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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 아흔아홉 번의 세탁계약과 거울의 세 가지 수수께끼

판타 빌리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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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718g | 153*224*35mm
ISBN13 9788901079073
ISBN10 89010790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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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가가 첫 번째 단을 밟았을 때 목조 층계가 “으아악!”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프리가는 삐걱대는 소리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호지가 밟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호지, 너 진짜 마녀야?”
“좀 전에 그렇다고 말했잖아. 지금까지 내가 잠꼬대하는 줄 알았니? 엘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넌 마녀 재판에서…….”
“다 빠져나올 방법이 있지.”
“자신을 숨기는 건 불법이야. 진짜 마녀라면 위원회에 이름을 등록하고 여왕님께 봉사하게 되어 있잖아.”
“봉사가 아니라 복종이라고 하지. 난 자유로운 마녀로 살 거야. 집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고 위원회의 감시와 제재를 받지 않아도 돼. 넌 모르겠지만 집회에 결석하면 벌을 받아. 지켜야 할 규율은 또 얼마나 많은데.”
“그럼 내겐 왜 숨기지 않니?”
“넌 이제 걸려들었으니까 상관없어. 절대로 위원회에 내 정체뿐 아니라 다른 어떤 비밀도 발설할 수 없을 거야.”
“무슨 비밀?”
“서두르지 마.”
호지는 층계 끝에 난 문을 열었다. 순간 벽난로와 등잔, 선반 위에 있던 청동화로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 알 수 없는 기호와 도형을 금사와 은사로 잔뜩 수놓은 붉은 양탄자에서도 일순 빛이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우와!”
프리가가 탄성을 내질렀다. 호지는 문 옆에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은 뒤, 화로 위에 놓인 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금세 달궈진 주전자가 쉭쉭거리다가 지글지글 타는 소리를 내뿜었다.
프리가는 창문 아래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바라보았다. 호두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그냥 보면 옷이나 구두 또는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궤짝처럼 보였지만, 왠지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 호지는 마녀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그 마녀 상자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여기는 수수께끼 상자로 유명한 플랜틴 거리가 아닌가. --- pp.68-69

“당신은 내 예복을 아흔아홉 번 빨 때까지 일을 그만둘 수 없어. 또 계약 기간 동안은 유이나 나와 함께가 아니면 이곳을 떠나서도 안 돼.”
“저택 밖으로 외출할 수 없다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야즈다 땅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뜻이지. 토트스벳이나 오센 같은 시내에 나갈 생각일랑 버리라는 거야. 물론 휴가 같은 것도 없고.”
어차피 갈 곳도 없었다. 프리가는 쓸쓸한 기분으로 대꾸했다.“별거 아니네요.”
“세탁 바구니에 당신이 빨아야 하는 것들을 내놓을 거야. 반드시 당신 손으로 주물러 빨아야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인간의 손이 아니면 얼룩이 빠지지 않는 세탁물인가 보네요.”
프리가는 농담으로 말했다. 하지만 주인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맞아,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군. 난 조금 특별한 마법 시약들을 다루지. 호지를 만나봐서 알겠지만 나 역시 위원회에 이름이 등록되지 않았거든.”
프리가가 당황하며 말했다.
“자……잠깐만요, 그럼 주인님이 마법사라고요? 하지만 마법사들은 야즈다의 땅을 밟을 수 없잖아요?”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 난 야즈다를 밟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거든. 내 늪지가 야즈다 땅에 있으니까.”
“어때?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 자신 있어?”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프리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세탁 바구니에 나온 것만 세탁하면 된다지 않는가. 손으로 주물러 빨고 바구니 속에 쏙 들어갈 세탁물이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
--- pp.98-10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마법이 지배하는 나라 아르보르 왕국의 남쪽, 야즈다 99번지. 그곳에는 위원회에 이름 등록을 거부한 불법 마법사, 지비스 졸토가 숨어 살고 있다. 정통 마법에 대항해 장차 새로운 문명을 열게 될, 과학에 기반한 마법에 열중하는 마법사 지비스.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예기치 않은 독립을 하게 된 소녀 프리가는 일주일에 금화 한 닢을 벌기 위해 마법사의 저택에 세탁부로 들어간다. 인간의 손에 닿아야만 얼룩이 빠지는 마법사의 예복을 99번 세탁하는 계약. 99번의 예복 세탁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야즈다의 땅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사와 저택 그리고 저택에 상주하는 이들-조수, 청소부, 요리사-에 얽힌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 프리가. 거기엔 자신의 친부모에 관한 비밀도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진 순간, 상상을 초월한 모험이 시작된다.
과연 프리가는 계약대로 99번의 세탁을 무사히 마치고 인간의 땅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관련자료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등장인물
프리가 우고르
토트스벳 변두리 거리에서 엄마 헤스티아와 단둘이 살던 씩씩한 열다섯 살 소녀. 엄마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야즈다로 가서 졸토 저택의 세탁부로 고용된다. 또래에 비해 조숙하고 성격이 무던한 편이지만, 지비스와는 언제나 티격태격한다.
지비스 졸토
스물셋 청년으로 졸토의 늪지 주인. 마법사는 발을 들일 수 없는 마녀의 땅 야즈다에 숨어 살며, 비밀스러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름이 등록되지 않은 불법 마법사로, 취미는 수학과 화학 문제 풀기이고 특기는 벌레사육이다. 마법사에게는 위험한 페레그리누스 마법에 푹 빠져 있다.
유이
지비스의 조수. 친절하고 다정한 성품으로 늘 프리가를 도와준다. 지비스와 프리가 사이를 지켜보며 안절부절못하기도, 재미있어하기도 한다. 식물키우기에 관심이 많다.
로테 졸토 저택의 청소부. 레몬 빛 머리카락에 매력적인 외모의 아가씨.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해 때로 이야기를 무시무시하게 비약한다. 빗자루를 타고나는 연습을 하는 마녀 지망생이자 지비스와 결혼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볼피
졸토 저택의 요리사. 퉁방울눈, 풍선만한 엄지, 넓적한 왼발, 은빛 수염을 가진 뚱보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 어떤 괴상한 재료를 내밀어도 멋진 요리를 해낸다.
바르마 우펜스키 후작
여왕의 위병대장. 프리가를 위기에서 구해주준 뒤로 만날 때마다 프리가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마차 모는 솜씨가 남다르고 무척 용맹하지만, 멸종동물 보호에 열성인 의외의 면도 있다.
고르까 여왕 아르보르 왕국의 여왕. 마녀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거나 변덕을 부리면 왕국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올
에스피랄 왕립 마법위원회의 위원장. 왼쪽 이마에서 턱까지 길게 흉터가 있으며,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무서운 인상이다. 고르까 여왕에게 심장을 빼앗겨 어쩔 수 없이 복종하지만, 호시탐탐 여왕을 몰아낼 궁리를 한다.
호지
플랜틴 거리에 사는 우편배달부. 할머니에서 손녀로만 계승되는 마녀 우편배달부 일을 하는 프리가 또래의 소녀. 이름이 등록되지 않은 마녀로, 지비스를 돕는다.
윌리엄 경 졸토 저택 북쪽에 있는 호두나무. 로테를 짝사랑하며, 지비스를 골탕 먹이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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