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는 종종 고장 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사고는 늘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물체가 거주공간이나 우주복에 충돌하여 구멍이나 균열을 만들어 소중한 공기가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우주산책을 하는 도중에 우주복에서 공기가 새어나가면, 우주복 안의 기압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우주선이나 우주복의 기압이 떨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기압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몸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얻을 수 없고, 뇌의 활동이 점점 정지되어가면서 마침내 활동을 멈추고 의식을 잃게 된다. 산소결핍 상태가 지속되면 죽게 된다. 1971년 6월 30일, 소유즈 11호에 탑승한 세 우주비행사가 우주공간에서 24일간의 임무를 막 마쳤을 때 사고가 발생했다. 지구로 돌아오던 중에 우주선에 심한 진동이 일어나면서 조그마한 공기밸브가 열리고 말았다. 우주비행사들이 그것을 도로 닫기 전에 지름이 겨우 0.16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그 구멍을 통해 공기가 거의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세 우주비행사는 질식사하고 말았다. ---p.26
벼락에 맞아 숨지는 사람은 미국에서만 매년 67명 정도 발생한다. 우주관광 예정지 가운데 대기에서 번개가 목격된 곳은 한 군데도 없지만, 일부 행성지질학자는 화성에서는 번개가 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대기가 있는 곳이면 우주공간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공기분자와 충돌하면서 공기 중의 전하를 분리하기 때문에, 번개가 발생하는 데 필요한 조건인 정전기가 생겨난다. ---p.중략) 설사 화성의 조건이 자연적인 벼락이 치기 어렵다 하더라도, 사람의 간섭 때문에 벼락이 발생할 수 있다. 화성여행에서 로켓을 타고 표면 위로 날아다니는 활동이 시작되면, 대기 중을 날아다니는 우주선의 움직임 때문에 번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수십억 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을지도 모르는 번개가 인간 활동 때문에 생겨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p.34~35
우주는 21세기의 사기꾼들에게는 가장 광대한 변경이었다. 그들은 가끔 압력조절기가 쉽게 고장 나는 산소탱크 같은 기준 이하의 제품을 팔곤 했다. 이런 물건은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런가 하면 해는 없지만 아무 효과가 없는 물건, 예컨대 우주복을 관통하는 감마선을 막아준다는 우주복 특수 보호막 같은 것도 많이 팔렸다. ‘개선된 신제품’(나는 개선된 신제품이 어떤 것인지 늘 궁금했다) 열 차단장치, 화성을 산책할 때 안전을 보호해주는 휴대용 피뢰침, 멋진 새 우주복에 먼지가 묻지 않게 해주는 스프레이 등등……, 그 명단은 끝이 없다. 해마다 우주관광에 나서는 사람들 가운데 수만 명이 사기를 당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피해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 사업가인 바넘이 “사기꾼은 1분마다 한 명씩 태어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기술은 변할지 모르지만, 사람은 어떤가? 아마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p.43~44, ‘맥의 항행일지’ 중에서)
여러분이 12개월간의 일정으로 화성여행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1일 1인당 8갤런을 쓰는 것으로 계산하여 48명의 승무원과 승객에게 필요한 모든 물을 싣고 가려면, 14만 갤런이 넘는 물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것은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담긴 물의 약 1/5에 해당하며, 발사할 때 물의 무게만 530톤에 이를 것이다. 이 정도의 물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데만도 우주왕복선이 최소한 21차례는 왔다 갔다 해야 할 것이다. 승객과 그 밖의 필요한 것을 포함해 이만한 양의 물을 싣고서 화성으로 갈 수 있을 만큼 크고 강력한 행성 간 우주선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우주에서는 물을 아껴 쓰고 재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을 최대한으로 줄인 섭생에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쓰는 물 중 일부는 땀이나 눈물, 소변에서 재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지상에서 누리던 것과 같은 장시간의 따뜻한 샤워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물을 아껴 쓰기 위해 여러분이 현재 샤워할 때 12갤런 정도의 물을 쓰는 데 비해 1갤런 정도의 물로 스펀지나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식수도 철저하게 배급제로 제공될 것이다. 최선의 절수대책을 세운다 해도,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물은 계속 소모될 것이고, 중간보급기지는 아주 드물 것이다. ---p.87
우주에서는 질량을 가진 고속입자로 이루어진 복사가 여러분의 몸을 끊임없이 폭격할 것이다. 이 복사는 살아 있는 조직을 뚫고 들어가 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이것을 은하 우주선宇宙線이라 부르는데, 사실 ‘선’이란 명칭은 전자기 복사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확하다. 은하 우주선은 1912년에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빅토르 헤스가 처음 발견하여 ‘초감마선’이라 이름 붙였는데, 그 정체가 입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1926년에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밀리컨이 ‘우주선cosmic ray’이라 명명했다. 