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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게임

히치하이킹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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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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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311487
ISBN10 89323114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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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외국문화연구소
외국문화연구소는 외국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에 외국 문학을 올바르게 알리고, 나아가 한국 문학을 외국에 번역 소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목적에서 1995년 봄에 설립되었다. 1997년부터 학술진흥재단 지원 대학부설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었고, 정기 학술발표회 및 국제학술대회, 콜로키움 등의 제반 학술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다양한 서적 출판을 모색하고 있다.

(최재철: 한국외대 일본어과 교수/권재일: 한국외대 체코어과 교수/이익희: 한국외대, 숙명여자대학교 강사/김현택: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이난아: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김지향: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윤혜준: 한국외대 영어학부 교수/나송주: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라영균: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김충남: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교수, 외국문학연구소 소장/정경원: 한국외대 서반아어과 교수/신정환: 한국외대 BK 계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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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코의 혼수인 경대에 달린 손거울. 경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뽕나무로 되어 있고 손거울도 뽕나무였다. 신혼 때 뒷머리를 보려고 거울을 마주 들고 있으면 소맷자락이 흘러내려 팔꿈치까지 드러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손거울이었다.

목욕 후라든지,
"서툴군. 어디 내가 들어 주지"라며 손거울을 빼앗아 쿄오코의 목덜미를 여러 각도로 경대에 비쳐보고는 남편이 즐기는 듯한 적도 있었다. 거울에 비추어 비로소 발견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쿄오코는 서툰 건 아니었고 뒤에서 남편이 보니까 굳어 있었던 것이다.

서랍 안에 있던 손거울의 뽕나무색이 변할 만큼 세월이 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 남편의 중태 등으로 쿄오코가 채소밭을 비추어 보이는 일을 처음 생각해 냈을 때에는 손거울의 앞면이 흐릿하고 테두리에는 분이 떨어지거나 먼지로 때가 묻어 있었다. 물론 무얼 비추는 데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쿄오코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기보다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그때 이후 손거울을 베갯머리에서 떼지 않는 남편은 심심함과 병자의 결벽증으로 거울도 테두리도 말끔히 닦았다. 이제 흐릿하지 않은데도 남편이 입깁을 불어 닦고 있는 것을 쿄오코는 자주 보았다. 거울을 박은 테두리에 있는, 눈에 띄지 않을 만한 틈새에 결핵균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쿄오코는 그 경대를 가지고 재혼했다. 그러나 손거울은 전남편 관에 넣어 태웠다. 대신 카마쿠라 칠 공예 손거울이 경대에 딸려 있다. 지금은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전남편은 죽은 뒤 바로 풍습대로 손을 마주하고 깍지 끼워졌기 때문에 관에 넣고 나서도 손거울을 쥐어 줄 수는 없었다. 가슴에 얹었다.

"당신은 가슴이 괴로우셨으니 이것만으로도 무겁겠지요."

쿄오코는 가만히 중얼거리고 배 위에 옮겨 놓았다. 손거울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서 소중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처음에는 가슴 위에 놓았던 것이다. 손거울을 관에 넣는 것은 남편의 부모형제에게도 될 수 있는대로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싶었다. 손거울에 흰 국화꽃을 수북히 쌓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뼈를 담을 때 열로 거울 유리가 상당히 녹아 굽어져 울퉁불퉁 두껍게 덩어리져서 그슬려지거나 누래져 있는 것을 보고,
"유리군요. 웬일이지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사실 손거울 위에 또 하나 작은 거울이 겹쳐 있었다. 세면 도구 가방 안의 거울이다. 작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유리 앞뒤가 다 거울로 되어 있다. 신혼여행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쿄오코는 꿈궈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중이라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전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 여행에서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중남편과는 신혼여행도 갔다. 이전 세면 도구 가방의 가죽은 꽤 낡아 있어서 새로 샀다. 물론 거울도 들어 있엇다. 신혼옇애 첫날, 남편은 쿄오코에게 손을 대보고,
"아가씨 같군. 가엽게..."라고 했다. 비아냥조가 아니라 오히려 뜻밖의 기쁨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둘째남편으로 보면 쿄오코가 아가씨에 가까운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 짧은 말을 듣자 갑자기 격렬한 슬픔에 휩싸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몸이 움츠러졌다. 그것도 아가씨 같다고 남편은 생각했을지 모른다.

쿄오코는 자신 때문에 울었는지 전남편 때문에 울었는지 몰랐다. 어느 쪽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도 않았다. 그러자 새 남편에게 몹시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요. 많이 변한 걸요?"라고 마중에 말했다. 말해버리고 나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몸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워했지만 남편은 만족스러운 듯, "아이도 없었다지?" 이 말이 또 쿄오코의 가슴을 에게 했다.

전남편과 다른, 남자의 힘을 마주하고 오히려 쿄오코는 자신이 우롱당하는 듯한 굴욕을 느꼈다. "그렇지만, 아이를 부양하고 있었던 거와 같았어요." 쿄오코는 반항할 셈으로 그것만 말했다.

오랫동안 병자였던 남편은 죽고 나서도 쿄오코 안에 있는 아이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어차피 죽을 바에는 엄격한 금욕이 무슨 도움이 된 걸까.
--- pp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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