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공간이며, 관계로 해결할 문제를 소비로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공간이다. 서로의 눈빛과 얼굴 표정을 보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면서 단골이 되고, 거래처가 되는 것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마트는 편리와 효율을 가장한 외로움과 고립무원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그래서 마트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관계를 회복하려는 일말의 희망을 의미한다. ---「제1장 - 소박한 삶, 소박한 공동체를 꾸릴 권리」중에서
마트에서의 소비는 물건들 틈에서 길을 잃게끔 설정된 복잡한 미로를 따라 집착이나 도착이 강렬해지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마트는 마치 ‘득템’을 바라며 가상공간을 헤매는 게이머처럼 소비자들의 탐색과 집착의 시선을 매우 자연스러운 것인 양 만들어버린다. 또한 수많은 광고와 이미지에게 소비를 위한 결단을 맡기는 우스운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한 점에서 마트는 소비라는 결사와 결단, 결의, 연대의 자유조차도 빼앗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장 -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소비할 자격」중에서
공동체와의 거래에는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그 거래에는 사실상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돌봄의 감정을 유통시키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었다. 그 속에 스토리와 감정표현이 있었고, 공동체의 오래된 꿈이 성숙되고 발효되었다. 그 꿈은 오랫동안 유지되던 생명 평화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트에도 공동체의 꿈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각각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은 아닐까? ---「제3장 - 꿈꿀 자유, 사랑할 자유」중에서
다양성·복수·여럿이 왜 중요할까? 그것은 내부에서 도가니처럼 들끓는 북적거림과 풍부함과 수다스러움이 공동체를 살아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관계망이 풍부해지고 지혜와 아이디어가 샘솟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수자와 이방인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마을과 공동체 안에서 아주 특이하고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가 생겨나 수다스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제4장 - 어중이떠중이와 공존하는 법」중에서
마트를 가지 않는 것은 그저 다가올 문명에 대한 수용적이고 수동적인 받아들임이 아니다. 이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안 사회를 구성하고 만들려는 실천이다. 대안은 아주 가까이에 서식하고 있다. 우리 주변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와 의미를 주목할 때 문명의 전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저 마트를 가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일상을 바꾸어보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혁명가도 없고, 혁명 운동도 없고, 혁명적인 이론도 없지만 우리의 도처에서 우리를 바꾸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혁명적 낙관주의는 문명의 전환을 이끄는 효모이자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