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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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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있는 산의 첫 번째 줄기는 작산(鵲山)에서 시작되는 줄기이고, 이 작산의 줄기는 소요산(掃搖山)에서 시작된다. 소요산은 서해를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다. 이 산 위에는 계수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으며, 황금과 옥이 많다.
이 산에는 신기한 풀 한가지가 있는데 그 모양은 부추처럼 생겼지만 잎이 가늘 고 평평하며 부드럽고 연하고, 푸른 꽃이 핀다. 이 풀을 축여(祝餘)라 부르는데, 사람이 이 풀을 먹으면 늘 배가 부르다고 한다. 또 이 산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닥나무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가지가 검고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 나무를 미곡(迷谷)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이 가지를 몸에 차고 다니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이 산 속에는 기괴한 짐승이 있는데, 원숭이 같이 생겼으나 귀가 하얗고 어떤땐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사람처럼 우뚝 서서 걸어 다닌다. 이 짐승을 성성(猩猩) 이라고 부른다. 성성은 사람 얼굴을 한 짐승인 인면수(人面獸)로 과거의 일은 잘 기억해내는데 미래의 일들은 도무지 모른다. 이 녀석은 사람의 말을 하고 마주치는 사람의 이름을 알아 맞추는데다가 술을 엄청 좋아해서 마을 사람들이 늘 성성이가 다니는 길목에다 술이랑 술지게미와 짚신을 놓아두면, 성성이가 그 곳을 지나다가 술과 짚신을 보고 물건을 놓아둔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 마을 사람의 조상이 누군지까지 줄줄 읊어낸다고 한다. 듣자하니 사람들이 이 녀석의 고기를 먹기만 하면 아주 잘 걸어 다닐 수 있다 --- 남산경 다시 동쪽으로 500리를 가면 괴산(槐山)에 닿는다. 이 산 속에는 협곡이 종횡으 로 나 있으며, 그 속에는 황금과 주석이 많다. 괴산은 바로 직산(稷山)으로, 후직 (后稷)이 백성들에게 씨앗 심는 법을 가르친 곳이 바로 이 산 킹이었다고 하는 데, 산 위에 후직의 사당이 있다. 후직은 기(棄)라고 하며 그의 어머니 강원(姜原)이 제곡의 부인이다. 강원이 들에서 노닐다가 거인의 발자국을 보고 기뻐서 그 발자국을 밟았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이 아들이 바로 후직이다. 그는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일을 잘 해서 백성들이 그의 방법을 본받았다. 요임금이 그를 농사(農師)로 임명했다. 그의 손자 숙균(淑均) 때에 이르면 모든 사람들이 소를 사용하여 경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중차5경 다시 동쪽으로 500리를 가면 닿는 곳이 단혈산(丹穴山)이다. 이 산 위에는 황금과 아름다운 옥이 많다. 단수(丹水)가 산 속에서 흘러 나와서 동남쪽으로 흘러 발해(渤海)로 들어간다. 이 산에는 새가 한 종류 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닭처럼 생겼지만 오색 깃털이 화려하여 봉황(鳳凰)이라고 한다. 머리의 무늬는 ‘덕(悳)’자의 모습을, 날개의 무늬는 ‘의(義)’자의 모습을, 등의 무늬는 ‘예(禮)’자의 모습을, 가슴의 무늬는 ‘인(仁)’자의 모습을, 그리고 배의 무늬는 ‘신(信)’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봉황은 자유자재로 먹고 마시며, 스스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지낸다. 이 새는 길조와 인애의 상징이며, 사람 사는 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천하가 태평해 진다고 한다. 봉황은 수컷을 봉(鳳)이라 하고 암컷을 황(凰)이라 부른다. 황제(黃帝)가 천하를 다스리기 시작한 후 어진 정치를 베풀자 세상이 태평스러워 졌지만 봉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궁금해진 황제가 천로(天老)를 청해서 ‘봉황이 어떻게 생긴 새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천로는 이렇게 알려주었다. ‘봉황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머리는 기러기 머리와 비슷하지만 뒷모습은 기린 같아 보이지요. 