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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유산

은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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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43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94384
ISBN10 895759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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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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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신성했다. 그건 믿음이었다.생물학적으로 용은 용을 낳는다. 한때 개천에서 돌연변이 용이 나기도 했으나 개천은 모두 복개되었다. 시멘트 아래 고여 있는 개천에 호스를 박아 썩은 물을 뿜어 올리는 건 TV상자와 신화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주역에 ‘혹약재연(或躍在淵)이면 무구(无咎)니라’ 하는 궤사가 있다. 못에서 자란 이무기가 용이 될 수 있을까하여 도약해보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연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 연못은 오랫동안 가문이었으나 격변기에 그 연못에도 변동이 일어났다. 새로운 연못이 생겼고 기존의 연못들은 더 커지거나 고갈되었고, 고색창연함으로 부패를 감추었다. 분명한 건 용이 되려는 이무기는 연못에 살고, 연못은 집이나 논이나 밭, 산이나 공장, 구멍가게에 비해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구멍가게 옆이나 공장 옆으로 나란히 흐르던 개천이 마른 뒤, 사람들은 꿈 없이 젖은 자리를 뒤척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먼 조상의 일도 아니고, 바로 윗대, 윗대의 일입니다. 바로 잡아야지요.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뿌리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필준은 자신이 이만한 사업체를 꾸리지 않아도 이들이 이렇게 들이닥쳤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필준은 나름대로 건실한 중견 건설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인섭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지만, 필준도 다부지게 키웠다. 다른 기업체와 달리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았다. 가풍이었다. 할아버지 찬우는 정미소로 돈을 벌면서 현금과 부동산을 적정한 비율로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사업을 건설업으로 바꾼 것은 아버지 인섭이었다. 박정희 때 건설붐을 타고 중동까지 진출해서 기반을 다졌다.

“형망제급이라 했습니다. 고라실 종손이었던 정우, 영우 두 어른이 그렇게 가시고, 또 연식 어른도 후사가 없으셨으니, 연식 어른의 아우였던 경식 할아버지가 종손 자리를 맡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식으로 종친회를 열고 형님을 종손으로 추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젊은 사람부터 겨우 걸음이나 뗄까 말까 한 늙은이까지 몰려와 읍소하는 이 한 무리의 낯선 종친이란 남자들을 물리칠 방법은 묘연했다.

혈연이란 고리 하나를 들고 질기게 들러붙는 이들을 필준은 난감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문중의 이름으로 들이닥친 이들의 결연한 표정은 낯선 위압이었다. 핏줄이란 이렇게 엉뚱하고 우습고 이해불가의 형태로 사람을 옭아매기도 하는구나 하는 불편한 생각만 맴돌았다.

그렇게 해서 끌려온 게 지금 사당 앞이다. 불천지위니 뭐니 하는 낯선 세계로 끌어들인 이들의 기세로 보아, 사당이란 게 대단히 거룩하고 위엄이 넘치는 무엇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사당이란 게 겨우 쓰러지기를 모면한 초라한 건물 안에 먼지만 겨우 가신 검은 탁자와 위패만 달랑 있는 것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파보나마 족보를 정비할 때가 온 거요.”
“맞습니다. 지난 왜정 때 죽비 어른께서 파보를 편찬하시려다가 끝내 이루지 못하고 가신지 근 팔구십 년 만이외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요. 대동보까지야 무리지만, 우리 충숙공파만이라도 이번 참에 새 족보를 만듭시다.”

필준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있는데, 문중 사람들은 제각기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은 듯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결연했는데, 필준은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가, 황당하기도 하다가, 무슨 도깨비놀음인가도 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찬우에게 집안 내력에 대해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 찬우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필준을 앉혀놓고 족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착이라 할 만큼 지겹도록 읊어대는 바람에 내심 반항도 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옛 타령이라 여기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교조적이지 않은가. 필준은 자신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음을 알았다.
“그동안 못한 종손의 도리를 충실히 하셔야겠습니다. 찬자 우자 할아버지께서 군산에 살아 계신다는 말만 들었어도…… 쩝쩝. 죽비 어르신께서 사손을 잇지 못하고 가신다는 죄책감 때문에, 숨만 깔딱깔딱 목에 걸린 채 이틀 동안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중음에서 고통을 받다가 돌아가셨지요. 작은댁의 경자 식자 할아버지가 있는 재산 다 팔아서 독립운동 하신다고 중국으로 떠나시고 난 다음, 자식도 독립운동 하다 옥사하시고, 숱한 고난과 어려움으로 이 종택을 지키시다가 쓸쓸히 가셨어요.”

필준은 할아버지가 군산에서 큰 정미소를 하신 게 바로 고라실 재산의 일부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필준이 기억하는 한 할아버지는 부자였다. 군산으로 와서 일본으로 공출되는 쌀을 정미하면서 대단히 큰 돈을 벌었다. 그 일이 청년 시절엔 조선 백성의 피를 뽑아 번 돈이라 떳떳하지 못했는데, 그 사업의 종자돈이 독립운동 자금이었단 사실에 필준의 얼굴은 홧홧해졌다. 그러나 필준은 문중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너의 부의 바탕엔 바로 이 고라실의 고난이 있었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것 같아 불쾌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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