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 제8권에서는 부처님의 교화방법에 삼시현(三示現)이 있음을 설하고 있다. 삼시현이란 부처님께서 제자들이나 외도를 교화하실 때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신통력을 보이는 신족시현(神足示現), 남의 마음을 아는 점념시현(占念示現), 진리에 대한 가르침인 교훈시현(敎訓示現)을 말한다.

신족시현이란 부처님께서 선정삼매에 들어 경우에 따라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허공에 올라 다니고, 머물고, 눕는 등의 네 가지 행위, 화삼매(火三昧)에 들어 갖가지 불빛을 내기도 하며, 물과 불을 내뿜어 보이기도 하는 신통력 등이 포함된다. 점념시현이란 사람의 마음과 뜻과 의식에 따라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요,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저 사람은 마음이 이렇게 고요해질 것이요 저 사람은 깨달음을 체험하여 이렇게 머물 것이라고 아는 것이다. 교훈시현은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하시는 방법이다. 즉 “비구들이여, 모든 것은 불타고 있다. 무엇이 불타고 있는가? 이른바 눈이 불타고 있고 모양과 빛깔, 눈의 분별의식, 눈과 모양과 빛깔의 접촉, 눈과 모양과 빛깔의 접촉으로 인해 생긴 감각, 즉 괴로운 감각과 즐거운 감각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감각 또한 불타고 있다. 무엇으로 불타고 있는가? 탐욕의 불로 타고 있고, 노여움의 불로 타고 있으며 어리석음의 불로 타고 있고, 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 근심, 슬픔, 번뇌라는 고통의 불로 타고 있다.” 그 때 1천명의 비구들은 삼시현으로 하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서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게 되었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이 경전의 내용 속에는 부처님의 교화적인 지도력과 그 발휘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포교 지도력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포교대상을 이끌어 주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오늘날 포교일선에서 활동하는 불교지도자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즉 중생에 대한 부처님의 지도력을 근본으로 하여 이 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불교지도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탐구하고 현실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불교지도자상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 책의 연구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불교지도력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방법으로 전통적인 지도력 이론을 바탕으로 불교지도력에 대한 이론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다른 하나는 경험적인 연구방법으로 두 가지의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시행된 설문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도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종교 지도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것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등 두 가지이다. 이론적인 연구와 경험적인 연구는 중앙승가대학교의 김응철 교수, 유승무 교수, 그리고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김영란 교수 등 세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였다. 각 연구자들은 독자적인 설문조사를 통해서 불교지도력 개발에 필요한 경험적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이론적인 연구를 병행하였다.

이 책은 Ⅰ부 3장과 Ⅱ부 3장 등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Ⅰ부에서는 불교지도력의 이론적 연구를 위하여 제1장 불교지도력의 일반이론, 제2장 출가자 리더십의 제유형과 그 특성, 제3장 불교지도자 양성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Ⅱ부에서는 불교지도력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위하여 제4장 지도력 일반에 대한 평가, 제5장 종교지도력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제6장 불교지도력에 대한 불자들의 평가 등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각 장의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불교지도력과 관련된 일반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지도력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자질론, 역할론, 상황론 등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는 변환적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각각의 리더십 이론들은 시대적 상황과 연구 대상 등에 따라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불교지도력의 개념, 구성요소, 지도력 이론의 전개과정 등을 중심으로 기술되었다.

제2장은 출가자 리더십의 제유형과 그 특성을 제시하기 위하여 필자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출가자 리더십을 유형화하고 각 유형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출가자 리더십의 대안 모색 과정에 필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각 절에서는 리더십에 관한 선행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 출가자 리더십의 특수성을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특히 출가자 리더십의 이념형을 제시하고 그에 근거하여 출가자 리더십의 하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였으며, 이념형적 구분에 근거하여 각 유형의 출가자 리더십이 지니고 있는 특성들을 파악하였다.

