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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 양장 ] 조르조 바사니 선집 -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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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26g | 120*188*30mm
ISBN13 9788954641128
ISBN10 89546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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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보았다. 축복이 내려지는 시간 내내, 그의 밑에 있는 알베르토와 미콜 역시 그들의 텐트 틈 사이로 바깥을 쉴새없이 탐색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웃었고 윙크를 했다. 둘 다, 특히 미콜이,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p.51

눈을 감으면 미콜 핀치콘티니가 아직도 거기, 그녀 집 정원 담 위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보며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미콜 머리 위쪽의 새파란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여름 하늘이었다. 그 하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할 것 같지 않았고,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만큼은 실로 그 무엇에도 변함이 없었다.--- p.63

무솔리니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준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이상인 그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여섯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체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당을 해산시키는 것으로 그들의 기여에 보답했다. 조반니 졸리티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피에몬테 시골로 몸을 숨겼다. 베네데토 크로체는 다시 좋아하는 철학과 문학 연구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죄가 덜한 사람, 아니 완전히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한층 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멘돌라와 고베티는 죽을 만큼 맞았다. 필리포 투라티는 가여운 안나 부인을 불과 몇 년 전 땅에 묻은 밀라노에서 멀리 떠나 유배 생활중에 사망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우리의 그 유명한 감옥에 갇혔다--- p.작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이탈리아 도시노동자와 농민들은 그들의 타고난 지도자와 함께 사회적인 자유를 얻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희망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미 거의 이십여 년 전부터 식물인간이 되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p.51

“대신 저기 저 보트를 좀 봐. 얼마나 정직하고 위엄 있는지, 얼마나 정신적인 용기가 있는지…… 보트는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그 뒤에 이어질 결과들을 받아들일 줄 알아. 사물들도 죽어, 친구. 그러니까 사물들도 죽어야 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죽게 놔두는 게 더 나아. 무엇보다 그게 훨씬 멋있으니까, 안 그래?” --- p.146

아니, 제발. 페라라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떠올릴 수도 있을 법한 그런 감옥이 절대 아니었다. 물론 공업단지에서 보면 둥근 원같이 오래된 담 안에 갇혀 있어, 특히 날이 안 좋을 때면 고립되고 고독한 도시라는 인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와 가까이에서 선입견 없이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다른 모든 도시와 마찬가지로 페라라는 정직과 지성과 선량함, 그리고 용기까지도 자신의 가슴 안에 품고 있던 도시다. 다만 눈멀고 귀먹은 사람들, 아니면 메마른 사람들만이 이를 무시해버리거나 인정하지 않을 뿐.--- p.202

가장 증오할 만한 반유대주의는 이런 것이다. 유대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고 불평하다가, 또 반대로 그들이 주변 환경에 거의 완벽하게 동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유대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라고, 그러니까 평균적인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p.208

마지막으로 어두운 수면 같은 앞쪽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았다. 나 역시 벌써 머리가 약간 셌고, 나 역시 동일한 톱니바퀴 속에 들어가 있었지만, 마지못해 거기에 끼어 있으면서도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속으로 말했다. 나는 아직 분명히 살아 있어! 그러나 그때, 아직 살아 있었다면, 뭐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그곳에 계속 앉아 있었던 걸까? 그 절망적이고 기괴한 유령들의 모임을 왜 당장 박차고 나가지 않은 걸까?--- p.230

“다 지나갈 거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다 지나갈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론 지금 이 순간 네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구나. 그래도 약간 부러운 마음도 있단다, 아니? 살아가는 동안 이 세상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적어도 한 번은 죽어야만 하겠지. 그러니까 법칙이 이렇다면야, 젊어서 죽어보는 게 더 좋다는 거다. 일어나서 부활할 시간이 아직 눈앞에 많이 남아 있을 때 말이다……”--- p.351

나는 마그나도무스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풀이 무성한 비탈길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핀치콘티니 저택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남쪽으로 난 미콜의 방 창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날 밤 그 창문에서도 작은 불빛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던 것만은 확신한다. 마침내 ‘신성한’ 담장, 미콜이 보들레르 시구를 빌려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낙원”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곳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점에 이르자, 돌연 어떤 생각에 사로잡혔다. 담을 타고 올라가 정원에 몰래 들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 까마득한 옛날, 유월의 그날 오후, 난 감히 그렇게 해볼 엄두도 못 냈었다. 겁이 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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