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기 무섭게, 마헝다는 이를 앙다물고 손을 쓰기 시작했다. 마쥔은 눈을 꼭 감았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이미 몸에 밴 일이었다. 그는 속으로 아버지가 때리는 따귀의 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짝! 하나. 짝! 둘. 찍! 빗나간 것은 무효로 하고 다시 때린다.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마쥔은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의 일을 생각해냈다. 그의 어머니는 예전에 남편의 결점을 이용하여 그 앞에 쭈그리고 앉은 채로 아들인 척 따귀 몇 대를 대신 맞아주곤 했다. 그러나 마헝다는 시력이 없는 대신 촉각은 기가 막힐 정도로 민감했다. 아마도 따귀를 때릴 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리라. 마헝다는 언제나 아내의 꾀를 간파해냈다. 마쥔의 어머니는 헛되이 따귀만 몇 대 맞았을 뿐이었고, 마쥔이 맞을 따귀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p.41~42
지금 한잔 한다 하는 음주계의 유명인사들이 인터내셔널 오션시티로 몰려드는 까닭은 모두 마쥔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였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름난 사찰과 문화유적을 찾듯이 인터내셔널 오션시티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높여 마쥔을 불러 자기와 함께 술을 마시자고 졸랐다. 사촌동생은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소개한 바와 같이, 마쥔은 절대 아무 생각 없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잘 알고 있는 국내외의 유명한 축구선수들처럼, 올해 잘나가는 스타 선수라 해도 내년에 뜻밖의 부상을 입거나 슬럼프에 빠진다면 아무 쓸모가 없어져 운동장 한구석으로 떨려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한물 간 퇴기처럼 뒷방 신세가 되는 것이다. 마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술을 마실 때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p.60~61
“나가서 개똥을 줍지 않을 거냐?”
“안 해.”
“고무신이 필요 없다는 거야?”
장씨는 갑자기 달려들어 고우자이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말했다.
“이리 와서 이 배를 만져봐라. 이 어미 뱃속에는 일곱 달 된 네 동생이 들어 있다. 어미는 이 아이를 원치 않아. 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돈을 아낄 수 있으니 네게 고무신을 사주마. 주먹으로 어미의 배를 세게 때리렴. 세게, 아주 세게 때려봐.”
고우자이의 주먹이 일 년 내내 벼랑처럼 부풀어 있는 장씨의 배에 가 닿았다. 고우자이는 흥분한 어머니의 얼굴이 발그레 빛나다가 금세 보랏빛을 띠는 것을 보았다. ---p.130~131
장씨는 새된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천원즈의 두 볼을 받쳐올렸다. 그의 무거운 머리통이 자신의 젖가슴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는 천원즈의 심장이 매끄럽고 강마른 가슴팍 속에서 무섭게 떠는 소리를 들었다. 정신은 또렷한데 그녀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바람 속의 나뭇잎처럼. 그녀는 온통 진흙 범벅이 된 열 손가락으로 천원즈의 가죽과 살을 깊이 후비며 한 마리 살쾡이마냥 몸부림쳤다. 천원즈의 검은 피가 한 방울씩 장씨의 손 위로 떨어졌다. 그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나와 함께 가는 거야. 내가 이 얼굴에 매화 문신을 새겨주지.”
붉은 가마는 미친 듯 흔들렸다. 기력이 다한 장씨는 검은 안개와 붉은 물결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가마 밖에 서 있던 사내들은 꺼져가는 처량한 비명을 들었다.
“난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해! 난 나물을 캐야 한다고…….” ---p.171~172
“한 번 넘어졌다고 석 달 된 아이가 떨어지지는 않아! 대체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왜 내 아이를 없앤 거냐고!”
장씨는 마침내 첩첩이 쌓아두었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녀는 환즈를 밀어서 건초더미 위로 넘어뜨리고는 환즈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말했다.
“이 도시에서 온 암캐야! 너같이 천한 것이, 내 집에 와서, 천바오넨 그 개새끼의 아이를 낳는다고?”
장씨의 어둑한 눈동자는 반은 눈물에 잠겨 있었고 반은 원한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그녀는 환즈와 물고 뜯고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띄엄띄엄 속내를 털어놓았다.
