 쇠약해진 바다거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눈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해도 파도 소리에 지워지고 말았으리라.
--- p.118

햇살은 투명한 의상으로 죽음을 감싸 줄 따름이다. 투명하다면 감출 수 없잖아? 누군가가 제멋대로 유마의 의식을 통해 말을 하고 있었다. 머리 한 부분을 납치당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왜 청결한 느낌이 들까. 길가에는 폐가가 드문드문 박혀 있었다. 새로 지은 집도 있고 오래된 집도 있고, 사람 사는 기색이 뚜렷한 주거 바로 곁에 생명을 잃은 텅 빈 집이 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같이 지내고 있다.
--- p.139

도시야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바랐다. 도시야가 그날 아침부터 오이타의 대학병원에 문병하려 했던 도기라는 친구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했다. 그런데 사이가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도기는 동작이 굼뜨고 뭘 해도 서투른데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다. 괴롭힐 생각은 애당초 없었지만, 자신의 형들에게 당했던 그런 짓을 도기에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다만 도시야와 달리 도기는 저항하지 않았다. 뭐든 시키는 대로 했다.
--- p.194

후후, 도시야는 웃었다. 조수석의 젊은이는 아마 괴이쩍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했다.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코 형, 남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오히려 그 애가 걱정하며 그런 말을 전해달라고 할걸. 도시야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제멋대로 춤추고 있었다. 이것이 정말 웃기는 일일까. 오늘 만나지 못해도 좋다. 다시 가면 되니까. 그리고 다음에 도기한테 문병 갈 때는 마코 형, 그럼, 데리고 갈게. --- p.202

지금은 우리가 곁에 있어서 좋지만 우리가 죽은 다음 혼자서 어떻게 살지……. 그리고 그 말에서 심각한 의미를 지우려는 듯이 미츠는 미소를 머금었다. 아름다우면서 슬픈 꽃 같은 미소였다. 자네가 세상을 떠나도 내가 있으니 괜찮아, 하고 치요코는 말하려다가 이미 여든이 된 자신이 미츠보다 오래 살 리 없다는 것을 깨닫고 너무 부끄러워 그냥 웃고 말았다.
--- p.212

치요코는 비로소 그 꽃의 이름을 알았다. ‘악의 꽃’, 입술을 움직여 보았다. 마치 예전에 그런 꽃들이 흩뿌리던 꽃가루가 특수한 신호처럼 치요코의 뇌인지 신경인지를 자극해서 그녀의 몸 저 안쪽, 그래, 남편의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자궁 저 안쪽에서 발생한 그 무엇, 그러나 지금까지 쭉 잠들어 있던 뭔가 나쁜 씨앗 같은 것이 마침내 ‘악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난 것 같았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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