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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s 러브

사자’s 러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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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358
ISBN10 895751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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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상태가 좋네요.”
꼭꼭 묶은 머리카락이 한두 가닥 하얀 이마 위로 흘러내린 채 그녀가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조심스럽게 꿰맨 자국을 소독했다. 볼에서 이어지는 관자놀이 근처의 창백하면서도 투명한 피부 위로 푸른 혈관이 섬세하게 엿보였다.
“내일도 와야 하나?”
“그럼요, 워낙에 깊이 베여서 제대로 아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물 닿는 건 당분간 조심하세요.”
그는 여전히 퉁명스러운 반말이었지만 정민은 애써 자신을 눌러 참았다. 상처 입은 환자였다. 그저 반말 한번 들었다고 감정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는 그의 눈빛이 웬일인지 부담스러웠다. 꽤나 깐깐하고 까다로운 환자였다.
“원래 이런 건가?”
무뚝뚝한 남자의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네, 이 정도 상처에는 당연한 거예요. 조금 귀찮아도 참으셔야 해요.”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죠?”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살짝 미간을 모았고 옆에 서 있던 김 간호사의 얼굴도 곤혹스럽게 변했다. 정민의 구체적인 질문에 주찬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굳어졌다.
‘뭐가 문제냐고?’
‘전부 다. 나를 보는 당신 눈빛, 나를 대하는 당신 태도.’
주찬은 마음속으로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했다. 젊은 여의사는 불친절한 것도 아니었고 무례한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그의 신경을 긁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무언가 불편했다. 그리고 주찬은 그 무언가가 뭔지 겨우 깨달았다. 그의 몸에 닿는 손끝이 아무리 세심하고 부드러워도 주찬은 그녀의 관심도 따뜻함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내 말뜻을 알 텐데. 당신은 나한테 관심이 없어.”
“관심? 의사로서 제 관심이 부족했나요?”
그의 추궁에 젊은 의사는 허리를 반듯이 한 채 그를 향했다. 주찬을 마주 보는 갈색 눈동자가 빚어내는 묘한 눈빛은 신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주찬은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의료 보험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고 병원비도 깎지 않아. 그런데 왜 의사가 대충대충 치료를 하는 거지?”
“세상에, 우리 선생님이 지금 대충대충 한다고 말하시는 거예요?”
무례한 환자의 느닷없는 트집에 기가 막힌 간호사가 끼어들어 항의하자 정민이 눈빛으로 제지했다. 환자가 하고 싶은 말은 때로는 치료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곤 했다. 정민의 제지에 김 간호사는 씩씩대며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제가 대충 한다고 생각하세요?”
“응. 그래서 아주 불쾌해.”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주찬의 눈빛이 조금도 그녀에게서 빗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오직 감각만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그녀도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 p.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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