지금은 이 우주선이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밝혀져 은하 우주선이라 부른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경우에도 ‘선’이라는 잘못된 이름이 정식명칭으로 굳어져 물리학도와 일반인들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p.112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오류로 우주임무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위협을 받은 사례는 많다. 매리너 1호, 마스 클라이미트 오비터 호(화성기후궤도선), 마스 폴러 랜더 호(화성극지착륙선), 루나 1호, 국제우주정거장, 포보스 1호, 마스 패스파인더 호 등이 그랬다. 금성탐사를 목표로 발사된 매리너 1호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프로그래밍 오류 때문에 발사순간부터 정상항로를 이탈해 발사 후 5분을 못 넘기고 파괴되었다. 믿을 수 없게도, 이 사고는 단 하나의 오타 때문에 일어났는데,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에 쉼표가 찍힌 것이 그 원인이었다. 우주탐사에 나선 나라들이 시도한 우주탐사 임무 가운데 최소한 35건은 소프트웨어의 결함 때문에 실패했다. ---p.202
우주에 나간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소중력상태에서 처음 며칠을 보내는 동안 우주적응증후군 또는 우주멀미라고 부르는 것을 겪게 된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력 변화, 체액 재분배, 소화계 변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증상으로는 감기증세, 졸음, 방향감 상실, 발한, 두통, 식욕부진, 짜증, 의욕 상실, 위 결절, 갑작스런 구토 같은 것들이 있다.
지구에서 멀미가 잘 나지 않는 사람도 우주여행에 나서면 우주적응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 불쾌한 이 증후군이 불러오는 가장 위험한 결과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과 구토다. 잘못된 결정은 우주선이나 탑승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구토는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 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밀폐된 우주복 안에서 구토물은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구역질을 더 유발할 수 있고, 결국에는 자신이 토해낸 것을 코로 들이쉬게 될 것이다. 폐에 들어간 이물질을 빨리 제거하지 못하면 질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우주비행사가 우주공간으로 나가고 나서 사흘이 지나기 전까지는 우주복을 입는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우주적응증후군은 우주비행사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병인데, 우주에서 복용하는 의약품의 절반 이상이 우주적응증후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약과 예방약은 항히스타민제인데, 이것을 복용하면 졸음이 온다. 그렇지만 우주에서 일할 때에는 마음 놓고 푹 쉴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각성제를 함께 복용할 때가 많다. ---p.217~218
의학계는 우주에서 겪은 뼈 손실이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나이가 들었을 때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골다공증에 걸리면 뼈가 퍼석퍼석해지고, 그 밖의 신체부위에서는 필요한 칼슘화합물이 빠져나가게 된다. 미묘하면서도 위험한 이 상태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우주여행은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을 크게 높일 것이다. ---p.중략) 우주의 미소중력에서는 척추가 더 이상 중력에 짓눌리는 힘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근육과 인대와 힘줄의 지지계가 느슨해지게 된다. 그래서 우주여행에 나선 지 며칠 만에 여러분의 등은 3~5센티미터가 늘어난다. 위성이나 화성에 착륙하면, 여러분의 척추는 다시 척추뼈들 사이가 압축되면서 요통을 느끼게 된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요통이다. ---p.226~227
우주에서 보고되는 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수면장애인데, 우주비행사들은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대체로 매일 필요한 양보다 두 시간 적게 잠을 잤다. 우주에서 숙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날 우주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복용하는 전체 약 가운데 약 45퍼센트는 수면제와 잠이 잘 오게 해주는 그 밖의 약이 차지하고 있다. ---p.중략) 자신의 수면장애 때문에 애를 먹는 것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깨어서 활동하는 것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는 상황에 마주칠 수도 있다. 밤중에 악몽을 꾸거나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이나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숙면을 방해할 것이다. 또 지구에서 코를 고는 사람은 우주에서도 코를 골 확률이 높다. ---p.253~254
엄격한 시험과정을 통과하고, 고도의 훈련과 규율과 동기부여와 교육을 거친 우주비행사도 우주에 나가 문제가 발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존 블라하는 1996년에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우울증에 걸렸고, 1976년에 소유즈 21호에 탑승한 두 우주비행사 보리스 볼리노프와 비탈리 졸로보프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 임무를 중단해야 했다. 또 1985년에 소유즈 T-14호를 타고 임무에 나선 블라디미르 바시우틴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상이 생겨 조기 귀환해야 했고, 1973년에는 스카이랩 4호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제럴드 카와 윌리엄 포그와 에드워드 깁슨은 지상요원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져 24시간 동안 지상요원과 협력하거나 심지어 연락하기조차 거부했다. 우주기구는 우주비행사를 선발하고 훈련하고, 그리고 우주에 나갔을 때 그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p.262~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