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운하는 효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운하는 멀리 돌아가야 하는 바닷길 대신 가까운 지름길을 만들어 운송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MD운하와 달리 경부운하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없습니다.---p. 13
2000년 6월 백지화된 동강댐의 경우, 당시 건설비가 1조 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부운하는 동강댐 20~30개를 한꺼번에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부운하 건설 공사의 규모 및 환경 파괴 정도를 익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p. 20
토목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역 발전도 부동산 투기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를 기반으로 생태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면, 도시와 농촌이 교류하며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p. 21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 복원에 3년 동안 5억 5천만 원, 황새 복원에는 총 500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은 이 액수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입니다.---p. 27
운하를 만들면 하천 바닥이 오염된 퇴적층을 퍼내기 때문에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과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강바닥 준설로 하천이 오히려 자정 능력을 잃게 되어 부영양화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 댐이나 보를 쌓고 나서야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게 된다면 너무 늦습니다.---p. 29~30
유럽 연합 국가들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보다 20% 줄이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 한반도운하 사업은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에너지 다소비형 토건 사업입니다.---p. 36~37
우리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역사가 오랜 4대 강 생태계를 불과 4년 만에, 그것도 전 구간에 걸쳐 동시에 파헤친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수중 동식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훤한 대낮의 날벼락’ 같은 충격입니다. 서식지 파괴에 대처할 최소한의 시간마저 빼앗겨버리기 때문이지요.---p. 49
물이 풍부할 때, 공기가 오염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물과 공기의 가치가 없는 줄 착각합니다. 그러나 오염된 물밖에 없는 곳, 매연이 자욱한 곳에서 물과 공기의 가치는 생명의 가치와 같아집니다.---p. 51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국민이 마시는 식수원에 배를 띄우는 나라는 없습니다. 현재, 상수원 보호 구역에는 동력선을 이용한 어로는 물론 위험 물질의 주변 도로 통과까지 규제하고 있는데, 석탄, 시멘트, 석유화학제품 등이 포함된 2,500톤 급 선박을 수시로 식수원을 따라 운행한다는 것은 상수원과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입니다.---p. 58
한강과 낙동강 물을 마시는 수도권 2,000만 주민과 부산, 경남권 1,300만 주민이 생수 2리터를 사 먹는다고 가정하면 상수원의 가치를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하루 3,300만 명× 2,000원= 660억 원, 한 달이면 약 2조 원, 일 년이면 24조 원, 경부운하 건설비보다 더 많이 듭니다.---p. 63
세계적으로 해발 110m 고지대에 47.1km의 초대형 수로 터널을 뚫는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며, 재앙을 자초하는 행위입니다. 이 터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2,500톤 급 화물선이 하루에 수십 척 다니게 되면 그 수압을 어떻게 견디겠습니까?---p. 71
운하를 이용해 운송하는 화물은 주로 부피가 큰 벌크 화물(석탄, 석유, 철광석, 시멘트, 건축 자재 등)입니다. 경부운하 구간 근처에 벌크 화물 물동량 수요가 많을지 의문입니다. 석탄 탄광과 시멘트 회사는 강원도에 몰려 있고, 철광석을 수입하는 제철소는 포항, 광양, 당진, 인천 등 대부분 해안가에 있습니다.---p. 86
운하 건설로 멀쩡한 다리 87개 이상을 철거하거나 수리, 보강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 원 정도입니다. 이미 있는 사회 기반 시설을 알뜰히 잘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비용 절감, 환경 보호, 효율성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석삼조의 지혜이며, 제2의 생산입니다.---p. 96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88만원 세대’의 비애와 고통을 감싸안아줄 미래 지향적 고용 정책입니다. 경부운하 토목 건설 공사를 하게 되면 저임금 노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주로 투입되어, 청년 실업의 해결책은 되지 않습니다.---p. 125
한반도는 강을 따라 구석기(BC 70만 년 전), 신석기(BC 10만 년 전), 청동기 등 선사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경부운하 한강-낙동강 구간에 있는 매장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177개소에 달합니다. … 수십만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강변의 매장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동입니다.
---p. 135~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