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이는 담배를 물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아주 깊게 연기를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너는?” “싫다.” “왜?” 준영이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머리 아프다. 감기가 심해서.” 오늘은 준영이가 내뿜는 연기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건 아직도 네가 담배와 친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어떻게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담배 맛을 제대로 모르냐?” 나는 준영이가 길게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준영이의 담배 피우는 폼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중학교 삼 학년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나는 준영이의 저 모습에 반했었다. 턱을 약간 치켜들고 연기를 뿜어내는 준영이의 옆모습에서는 그야말로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고, 그런 준영이를 보면서 나는 게이처럼 가슴이 설렜다. --- p.15
“담배에 중독되고 나면 우울하거나 불안해지지요.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담배를 찾게 됩니다. 담배는 일시적으로 행복하고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더 불안에 빠지게 만듭니다. 담배의 덫에 제대로 걸리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담배의 덫에 걸리면 잠깐의 쾌락을 위해 담배에게 건강과 여러분의 꿈을 모두 담보로 바치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면서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을까요?”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초조해졌다. --- p.140
“여러분의 입소를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삼 박 사 일 동안 이곳에서 여러분 스스로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금연 강사가 급하게 말을 돌렸다. 환영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축하보다는 나았다. “말은 바로 합시다. 담배와의 전쟁이지 뭐가 스스로와 전쟁입니까? 그렇게 말하니 꼭 우리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보이지 않습니까?” 머리 볶은 남자가 또 나섰다. “담배와는 절대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겁니다. 담배는 우리의 적도 아니고 물리쳐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그럼 우리의 적은 우리라는 말입니까?” “예, 분명 그렇습니다.” --- p.207
꿈하고 담배하고 어떤 연관이 있는 거지? 아무튼 시키니까 시키는 대로 해보자. 그런데 가만, 내 꿈은 뭐지? 내가 원하는 것은 뭐더라? 맞아, 사진 찍는 거를 좋아해서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 초등학교 삼 학년 때는 생일선물로 카메라를 받았었어. 전문 사진작가들이 쓴다는 아주 비싼 카메라였는데. 엄마는 비록 비싸기는 하지만 그 카메라가 내 꿈을 이루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했었어. 그런데 가만, 그 카메라가 어디 있더라. 우리 집이 폭삭 망하고 나서 나는 카메라에 대한 생각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