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장롱예금이라는 말이 있다. 1995년 6,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잠옷 바람으로 집을 뛰쳐나오면서 꼭 챙겨 나온 것이 바로 장롱예금이었다고 할 정도로 집에 돈을 묻어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바로 세금과 이자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현금자산은 1,400조 엔에 이를 정도로 거액 보유자들이 많다. 잿더미에서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민들인 만큼 쓰지 않고 모은 결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야겠는데, 상속세가 무서워 장롱 밑바닥에 묻어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 pp.130-131
삼성이 소니를 앞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전략, 실력의 토대가 되는 기술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산업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차원의 기술 시대에 대비했다. 그 결과 90년대 들어 세계 1위의 반도체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초박막 액정화면(TFT-LCD)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05년 세계 시장 규모가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이 한국의 경제회복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이같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앞서가는 기업들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소니 추월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를 둘러싼 기업환경이 더욱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앞서 일본의 위기를 초래 한 구조적 원인, 즉 그 닮은꼴들이 한국경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p.267
고도 성장을 구가하며 “이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이제 더 이상 쫓아갈 목표도 없다”고 들떠 있던 일본은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한다.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이 처음 쓰인 곳은 실은 일본이 아니다. 자고 나면 수배로 뛰어 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실업자가 넘쳐나는 중남미 국가들에서 198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정책을 받던 시절에 쓰이던 말이었다. 일본에서는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1990년대의 일본을 가리키는 말로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무라카미는 이후에도 1999년의 베스트셀러 《저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었을까》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예컨대, 그는 부실금융기관 구제에 투입된 공적자금으로 애플컴퓨터사를 매입할 수 있었다든가, 이탈리아의 바조와 같은 유럽의 유명 축구선수를 여러 명 데려올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공적자금으로 투입된 돈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줌으로써 사람들의 무뎌진 금전 감각을 환기시켜 보려고 했던 것 같다.
--- pp.85-86
‘다베호다이’, ‘햐쿠엔 쇼프’, ‘헤이지쓰 한가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시부야·아메요코 등은 물론이고, 고급 번화가인 긴자와 임대료가 비싼 주택가인 아자부주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연중 세일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2,000∼3,000엔을 내고 입장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다베호다이(食べ放題)도 널리 확산되어 있으며, 양식 뷔페와 중국집은 물론이고 생선초밥을 먹는 스시야, 샤브샤브 식당 등에 까지 널리 전파되어 있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한국보다 2∼3배 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은 아니지만 대단히 싼 값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다.100엔 짜리 물건만 파는 햐쿠엔(百円) 숍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달라진 풍경은 전에는 볼 수 없던 ‘고가품’들이 무더기로 나온다는 것이다. 철제나 플라스틱으로 된 웬만한 주방용품은 물론이고 우산과 과자, 문방구 등도 100엔이면 해결된다. 일부 업체는 100엔짜리만 판매하는 사업에 나서 전국에 체인점을 내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엔 100엔보다 싼 88엔짜리 물건만 파는 곳도 등장했다.
--- pp.149-150
‘다베호다이’, ‘햐쿠엔 쇼프’, ‘헤이지쓰 한가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시부야·아메요코 등은 물론이고, 고급 번화가인 긴자와 임대료가 비싼 주택가인 아자부주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연중 세일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2,000∼3,000엔을 내고 입장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다베호다이(食べ放題)도 널리 확산되어 있으며, 양식 뷔페와 중국집은 물론이고 생선초밥을 먹는 스시야, 샤브샤브 식당 등에 까지 널리 전파되어 있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한국보다 2∼3배 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은 아니지만 대단히 싼 값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다.100엔 짜리 물건만 파는 햐쿠엔(百円) 숍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달라진 풍경은 전에는 볼 수 없던 ‘고가품’들이 무더기로 나온다는 것이다. 철제나 플라스틱으로 된 웬만한 주방용품은 물론이고 우산과 과자, 문방구 등도 100엔이면 해결된다. 일부 업체는 100엔짜리만 판매하는 사업에 나서 전국에 체인점을 내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엔 100엔보다 싼 88엔짜리 물건만 파는 곳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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