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는 곳에는 언제나 종교가 있었으며, 신을 공경하는 경신례敬神禮의 중심은 제사였다. 이 제사는 인간 본성의 자연적인 발로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령하신 것이다(출애 3,12). 그러므로 우리가 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분께 제사를 드리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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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구약의 모든 제사를 통하여 당신의 백성들을 준비시키신 다음, 마침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하느님께 완전한 제사를 드리도록 하셨다. 그리스도는 대사제로서 당신 자신을 우리의 죄악에 대한 희생물로 제헌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제헌하시기 전에 사도들과 최후 만찬을 하시면서,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라는 말씀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와 같이 갈바리아 십자가상에서 당신 자신을 희생하는 유혈제를 드림으로써 온 인류를 구원하셨으며, 신약의 이 제사를 최후 만찬으로써 신비적으로 이루어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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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성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이다. 말씀 전례는 생명의 진리인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부분으로서 초대 교회에서 예비 신자는 이 부분에만 참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예비 미사’라고도 했다. 성찬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상의 유혈제를 재현하면서 감사의 제사를 올리는 부분이다. 초대 교회에서는 영세한 신자들만이 참례했으므로 ‘신자들의 미사’라고도 했다. 미사 경문은 축일의 성격에 따라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변하는 부분은 입당송, 본기도, 독서, 화답송, 복음, 예물 기도, 감사송,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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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집회소에서의 성경 봉독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다음 주님을 찬미하기 위해 시편을 노래했듯이, 미사 중에도 독서 다음에 시편을 읽음으로써 주님을 찬미하는 것이다. 전에는 층계송이라 했는데, 층계송이란 말은 8세기부터 층계에서 읽었기 때문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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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송
그날 축일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감사송을 바친다. 성 레오 교황 때에는 267개가 있었는데, 그 후 성 젤라시오 2세 교황(1119년) 때에는 186개로 줄었고, 이후 계속 줄어서 성 비오 5세 교황(1572년) 때에는 11개의 감사송으로 줄었다. 그러나 현재는 140여 개의 감사송을 사용하고 있다. 본래는 감사송으로 미사성제가 시작되었다. 예수님께서도 최후 만찬 때에 빵과 포도주를 들고 성부께 감사를 드리신 후 성찬을 나누셨다. 그러므로 감사송은 감사를 드리는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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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 제정과 축성문
사제가 밀떡을 들고 축성하기 전에 눈을 하늘로 향하는 것은 감사와 봉헌의 표시이며,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을 하실 때,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행하실 때, 죽은 라자로를 부활시키실 때에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때 사제가 밀떡을 들고 “이는…… 내 몸이다” 하면 그 순간에 밀떡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되고, 포도주를 들고 “이는…… 내 피의 잔이니……” 하는 순간에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로 변화된다. 그러므로 이 엄숙하고 거룩한 순간에 우리 신자들은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흠숭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 표현 못할 이 순간에 사제의 말씀을 따라 제대 위에 새로 나시는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내 마음에 오시기를 간절히 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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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송
4세기에는 교송과 시편을 노래했으며, 12세기에 와서는 시편은 하지 않고 오늘날처럼 기도만 하게 되었다. 신자들의 영성체가 끝나면, 사제는 남은 성체를 감실에다 모시고 성반과 성합과 손에 묻은 성체 가루를 물을 부어 깨끗이 영하는데, 이것은 성체에 대한 주의와 존경을 작은 부분에까지도 다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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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