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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인간

회복하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사색

[ 양장 ]
리뷰 총점6.4 리뷰 7건 | 판매지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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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6g | 133*189*20mm
ISBN13 9788991319004
ISBN10 89913190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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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며 70년이라는 세월을 돌아볼 때 저에게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할머니와 아버지가 잇따라 돌아가신, 전쟁이 끝나기 전해로부터 5년간입니다.
폭풍우 부는 한밤중에 정전이 된 거실의 촛불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들어 불어난 강물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모두들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앞날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의 우울한 얼굴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이렇게 돌아가시니 저를 진학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어머니에게 주지 스님은, 열심히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길은 있는 법이라며 저를 불러들이셨습니다. 그 학교는 불교를 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곳인데 학비는 필요 없다. 거기서 정말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돈, 명예, 지위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인간이 된다. 너는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저는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주지 스님이 돌아가고 나서 어머니가 꾸중을 하시기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나 지위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를 해서 자신이 할 수 있게 된 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 그것은 명예를 갖고 싶다는 것 아닌가?
어머니가 실망하시기에 저는 덧붙였습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일할 생각이다….
--- p.67-68
히카리가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은 열네댓 살 때 찾아온 ‘간질’을 필두로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만나며 언제나 그가 ‘회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에 맞섬으로써 (우리들 부모도 함께) 그 이전보다 확실히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하는 생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써 왔으니 되풀이하지 않겠지만, 히카리가 시각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있으나 청각은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라든가 초보적인 악보읽기를 아내가 가르쳤고 절대음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뛰어난 선생님들을 만나 그분들이 작곡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던 그 과정도 여기 포함됩니다.
저는 저희와 마찬가지로 지적 장애아를 두고 계신 진지한 어머니들로부터 어떤 조기교육을 받게 하면, 예컨대 작곡가와 같은 방향으로 재능을 길러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담긴 편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는 그저 히카리가 잇달아 고통스런 상태에 빠졌지만 그것으로부터 ‘회복’하는, 그때의 위를 향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그러한 것들이 축적되면서 히카리의 경우 음악을 향해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히카리가 자신이 작곡한 것을 CD로 만들고 연주회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가족들에겐 멋진 일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회복’된다고 하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를 히카리와의 공생의 세월 속에서 점차 깊이 믿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회복’이 가져다준 전향적인 진전에 맞추어, 아내가 우연히 좋아하고 있던 클래식음악을 가르쳤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인 것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음악가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이 또한 우리에게는 (어쩌면 히카리에게도) 장애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의, 말하자면 부차적인 산물이었던 셈이죠.
--- pp.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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