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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리뷰 총점7.8 리뷰 20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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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03g | 153*224*30mm
ISBN13 9788959060771
ISBN10 895906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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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다시 식권 판매소에 가서 아주머니에게 내가 귀화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표정으로 “아, 그럼 처음부터 귀화인이라캐야죠. 한국인이라카니까네 나하고 뭔 장난하노 싶었제.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나는 귀화인이다’ 이렇게만 하믄 오해가 없거든.” 그래도 ‘한국인’으로 인정이 안 되는 것이 마음에 좀 걸렸다. 마산 사투리를 약간 써서 동향을 강조하며 ‘같은 한국인’으로 인정해주기를 간청해봤다. 코쟁이 놈이 사투리를 쓰는 광경이 웃겨서인지 아주머니는 파안대소하며 “그래, 한국인으로 인정한다, 탕 탕 탕!”하여 손으로 탁자를 쳤다.
--- 귀화인도 ‘한국인’인가 중에서

어쩔 수 없다면 결국 가야 하겠지만, 나는 솔직히 교도소행을 잠재적 전제로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할 만큼 강인한 사람이 못된다. 매일같이 연구실에서 책을 보고 작업하는 것이 하도 습관이 되어서, ‘공부’의 세계와 원치 않은 작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손이 떨린다. 한국이 노동자의 나라가 되기 위해 투쟁하시는 분들에게 미력이나마 당연히 보태드려야 한다는 것은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책무의식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투사형이 아닌 것 같다.--- 내가 현실정치를 평생 못할 이유 중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은 것 같은데, 어제 후쿠오카 시 관광안내소에서 겪은 경험은 좀 특별했다. 한국음식이 하도 그리워 안내소에서 한국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있는데 한 일본 남성이 알고 있는 식당이 있다며 말을 걸어 왔다. 그러다가 돌연, “아 참, 한국음식도 좋지만 코리안 호스티스는 필요하지 않아요? 좋은 업소를 알고 있는데…….”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안내소 여직원들 앞에서 말이다. 만약 지금이 19세기고 내가 유럽귀족이었다면 그의 언행을 ‘여성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고 그의 얼굴에다 장갑을 던져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다. --- “코리안 호스티스가 필요하세요?” 중에서

어제 영문 일간지에서 대학도 아닌 학원가에서 흑인 강사들이 당하는 차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법체계에 아직 인종차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인지 학원가에서 강사직을 구하겠다는 흑인에게 “죄송하지만, 우리 학부모들이 백인을 선호한다” “참 미안한데, 우리는 백인을 찾는다”라고 대답해도 무방한 모양이다. 3년 전에 내 아내가 오슬로에서 구직운동을 했을 때 누군가 “동양인이니까 서양음악을 어떻게 가르치겠느냐”라고 하기만 했다면 소송을 제기하여 아주 큰돈을 벌 수도 있었을 터인데…….
--- 아니, ‘백인’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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