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는 미케네 그리스사다;신화가 역사를 바꾸다―기존 유럽의 역사가들이 그들의 기원으로 삼는 그리스 문명의 기원을 기술하면서, 철저하게 이집트나 페니키아 같은 동방문명의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유럽중심주의라는 근대적 이데올로기 탄생을 주도했으며, 이러한 논지는 신화를 정당한 사료로 전제하고 논의를 전개하면 다른 국면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스사에 대한 기존의 유럽중심주의적인 시각을 탈피한 새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왜 암살당했는가;카이사르를 보는 다양한 관점―카이사르를 민중파의 입장에서 해석하며, 카이사르 암살이 기존의 인식과 달리 로마시민을 과두정치로부터 해방시키려 한 개혁 정책 때문이었고, 당시의 공화파 혹은 공화주의는 일종의 과두정치였다는 논지를 전개한다.
신학과 자연철학 사이;1277년 금령의 근대과학 기원론으로 살펴본 중세―흔히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고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중세야말로 이성의 시대였으며 근대과학의 기원 역시 중세과학에 있었음을 파헤친다. 더욱이 지식생산 체계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중세 대학의 풍경과 교육과정을 면밀히 살핌으로써 근대과학이 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면벌부 논쟁;중세 교회의 패러다임에 대한 혁명적 도전―중세에 뚜렷한 명분과 신학적 토대를 기반으로 기형적으로 판매된 면벌부의 모순과 이에 대해 고민하는 수도사 루터의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독교의 출현과정을 살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세의 종교적 패러다임이 드러나며 교회 문제의 기본적인 쟁점들이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중세교회에 한정되지 않고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르네상스의 문을 연 포지오의 편지 두 통;르네상스 휴머니즘과 고전고대의 부활―“책 사냥꾼”으로 일컬어지는 포지오라는 인물의 두 통의 편지글을 단서로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출발을 읽어낸 흥미로운 글이다. 포지오는 세기의 전환기에 사라져버린 고전을 발굴하고 소개하여 르네상스 휴머니즘이 발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포지오는 교회 측 인사였으면서도 교회가 이단의 이름으로 처형한 제롬의 화형 모습에서 고전고대의 인물 전형을 읽어내고 적극적인 찬사를 보냄으로써,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존 디의 일생;16세기 영국의 초상―영화 <007>의 모델이 된 존 디라는 인물의 삶을 재조명하고,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관계를 통해 디가 영 제국 건설에 어떻게 관여했는가를 살펴본다. 특히 그동안 마술사, 점성술사, 협잡꾼 등으로 불리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디의 과학자적인 면모와 수학적 업적, 철학자로서의 면모 등을 소개함으로써 그동안의 편견을 바로잡는다.
결투를 사랑한 어느 귀족의 낭만 블루스;프랑수아 드 몽모랑시 부트빌과 프랑스 절대왕정―결투라는 현상을 제재로 프랑스 절대군주의 권력 강화와 귀족의 세력 약화의 관계를 추적한매우 흥미로운 글이다. 결투는 한때 귀족 심지어 성직자들까지 유행처럼 행해진 일종의 특권이었다. 결투에서 입은 상처는 그야말로 영광의 상처였다. 그런 결투가 절대왕권이 들어서면서 금지되는데, 이는 절대군주의 권력 강화라는 이면의 목적이 담긴 것이었다. 이러한 관계를 유쾌한 문장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내었다.
여성혁명가 구즈, 200년 만에 부활하다;모순과 역설의 프랑스 혁명―“여성은 단두대에 설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연단에 오를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외친 올랭프 드 구즈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해 온 프랑스 혁명의 이면을 조망한 글이다. 세계사에서 프랑스 혁명이 일군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달리 보이는 모순과 역설의 면모가 들춰진다. 혁명의 중심에 여성의 역할이 적지 않았으나, 자유와 평등의 나라 프랑스에서 여성 참정권이 승인 된 것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늦었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 시킨다.
박람회와 카우보이;1893 시카고 박람회와 제국의 탄생―미국은 시카고 박람회와 서부활극인 와일드웨스트쇼를 통해 문명과 기술을 세계에 자랑했으며 자신들의 세계 또한 재편하는 기회로 삼았다. 한편 저자는 그 박람회 전시 기획부터 서부활극에서 보여준 갖가지 포퍼먼스까지 미국은 세계로의 팽창 욕망을 상징적인 두 사건 속에 숨겨 놓았음을 간파한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독일은 이상 있다;영화 전쟁으로 본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상―1930년대부터 본격화된 독일의 선전정책을 살핀 글이다. 특히 괴벨스라는 상징적인 인물은 선전정책에 영화라는 매체를 교모하게 이용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서부전선 이상 없다> 상영을 둘러싼 소란을 들고 있다. 당시 각 당파 간의 영화 전쟁은 일종의 정치 전쟁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으며, 각종 선전정책으로 이성이 마비된 독일인이 부른 참극은 엄청난 것이었다.
스탈린의 신데렐라;프롤레타리아 전문인력과 스탈린주의―1930년대 소비에트 사회를 배경으로, 과연 정치 혁명은 개인의 이익과 무관한 순수한 사회변혁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다. 스탈린 체제는 개인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사회적 정의를 파괴하는 데 기꺼이 동참한 일부 집단에 의해 유지되었으며, 이 가운데 행해진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박해나 테러가 특정인에게는 사회적 지위상승 같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현상은 결코 소련 사회에 국한하지 않으며 시기를 달리하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으면서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세속종교의 탄생;페론 부부에 대한 사후 숭배와 라틴아메리카의 포퓰리즘―페론 부부의 정치적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들 사후에 나타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기억과 추도의 과정 속에서 라틴아메리카적 포풀리즘을 읽어낸 매우 신선한 글이다. 특히 그들의 몸이 바로 ‘기억의 터’가 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다. 또한 포퓰리즘이 정치 지도자의 영웅화나 성인 만들기 같은 일종의 세속종교를 탄생시켰으며 현 우리 사회에 팽배한 포퓰리즘에 대한 인식까지 살펴본다.
프랑스 히잡 사건;지구촌 문화전쟁―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중학생의 히잡 착용 사건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프랑스 이민자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며, 프랑스인이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 너머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점점 팽배해지는 지구촌 문화전쟁의 면모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이민족 간의 분쟁이 결코 프랑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