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보는 불가분의 관계, 정보를 알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
― 우 정(禹 晶) ∥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사회학 박사)
모든 지식 생산물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가치와 트랜드, 사회 역사 발전 과정에서 창조되는 산물이다. 대부분의 책이 그러하듯이 저자의 생활 속에서 "정보"라는 개념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생활의식 속에서 책상 속에서 머물던 자료들을 모아 평가하고 분석하면서 하나의 지식 체계를 갖추고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정보경영론》이라는 주제는 난데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고, 이 시대가 지식정보사회라는 문명사적 변화, 정보가 바로 부의 이동의 핵심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을 기술하는데 영향을 준 사회 발전 모습은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전환기였고, 특히 정보화시대요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미국의 헤게모니적 일극주의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기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9.11 테러 사태 그리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있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 전쟁이 계속되는 시기였다.
세계 각국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안보환경 속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 기업의 정보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기로 정리할 수 있다.
미래 학자들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winner takes all) 세상이 될 것으로 예견한다. 이 시대 삶의 양식은 영토화, 코드화, 탈주, 노마드(유목)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지식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부의 원천이 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화두는 지식정보사회이다. 정보를 이용하는 고객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책 결정자들이나 기업의 경영진들이다. 이들은 정확한 양질의 정보에 의존해 국가를 경영하거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는 전쟁을 막을 수 있고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경우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부를 축적해갈 수 있다. 정보 세기(Intelligence Age)에 있어서 인간 활동의 전 부문에 걸쳐 일어나는 정보에 관한 이해는 현시대의 생활 철학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 정보기관들이나 대기업의 정보팀들은 한 개 뉴스나 추적하고 참고사항이 될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은 결코 아니다. 정보기관의 임무는 현실 문제에 대한 사태관찰이나 카탈로그를 만들며 코멘트 하는 조직도 아니다.
정보조직은 국익과 직결된 정보를 생산하며, 이를 토대로 사전에 경보하고 보호하는 안보의 파수꾼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기업들은 "경쟁 정보"를 통해 기업적 욕망을 채워갈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국가에 있어서 정보 공동체들은 과거의 정치, 군사 정보수집 활동에서, 이제는 첨단기술을 비롯해 금융 등 경제정보수집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심지어 안보개념이 마약밀매, 불법 밀입국, 수출통제 위반을 비롯해 생화학무기, SARS, AIDS, 구제역(口蹄疫), 광우병 등 치명적 질병에 대한 예방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간 지적재산권, 가상공간을 통한 정보전이 더욱 가열되는 가운데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의 자국 내 산업정보 수집활동을 차단하고, 나아가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책은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갖는 의문, 다시 말해 지식 정보화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관심사와 생존을 위한 정보의 이론과 방법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특히 국가정보와 기업의 "경쟁 정보"를 이해하는 일종의 입문(prolegomena)서라고 할 수 있다. 《정보경영론》은 낮 설은 서구의 이론들이 대부분이지만 또 우리의 상황이 이들 이론과 다르다고 해서 멀리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실존이다.
한편, 이 책의 내용들과 개념 구성은 크게 두 가지 입장에서 접근하였다. 우선 정보의 선진국인 미국 CIA와 영국의 MI 5 등의 조직들이 발전시켜 온 정보이론들에 기초하고 있다. 선진 국가들의 논리들이 이상적인 유형으로 보는 것은 아닐지라도 사실 우리는 이들 나라가 발전시킨 제도와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제도의 학습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특별한 비전(秘傳)들이나 사술(邪術)을 창조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나 그동안 축적돼 온 정보 이론과 정책, 조직의 운영을 토대로 하고 여기다 필자의 경험을 살려 재구성하였다.
또 하나는 기업에 있어서 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쟁정보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기업 하는 사람은 경영을 모르고, 반대로 경영을 하는 사람은 정보를 잘 모른다는 말이 있다. 정보와 경영은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기업과 정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알고 이를 사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으며,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는 국가정보학적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구조에서부터 정보팀들의 실제, 정보활동과 사용자를 위한 지식의 생산, 다양한 정보의 종류와 접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이 어떻게 정보를 다룰 것인가를 경쟁정보 차원에서 제시했다. 결국 정보는 국가와 기업에 있어서 의(義)와 이(利)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필요 지식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 졸서 역시 책 장례식이 치러지는 세상에서 "이거다" 하고 내세울만한 결정적 이론서는 아니다. 또한 이 책에서 아시아적이며 한반도 중심의 독특한 가치관이나 안보환경, 권력 구조에 녹아있는 "정보의 바다"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다만 선행 국가정보이론과 경쟁정보의 준거들을 기초로 해서 21세기에 살아남는 우리의 정보문화를 창출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정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논리가 앞으로 계속 발전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의 문제는 우리사회에 맞는 정보경영에 대한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분명히 우리의 정보경영론에도 "우리의 혼"과 우리의 기본원칙이 발견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적 정보경영에 관한 이론화가 이뤄지려면 한국 사회 및 정치 경제 영역들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축적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념화가 전제돼야 한다.
끝으로 정보교리는 패션처럼 자주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사회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요소들에 의해 정보 문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인류역사가 계속되는 한 개인과 기업 정보, 국가 정보들은 누군가에 의해 분석되고 시험되고 사용(소비)될 것이다. 또 누군가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어떤 일에 반응하는가를 성찰하는 것은 현대의 생존 양식이다. 이런 까닭에 본 저서는 정부 기관, 기업, 대학. 취업문 등에서 새로운 정보의 수집과 분석 사용에 이르는 학문적 특성을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8. 3. 5.
분당(盆唐) 연구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