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 서걱.
발소리가 멈췄다. 저만치 앞 어둠 속에 사람의 형상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가 지레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덩치가 크지 않았다. 고작 어린 소년 같았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똑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용기를 한데 모은 다음, 앞에 나타난 그 형상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걸음을 떼어 놓았다. 과연, 덩치가 아주 작은 어린 소년이었다. 더러운 옷을 입고,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소년이었다.
스탠리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바보같은 짓어었던가! 그 얘기를 들으면 아내는 내일 하루 종일 이웃들에게 소문을 내느라고 여간 분주하지 않을 것이다.
"얘, 넌 누구냐?" 스탠리가 소년을 보고 물었다.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스탠리가 모르는 소년이었다. 요새는 인근에 새로 이사를 온 집들이 퍽 많았다. 이제 그는 이웃 아이들의 얼굴을 다 알 수가 없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니? 길을 잃었어?"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어쩐지 무언가 이상한 기색이 느껴졌다. 불현듯이 스탠리의 마음을 몹시 불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어둠 때문인지는 모르겟지만, 하여간에 소년은 매우 창백하고 파리해 보였다. 또한 매우 굶주려 보였다.
"너 괜찮아?" 스탠리가 다시 물으며 소년에게 다각갔다. "내가..."
뚝!
그 소리가 바로 그의 머리 위에서 들렸다. 크고 섬뜩한 소리였다. 소년이 재빨리 뒤돌아서 뛰어가다가 길옆으로 사라져 버렸다. 스탠리가 막 고개를 쳐들었을 때, 거대하고 빨간 어떤 형테가 그의 눈에 얼핏 보였다. 박쥐인가 싶게 생긴 것이 나뭇가지를 뚫고 덮쳐 오고 있었다. 너무도 빨리 덮여 와서 그는 미처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 pp. 14~15
"저 나이에 스카우트 복을 입은 꼴이 참 우습지?" 쓰러진 그 남자를 굽어보면서 미스터 크렙슬리가 비웃듯이 말했다.
"스카우트 해 보셨어요?"
"우리 어렸을 적엔 그런 게 없었어."
그가 살이 많은 그 남자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면서 벙긋 웃었다. "피가 아주 그득하군."
미스터 크렙슬리가 남자의 다리에서 핏줄을 하나 찾아서 손톱으로 그었다. 이내 피가 배어나오자 그가 거기에 입을 대고 빨았다. 그의 두 볼이 움푹 꺼졌다. 그는 피를 '고귀한 빨간 수은'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귀한 피를 단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나는 몹시 마음이 불편한 채로 그를 지켜보았다. 내가 그를 거들어서 사람을 공격한 게 이번이 세 번째엿다. 그러나 전혀 저항하지 못하게 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아직은 너무도 생경스러웠다.
내가 '죽은' 지 그새 거의 두 달이나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은 끝이 났고, 나는 반 뱀파이어가 되었으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 pp. 17~18
"저 나이에 스카우트 복을 입은 꼴이 참 우습지?" 쓰러진 그 남자를 굽어보면서 미스터 크렙슬리가 비웃듯이 말했다.
"스카우트 해 보셨어요?"
"우리 어렸을 적엔 그런 게 없었어."
그가 살이 많은 그 남자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면서 벙긋 웃었다. "피가 아주 그득하군."
미스터 크렙슬리가 남자의 다리에서 핏줄을 하나 찾아서 손톱으로 그었다. 이내 피가 배어나오자 그가 거기에 입을 대고 빨았다. 그의 두 볼이 움푹 꺼졌다. 그는 피를 '고귀한 빨간 수은'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귀한 피를 단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나는 몹시 마음이 불편한 채로 그를 지켜보았다. 내가 그를 거들어서 사람을 공격한 게 이번이 세 번째엿다. 그러나 전혀 저항하지 못하게 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아직은 너무도 생경스러웠다.
내가 '죽은' 지 그새 거의 두 달이나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은 끝이 났고, 나는 반 뱀파이어가 되었으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 pp.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