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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 유동주 교수의 영국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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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96g | 153*224*20mm
ISBN13 9788988138929
ISBN10 8988138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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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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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지리를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지도도, 동행도 없이 나는 호기심에 차 생소한 거리를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는 문이 굳게 닫힌 집들만 이어질 뿐, 한참을 걸어도 상점이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어두워질 무렵 주택가 골목길에 불 밝히고 모여 있는 몇 개의 상점들을 겨우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전혀 감각이 없었다. 그날 발길이 그쪽으로 닿았던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낯선 땅 어디에도 사람이 있고 친구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런던에 이어 또다시 확인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 pp.18~19

한국말을 아예 접어두고 영어만 생각하고 생각하며 살리라고 각오하고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퍼뜩 물고기가 물에 살고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사람이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목까지 차올라 오는 것이었다. 책을 읽다가도, 토론을 하다가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어쩐지 안개가 낀 것같이 답답한 느낌이 들곤 했다.
--- pp.25~26

얼마나 달렸을까. 눈을 떠보니 정지해 있던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복을 입은 직원이 승객 한 사람씩 기차표를 검사하며 다가온다. 그는 내가 내민 표를 보더니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콧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의 악센트는 지독하게 강한 지역 사투리였다. 그는 이 기차가 하리치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그에게 물었지만, 빠르고 투박한 그의 말씨는 도무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 p.62

예로부터 정이 많은 민족이라던 우리는 이제 점차 집들이나 생일잔치 때마저도 집에서 음식을 차리는 일에 부담을 느끼며 사는데, 낯선 이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깍쟁이로 알려진 보수적인 영국 사람들은 사적인 공간을 일상적으로 개방하며 살고 있으니, 문화적 습관이나 모순은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 것인가 보다.
--- pp.106~107

할 일은 끝이 없고 해를 마지막 본 게 언제였나 싶게 을씨년스러운 날이 계속되면 학교 생활은 정말 지루하다. 그나마 생활에 작은 탄력을 주는 특별한 행사나 사건도 별로 없는 채 10주로 채워지는 학기 종반쯤에 접어들면, 학생들은 막바지 언덕을 힘겹게 오르기라도 하듯 지친 표정들이다. 게다가 연일 비바람이라도 계속 몰아치면 우울함은 절정에 이른다. 그런 학기말의 따분함을 학생들은 ‘위크 나인 블루스(week nine blues)’라 부른다.
--- p.151

첫해의 학업은 단거리 달리기와 같았다. 많은 독서량에다 빡빡한 강의와 세미나, 에세이 등, 한꺼번에 많은 것을 끌어안고 달렸다. 학생들은 허덕이며 코스를 따라갔고, 나도 수없이 밤샘을 했다. 달고 치면 맞아야지 별수 없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 학생들은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 숨이 차도 대개 따라가게 마련인데, 문제는 지적 능력보다도 공부의 요령과 체력이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낙오하지 않고 결국 목적 지점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고생을 한다. 그러니 체력의 뒷받침은 완주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였다.
--- p.161

안개가 짙을 때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자동차와 자전거는 헤드라이트를 켠 채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말 그대로 한 발짝 앞도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더듬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은 나무도 집도 거리도 사라지고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안개밖에 없다. 색이라고는 온통 무채색뿐인데, 그런 길을 걷고 있자면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천지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 한순간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때는 길도 나무도 옷도, 이슬비를 맞은 듯 안개에 흠뻑 젖는다. 추운 겨울에 안개가 짙게 깔리면 밤새 공기가 얼어붙어 다음날 아침에는 대지가 두터운 서리를 흠뻑 뒤집어쓴다. 영국의 안개는 어떤 때는 정말 지독하다.
--- p.181

전화를 끊고 환자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병실에 돌아와 누워서 생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생의 길고 짧은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어차피 가야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지 얼마나 오래 사는가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죽으면 안 되는, 기어코 더 살아야만 할 명백한 이유가 내게 있는가. 잠시 거기서 머뭇거리며 답을 찾았지만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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