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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바둑 두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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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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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46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549611
ISBN10 89895496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샨 사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8세 때 이미 시를 쓰기 시작하여 9세에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성장한 그녀는 1989년 ‘장래가 촉망되는 베이징의 별’로 선정되었다. 천안문 사태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던 1990년,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파리에 입성, 파리 가톨릭 인스티튜트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를 공부한 지 7년 만인 1997년 직접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천안문》으로 <공쿠르 뒤 프르미에 로망 장학금> <보카씨오 상> <프랑스 아카데미의 문학 창작 지원상> 등을 수상했다. 세번째 소설인 《바둑 두는 여자》는 매년 프랑스의 고등학생이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공쿠르 데 리쎄앙 상>을 수상하면서 2001년과 2002년 프랑스 독서계에 샨사 열풍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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쳰훵 광장. 하얀 서리를 뒤집어쓴 채 바둑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눈사람을 닮았다. 코와 입에서 연신 하얀 김이 뿜어져나온다. 모자와 차양 가두리에 맺힌 바늘 같은 고드름들이 땅을 향해 자라고 있다. 진줏빛 하늘 저편으로 진홍빛 해가 끊임없이 기울어만 간다. 해의 무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 이곳이 바둑꾼들의 약속 장소가 되어버렸을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화강암 탁자에 새겨진 바둑판들도 수천 버을 오간 수담(手談)에 닳아 이젠 얼굴들이, 생각들이, 기도들이 되어버렸다.

나는 토시 속에 든 청동 보온기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꽁꽁 언발을 녹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을 굴러댄다. 내 상대는 역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외지인이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내 내부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끓어오른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돌들을 잘 구분할 수가 없다. 갑자기 누군가 성냥을 켠다. 내 상대의 왼손에서 초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거의 다 자리를 뜨고 없다. 이렇게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딸 때문에 어머니가 노심초사하고 있으리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둠이 깔리자 바람이 인다. 사내가 장갑 낀 손바닥으로 불꽃을 가려 보호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한 모금만 들이켜도 목이 화끈거리는 배갈 한 병을 꺼낸다. 나는 그것을 상대의 코앞에 내민다. 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병을 바라본다.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이라 도통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눈썹 위에서 시작된 긴 흉터가 꼭 감고 있는 오른쪽 눈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가 찡긋 인상을 쓰고는 단숨에 술병을 비워버린다.

오늘 밤은 달도 없다. 바람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앵앵거린다. 하늘 저 위에서도 신이 별들을 밀어젖히며 여신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내는 돌을 세고 또 센다. 열여덟 집을 진 그가 한숨을 내쉬고는 초를 나에게로 내민다. 그가 추위에 굳어버린 거구를 일으키더니 가방을 주워서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린다. 나는 돌을 집어 통에 넣는다. 손가락 사이에서 돌들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난다. 이제 광장엔 나밖에 없다. 내 병사들과 더불어. 가슴이 뿌듯하다. 오늘로 100승째를 올린 것이다.
-- pp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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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서예 그리고 그림으로도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이 중국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에게서는 만만찮은 야망과 대담성이 엿보인다. 그녀는 극단적이고 역설적인 상황들을 설정하기를 좋아하고, 그녀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많은 경우 현실 바로 저편, 꿈과 악몽 바로 이편을 유영해 다닌다. <르 몽드 Le Monde>

몇 페이지도 채 넘기지 않아 우리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두 고수의 승부에 열광하듯 <바둑 두는 여자>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절제되고 효율적이며 수학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몰아치는 감정의 폭풍들에 뒤흔들리기도 하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놀랍다. <르 스와르 Le Soir>

바둑판 주위에 한 나라의 역사, 자기 자신을 찾는 한 소녀의 이야기, 불가능한 사랑 이야기를 모아놓은 이 아름다운 소설을 통해 소설가는 시적인 문체와 내용의 격렬함이 훌륭한 대조를 이루는 독특한 글쓰기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르 마가진 리테레르 Le Magazine Litter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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