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세우는 것은 성숙한 활동이고, 건강한 자아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통제하고 지배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오히려 인생의 기쁨을 놓치는 첩경이 됩니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삶의 본질입니다. 계획대로 되기를 바라는 욕구만 갖고 있고, 계획과는 다르게 일어나는 일들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인생 조건>에 언제나 난타당하기만 할 것입니다. … 실제로 인생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풀이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자아에 휘둘리지 않는 그 어떤 방식으로 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우리를 들뜨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은 자신만의 계획보다는 계획과 다르게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드러납니다.
---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중에서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각자가 누리는 혜택과 즐거움의 크기가 달라 보이거나, 각자 겪는 고통의 크기가 서로 달라 보일 때 우리는 불공평한 세상이라는 이 인생 조건과 부딪치고 불만스러워합니다. 우리는 흘끔거리면서 자신만의 주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서로 누리는 행복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살아가고, 자신의 고통이나 즐거움의 크기를 자기 입맛에 맞게 과장하거나 축소합니다. … "왜 착하고 죄 없는 사람이 고통받을까?"라는 것은 인간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수수께끼입니다. 이 의문 속에는 모든 고통은 죄에 대한 처벌이자 대가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나쁜 사람은 고통받고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잔인한 전제도 깔려 있습니다. 복수와 처벌이 우리의 영혼에 너무 깊게 각인되어 있어서 우리는 복수와 처벌을 통해서 상황이 다시 공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 잘못과 실수가 허용되고, 받아들여지고, 친절하게 수정될 거라는 믿음 대신에, 분명하고 정확하게 처벌받게 될 거라는 믿음을 부모들이 가장 먼저 심어준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나쁜 짓을 하면 앙갚음당한다는 두려움을 자동으로 내면화합니다. 아직 발각되지 않은 나쁜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해서 심지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이 충분히 벌을 받지 않았다고 느끼기조차 합니다.
--- <세상은 불공평하다> 중에서
고통은 벌이 아니고, 쾌락도 상은 아니며 고통과 쾌락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 쾌락은 그저 모든 존재의 모습일 뿐이며 다른 인생 조건인 '변화'의 본질 속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개 즐거움과 쾌락은 당연하다는 듯이 취하면서 고통만을 없애고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 살고 있지만, 고통과 쾌락 사이의 경계선은 우리의 생각처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고통과 쾌락은 서로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서로를 위한 조건이 됩니다. 대개 쾌락의 상실이 고통이 되며, 또한 고통의 해결이 쾌락이 됩니다. … 똑같은 고통을 겪어도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매우 달라집니다. 사업의 실패라는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자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성공한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훌륭한 경험이 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원인들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해결하려면 그 해답을 원인에서 찾아서는 안됩니다. 그 고통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그것을 처리할 것인가에서 찾아야 합니다. …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있고, 훌륭하고, 멋지고, 좋은 것들의 밑바탕에는 빠짐없이 고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통에서 도망치기만 하면서 뭔가 좋은 것을 얻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고통은 모든 창조의 구성 요소입니다. 삶에서 고통이 사라지면 의미도 사라집니다.
--- <고통은 삶의 일부다> 중에서
우리가 낯선 곳에 가서 환대받으면 경계심으로 가득했던 우리 안에서 호의와 애정이 생겨나는 것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그것들 안에 있는 사랑과 신성함이 드러납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고, 두렵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것들이 피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것 안에 있던 가장 아름답고 선한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가 되면 끝난다> 중에서
우리는 삶에서 언제나 꿈과 희망, 행복, 웃음, 풍요, 안녕을 추구하고 그것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좋은 것을 보고 손을 뻗을 줄 아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본능입니다. 지혜란 좋지 않은 것을 다루는 것입니다. <인생 조건>은 늘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어깨를 툭툭치며 삶이란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일깨워줍니다. 삶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바를 다할 줄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 조건>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입니다. 이 지혜를 통해 우리는 교묘하고도 신비로운 인간 삶의 방식을 터득하게 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