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실종을 계기로 (……) 가족들이 본성을 드러낸 듯하다. 엄마는 매일같이 술에 취해 집안일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누나는 밤놀이에 빠져 있다. 형은 잔소리가 심해졌고, 할아버지의 치매도 더 나빠졌다. 다들 아버지와 다를 게 없다. 내키는 대로 술에 취하고, 꼴리는 대로 놀러다니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망령을 부린다. 다들 너무 제멋대로다.”
위의 화자는 이 집의 막내인 14세 소년 케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가족과 세상 이야기이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가족, 대체 이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 14세 케이 - 육상부를 그만두고 신문배달
* 17세 카나 - 착한 소녀이기를 포기하고 심야 아르바이트
* 27세 류 - 갑자기 가장 의식을 가진다
* 42세 카오루 - 술에 절어 산다
* 73세 신조 -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
《아빠는 가출 중》은 「열네 살」 「열일곱 살」 「스물일곱 살」 「마흔두 살」 「일흔세 살」의 5장으로 구성된 작품. 아버지가 가출한 이후 남겨진 스토 집안의 케이, 카나, 류, 카오루, 신조라고 한 인물 각각의 모놀로그로 말해진다.
「열네 살」. 스토 집안의 막내인 14세 케이. 중학교 육상부 소속이며 코치의 신임을 받고 있는 유망주이지만, 아버지의 가출과 함께 혼자서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육상부 친한 친구와 다퉈, 중장거리 시합에서 경쟁하지만, 패배하고 만다. 육상부를 그만두고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에 힘쓴다. 이른 아침, 신문을 받는 것을 일과로 하는 동급생 소녀와 교류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그 소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고, 최악의 상상을 한다.
「열일곱 살」. 스토 집안의 차녀 카나. 아버지가 가출하자, 밤늦게까지 오뎅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늘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철이 들 무렵 자신의 가족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실은 카나와 케이는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 카오루에게서 난 자녀였던 것.
「스물일곱 살」. 스토 집안의 장남 류. 가족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따로 나가 살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가출하자 새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을 위해 최소한의 가사만을 하는 새어머니-열다섯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느낌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가장의식을 가지며 실업수당과 아르바이트, 건설현장의 일용직으로 일하며 가족생계비를 책임진다.
「마흔두 살」. 남편 스토가 집을 나가자, 늘 알코올에 절어 사는 아내 카오루. 스물한 살 때, ‘지하’ 술집에서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 스물다섯 살에 결혼했다(남편은 재혼이지만). 그 계기는, 늘 세상을 구하겠다고 외치고 다니는 남편의 단순무식함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세상을 구한 대신, 야쿠자의 아이를 밴 한 여자(즉, 카오루)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그 여자의 뱃속에 든 아이(즉, 카나)를 구한다.
「일흔세 살」. 스토 집안의 할아버지 신조. 치매에 걸렸지만, ‘인생에 많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토 신조는 대공황이 한창일 때 태어나, 두 살 때 먼 친척뻘 되는 부잣집에 양자로 들어갔다. 그곳은 스토라는 지주의 집안이었고, 그 집안엔 몸이 약한 외아들이 있었다. 즉 스토 신지는 그 아들의 친구이자 혹시나 있을지 모를 대리 역할이었다. 하지만 외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입을 잘못 놀린 스토 신조는 그 집안에서 쫓겨나고 고난에 찬 생활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고 그 역시 양자를 들이는데, 그 양자가 가출한 아버지 스토 무네유키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집을 나간 아버지를 보여주지 않는 채로 끝낸다는 점에 있다. 다만, 막내 케이가 달리기 시합을 나가면서 가족 전원이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서 응원을 나가는 장면은 이 가족이 어디로 달려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아버지 신조는 말한다.
“뭐야, 너희들. 이렇게 다정하지 않았잖아. 오늘은 웬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가족스런 분위기? 대체 무슨 일이야. 무네유키, 네가 사라지고 나서 가족들은 점점 똘똘 뭉치고 있어. 이래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