제3장에서는 불교지도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란 교수는 불교지도자의 지도력에 대한 발전적 논의를 통해서 지도력은 개발되는 것이며, 개발을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불교지도자 훈련 프로그램을 교육 내용과 목표, 개발의 원칙 및 구성, 프로그램의 영역 및 구성요소, 구체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지도력 개발 분야는 불교 지도력의 인식, 리더십의 기초훈련, 지도력 개발 훈련, 지도력 실습 등 네 분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분야별로 총 12개 영역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지도력의 인식과 종교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김영란 교수가 기술하였다. 이 장에서는 일반적인 지도력의 원천, 좋은 지도자의 요소(카리스마, 비전, 지적 자극, 인간적 배려), 지도력에 대한 인식, 지도력 형성의 중요한 요소인 권력에 대한 개념적 수용태도, 지도력의 원천, 지도력의 유형 등을 분류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분류에 대하여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도력의 유형을 실력형(스스로 명료하게 정의된 계획아래 행동하여 사람들을 이끄는 형), 경쟁형(다른 사람을 능가하고자 하는 경쟁적 열정을 지향하는 형), 권력형(자신의 책임아래 성원들을 통솔하는 형), 설득형(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형), 사교형(필요한 상황에 동원할 수 있는 인맥관계를 만드는 형), 위임형(능력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자신을 돕도록 하는 형), 협력형(팀을 구성하여 협력하여 일하는 형), 헌신형(자신을 던져 다른 사람의 일을 돕는 형), 성원형(성원들을 고무하거나 북돋아주는 형) 등으로 구분하고 시민들이 어떤 것을 선호하고 있는지를 탐색하였다.

제5장에서는 종교지도력에 대한 인식태도를 설문조사를 통하여 분석하였다. 이 장에서는 종교지도력의 평가항목으로 종교의 사회적 지도력 수행 정도와 각 종교별 지도적 역할을 평가하였다. 그리고 성직자의 자질과 역할모형을 평가하고 성직자들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였다. 또한 성직자를 포함하는 사회지도층의 신뢰도, 청렴도, 영향력, 부패도, 사회적 위상 등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종교인은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종교의 미래와 사회발전 기여도, 종교 지도자의 역할과 자질 향상 방안 등을 조사 분석하였다.

제6장에서는 유승무 교수가 출가자 리더십의 이상과 현실에 관한 인식태도를 설문조사를 통하여 분석하였다. 조사한 내용은 이상적인 출가자 유형, 신도들이 추종하는 불교 성직자 유형, 바람직한 불교지도자의 요건으로 학력, 수행정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사회활동과 지도력의 관계, 스님의 청정성, 수행자로서의 위의 평가, 타종교 성직자와의 비교, 업무수행 능력, 솔선수범, 종단 운영 태도, 사회적 역할 수행 등에 대한 불자들의 평가를 분석 기술하였다.
그리고 부록으로 설문조사와 관련된 설문지 및 빈도분석과 교차분석의 통계자료를 게재하였다. 이 자료는 종교지도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지도자와 추종자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특히 종교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하여 고차원적인 지도력과 추종력이 요구되고 형성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추종자의 심리적 궁박 상태를 악용하여 삿된 길로 인도하는 잘못된 지도력이 형성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지도력에도 못 미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하여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심지어는 종교 무용론이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으로 종교에 대한 기대와 종교지도력의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그 동안 수행력만을 중요시 해왔을 뿐 지도력에 대한 관심은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그것은 스님들의 올바른 수행 그 자체가 곧 지도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도력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력은 지도력 발휘의 필수조건임에는 분명하지만 수행이 되었다고 해서 지도력이 저절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수행력은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실천력으로 행사되고, 일반인들이 그 가치를 평가할 때 지도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지도력은 그 뿌리는 같지만 나타나는 양태는 다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부처님의 교화력은 인류의 가장 이상적인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지도력은 부처님께서 중생에 대한 대자대비하신 원력을 직접 펼치시고, 일생을 교화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중생계를 뒤덮는 위없는 위신력과 가피력으로 나투시게 된 것이다. 즉 수행을 통한 성불의 원력이 사회적으로 평가될 때 그것을 불교의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지도력 연구를 위한 아주 미미한 초석에 불과하다. 연구의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도 더 다듬고 보충해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감히 출판하는 것은 제방의 지도편달을 통하여 더 바람직한 불교지도력의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많은 불교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경전 분석을 통한 불교지도자상의 연구와 역사 속에서 활동한 승가와 재가 지도자의 분석, 현재 활동 중인 불교지도자 등을 소개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