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문 발행인에 불과했던 율리우스 슈트라이허도 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검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은 반유대인 범죄의 물리적인 범행에 직접 관여한 정도는 비교적 낮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에서 피고는 직접적인 범죄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정부도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없다면 대량 학살 정책을 시작하고 실행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을 교육하고 살인자들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가르치고 증오를 주입하는 것 …… 그것이 슈트라이허의 일이었다. …… 일찍이 그는 박해를 주장했다. 그리고 박해가 벌어지자 그는 몰살과 절멸을 이야기했다. …… 이런 범죄들은 피고나 그 비슷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 그가 없었다면, 헤르만 괴링, 칼텐브룬너, 히틀러 같은 자들의 명령을 따를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드러내기」중에서, p. 16~17
이번에도 성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럼 강간의 정의는?
“여성의 의지에 반하여 그 여성의 성기에 삽입하는 행위입니다.”
“그 정의에 피해자 남성은 포함되지 않는군요.” 내가 말했다.
“그것 참 흥미롭죠?”
“아, 그러니까 이런 얘기군요. 어떤 여성 또는 어떤 사람의 시민권은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지 않는군요.”
“성별은 법에서 증오범죄로부터의 보호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성별이 보호계층 범주라고 가정하면, 강간이 증오범죄에 포함될까요?” 내가 물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 동기가 명백하게 다릅니다. 강간은 증오범죄가 아니에요.”
---「드러내기」중에서, p. 21~22
그러므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이 숫자들---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숫자들 뒤에 있는 현실---은 우리가 아이들을 증오한다는 것을 함축하는가? 그 질문을 이렇게 살짝 바꾸어보면 아마 그 답이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소중히 여기는가?’
그 대답은 물론 ‘그렇다’다. 여섯 살짜리 어린이와 한 번 할 때마다 1~2달러를 내니까. 우리가 필리핀에 있는 게 아니라면 그 경우에 6달러가 들겠다.
그러니 이 질문을 다르게도 던져보자. 미국 노예제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증오에 기초하고 있었는가, 아니면 경제적인 것에 기초하고 있었는가? 증오라는 말이 적당한 말이기는 한가?
---「비가시성」중에서, p. 57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내 옷은 착취 공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 고기는 공장형 축산시설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빼앗아 가고, 내가 먹는 값싼 채소는 가족농을 몰아내는 농업기업이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압수한다(공장형 농장에서 자라는 것을 상추가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외부인들은 “상추는 획일적인 걸 싫어한다”고 말할 것이다). 채소뿐 아니라 커피도 빼앗아 가버린다. 커피 재배가 열대림을 파괴하고 명금류 철새 개체군을 격감시키고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소농들을 땅에서 몰아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이유로 내 차를 가져가버린다. 결혼 반지도 빼앗아간다. 광업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자연 경관과 공동체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전자렌지, 냉장고도 가져가버린다. 제기랄, 전기 배선까지 통째로 가져가버리는 이유는 전기를 만드는 환경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란다(댐은 연어를 죽게 하고 화력 발전소는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고 산성비가 내리게 하며 풍력 발전소는 새들을 죽인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자).
---「땅 되돌려주기」중에서, p. 98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고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고 우리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살과 뼈, 피부가 있고, 심장이 있으며, 우리는 어떤 이의 누이이고 딸이고 손녀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여자입니다. 존중과 품위로써 대우받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리는 권리를 우리도 가지고 싶습니다. 나는 인신매매를 당했고, 강간을 당하고 구타당한 후 억지로 남자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욕을 당하고 물건처럼 취급되어 남자들이, 그래요, 남자들이 쾌락을 느끼게 해야 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다주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쾌락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수치심, 고통, 모멸감뿐이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연설을 여러 번 읽었는데, 그때마다 경제와 증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허위 계약」중에서, p. 307
모건은 살아있을 때에도 “나라의 구세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죽은 뒤에는 더 치켜세울 말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치켜세워진 상태는 최소한 계속되었다. 모건 사후에 교황 피우스 10세는 그를 “위대하고 선한 사람”이라 불렀다. 런던의 한 신문에 따르면 그는 “맹렬한 추진력”의 소유자였고 “아낌없이 자선을 베푸는 사람”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현실적인 천재로서 …… 박애주의와 인본주의의 전 영역에 헌신했다. 전세계가 현명한 카운슬러이자 도움이 되는 친구 한 사람을 잃었다.” 《뉴욕 트리뷴》은 이렇게 썼다. “그는 엄청난 재산을 남겼지만 부보다 더 값비싼 훌륭한 이름 또한 남겼다.”
그는 그의 이름을 딴 회사 또한 남겼다.
---「기업, 경찰, 그리고 아귀들」중에서, p. 358
사람들은 KKK가 대변하는 가치를 좋아했다. 유명한 신문 기자 멘켄(H. L. Mencken)은 이렇게 썼다. “KKK를 해체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아직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KKK가 유대인을 싫어한다면, 공화국의 좋은 호텔의 절반, 좋은 클럽의 4분의 3도 유대인을 싫어한다. KKK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나 외국계 사람을 싫어한다면, 미국예술가협회도 외국인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KKK가 흑인들을 싫어한다면, 메이슨 딕슨 선(미국 펜실베니아?메릴랜드?델라웨어 세 주의 경계선---옮긴이) 이남의 주들도 모두 흑인을 싫어한다. KKK가 저주와 처형에 찬성한다면, 감리교 교회도 그렇다. …… KKK가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편물을 이용한다면, 적십자도 그렇다. KKK가 자기 도덕성을 스스로 검열한다면, 미국 의회도 그렇다. KKK가 어떤 사람의 딸을 강간한 무어인에게 린치를 가한다면, 당신이나 나 역시 그럴 것이다.”
---「개척지 넓히기」중에서, p. 423
모순처럼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많은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소사업가 역할을 했고 귀족과 빈민 사이의 ‘중간층’으로 살아왔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부자들에게 고용되어 임대료 수금 같은 인기 없는 일을 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귀족계급에게는 멸시와 천대를 받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원성을 들었다.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멸시하고 가난한 자들은 부자들을 미워하지만, 유럽 많은 지역의 유대인들은 양 모두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는 난처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바우만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서로 적대하고 갈등하는 계급 대립의 목표물”이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중간에 끼인 것이다.
이러한 증오가 독일에서 폭발한 주요 이유는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결과, 연합국이 제시한 굴욕적이고 파괴적인 협약을 맺어야 했고 그로 인해 독일 사람들이 매우 비참하게 살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홀로코스트」중에서, p. 477
그러나 함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본 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했다.
시간이 지나자 걷는 게 좀 쉬워졌다. 그가 몰랐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거의 가능해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아버지가 당신을 노예로 만들었다고요? 근데 노예가 뭐예요? 우리가 모르는 말인데.” 그들이 말한다. 함은 그들과 함께 산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가 전에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행복하고 풍부한 자유의 느낌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함은 예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애초에 어떻게 해서 거기에 오게 되었는지도 잊어버렸다.
---「집으로」중에서, p.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