“네년이 아이를 낳게 그냥 둘 수는 없지……. 내…… 아이들이 여섯 명이나 죽었어. 다 키워놓은 아이들이 죽었다고……. 태어나기 전에 죽는 것이 낳은 다음에 잃는 것보다는 나아……. 그래……. 내가 짠지 국물에 더러운 것을 넣었다. 무얼 넣었는지는 죽어도 말해주지 않을 거야……. 내가 얼마나 너희 연놈들을 증오하는지 네가 알기나 하냐…….” ---p.195~196
귀신이 된 삼촌은 입을 놀리는 데 재주가 있었고, 또 좆을 놀리는 데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찌감치 요절하여 황천으로 간 것이다. 아버지의 총명함은 그가 양귀비꽃의 노랫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는 데 있었다. 아버지는 무엇이 돈이 되는지, 무엇이 땅의 목숨줄인지 아는 재능을 타고났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팔십 묘의 땅을 풍양나무 마을 전체로 넓힐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버지 반평생의 뛰어난 업적이었다. ---p.247
“나리, 천마오를 어디에 묶어둘까요?”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매달아라. 들보에 매달아!”
천차오는 천마오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들어올려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천마오는 원두막의 들보 위에 매달렸다. 천마오의 입은 떡 벌어졌고, 그는 죽은 닭처럼 들보 위에 매달려 대롱대롱 흔들렸다. 누군가가 구리 날라리를 그의 목에다 걸었다. 구리 날라리도 주인을 따라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천차오는 천마오의 몰골이 너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가려움증이 더해져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그는 이 사람과 자기 사이에 모종의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을 보기만 해도 이상스런 가려움증이 일어 견디기 힘들었고, 가슴 가득 재앙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p.270~271
천차오는 시체처럼 뻣뻣하게 선 채로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는 그렇게 울렸다. 천차오는 총 두 발을 쐈다. 한 발은 천마오의 사타구니를 향해 쐈고, 한 발은 천마오의 눈을 향해 쐈다. 천차오는 고개를 숙이고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그는 손으로 총의 무게를 어림해보더니 땅바닥에 내던졌다. 땅바닥에는 수정처럼 맑으며 작고 동그란 것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들다가 그것이 천마오의 눈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눈알은 끈적끈적하게 두 손가락 사이에 늘어붙었다. 피는 이미 원두막을 질펀하게 적시고 있었다. 천차오는 천마오의 생식기를 찾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천마오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생식기는 여전히 그의 몸에 붙은 채 곧추 서 있었다.
“총으로도 떼어버릴 수가 없구나.”
천차오는 중얼거리며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천차오의 후각은 예민하게 깨어 있었다. 그는 들판 위에 영원히 떠도는 양귀비 냄새가 문득 진해졌다가 또 문득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꼈다. ---p.312~313
“당신 말은 내가 바보 멍청이라 웨이치의 동업자 자격이 없다는 거야?”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스스로를 그렇게 깔아뭉개지 마.”
“감추려고 하지 마. 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아.”
“마음대로 생각해. 어쨌든 난 당신을 보내주지 않을 거니까.”
“당신은 늘 내가 돈도 못 번다고 원망하지 않았어? 내가 선전에 가면 대단한 사업은 못 하더라도 피를 팔든 장기를 팔든 당신한테 돈은 부쳐줄 거야.”
펑민의 낯빛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어둑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흐느끼며 방에서 뛰쳐나가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문밖에 서서 한참을 운 그녀는 다시 문이 부서져라 열고 방 안에 대고 소리쳤다.
“양보, 그렇게 죽으러 가는 사람마냥 비장하게 굴지 마! 사실 당신은 비겁한 겁쟁이일 뿐이야. 당신이 선전에 가고 싶다는 건, 멀리 도망가고 싶어서야.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도망가고 싶은 것뿐이라고.”---p.350
누군가가 징을 울렸다. 그러더니 알록달록한 저고리를 입은 원숭이 두 마리가 공중제비를 넘었다. 양보는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아주 개궂은 놈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원숭이는 징소리가 멈췄을 때도 계속 재주를 넘었다. 한 번, 또 한 번……. 어떻게 해도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징을 치는 사람은 화가 나서 그 녀석을 안고 들어가버렸다. 양보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원숭이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녀석은 어떤 이유로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잃고 그저 관성에 의해 동작을 반복했을 뿐이다. 인류는 이런 습성을 원숭이의 몸에서도 체현해낸 것이다. 원숭이가 퇴장한 뒤, 검은 곰 한 마리가 뒤뚱거리며 나타났다. 곰은 가죽공을 발로 밟고 서는 묘기를 선보였다. 그런 뒤에 열정적으로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양보는 검은 곰처럼 야성을 지닌 동물이 저런 복잡한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검은 곰의 묘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p.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