목은 뱀의 목처럼 생겼고, 꼬리는 물고기 꼬리입니다. 몸에 꽃무늬가 있고 제비의 볼에 닭의 입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덕(悳)자가, 날개에는 의(義)자가, 등에는 예(禮)자가, 가슴에는 인(仁)자가, 배에는 신(信)자가 있고 발로 정(正)자를 밟고 있고 꼬리에 무(戊)자가 걸려있습니다. 우는 소리는 마치 금속을 두드리는 듯하며, 크게 울면 북치는 소리 같습니다. 봉황이 머리를 들고 날개 짓을 하면 오색 무늬가 휘황찬란하게 날린답니다.‘ 그래서 황제는 금빛 황포를 입고 금띠를 매고 금빛 모자를 쓰고 누각에 서서 봉황이 노래하기를 빌었다. 과연 봉황이 태양을 하늘과 태양빛을 가리면서 날아들었다. 이에 황제는 머리를 조아리고 절했다. 봉황은 황제의 동쪽 정원 오동나무에서 둥주리를 틀었다. 또 주나라 성왕(成王) 때 세상이 잘 다스려지자 봉황이 내려와 조정에서 춤을 추었는데, 성왕이 기쁜 나머지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봉황이 황궁에서 춤을 추네, 내가 무슨 큰 덕이 있어 성령을 감동시켰을꼬?‘ 진(晉)의 곽박(郭璞)은 이 시에 대해 ’봉황은 신령스런 새로 여러 새의 으뜸인데 몸에는 사람 모습이 담겨 있고, 꽃무늬에 오덕이 드러나 있으니, 조정에 날아든 일은 성령이 군주의 부름에 응한 것‘이라고 찬했다 --- 남차 3경 산 속에에 새 한 종류가 사는데 생기기는 꿩 같지만 날개와 눈이 하나뿐이어서 두 마리가 합해야 날아갈 수 있다. 이름은 만만(蠻蠻)으로, 이 새가 나타나면 물난리가 난다. 만만은 사실 비익조(比翼鳥)로, 붉고 푸른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한 쌍의 새가 함께 합체되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가 없다. 여기에서 후대의 ‘원컨대 비익조가 되기를’이란 비유가 생겨난 것이다 --- 서차 3경 다시 북쪽으로 200리를 가면 발구산(發鳩山)이다. 산 위에는 산뽕나무 숲이 무성하다. 이 산에는 새가 한 마리 사는데, 생김새가 까마귀를 닮았으나 머리에 무늬가 있고, 부리가 하얗고 발은 붉다. 이 새의 이름은 정위(精衛)라고 하는데, 이 새가 우는 소리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듯 하다. 정위는 염제(染帝)의 막내딸 여와로, 동해에 놀러 갔다가 바다에 빠져 돌아오지 못하고 정위라는 새로 변했다고 한다. 이 새는 항상 서산의 작은 가지와 자잘한 돌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우고 있다. --- 북차 3경 다시 남쪽으로 300리 떨어진 곳에는 구름을 뚫을 기세로 높이 솟은 산이 있는데, 태산(泰山)이라고 한다. 산 위에는 금이 많이 묻혀 있고, 산 밑에는 수정같이 맑은 옥이 많다. 이 산에 짐승이 한 가지 사는데, 생김새가 돼지와 비슷하나 구슬을 몸 안에 품고 있다. 이름을 동동이라고 하는데, 이 짐승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낸다. 환수(環水)가 여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 물속에는 수정이 많다. 사람들은 아내의 아버지를 태산(泰山)이라고 습관적으로 부르는데, 그 이유는 태산에 장인봉(丈人峰)이 있기 때문이다. 개원(開元) 13년에 황제가 태산에서 봉선하면서 삼공(三公) 이하는 한 등급 올리라고 명했다. 이 일을 사위 정(鄭)씨가 구품에서 오품으로 올라갔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제가 놀라서 좌우에게 물었으나 다들 묵묵부답이자 시종 황백(黃伯)이 이렇게 아뢰었다. “이는 태산의 힘입니다.” 이후로 장인(丈人)을 태산(泰山)이라고 하고 장모(丈母)는 태수(泰水)라고 하게 된 것이다 --- 동산경 중앙의 열 번째 산줄기는 수양산에서 시작된다. 이 산에는 황금과 옥이 많지만, 산꼭대기는 민둥민둥해서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수양산은 뇌수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에 관해서는 유명한 전설이 전해져온다. 주 무왕이 은 주왕을 토벌할 때 은상(殷商)의 백이(伯夷)와 숙제(叔薺) 두 사람이 토벌을 말렸다. 그들은 인(仁)과 의(義)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이다. 무왕이 두 사람을 죽이려 하자 강태공이 무황에게 그들을 죽이지 말라고 청했다. 후일 무왕은 주를 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백이와 숙제는 은상에 대한 충성을 표하기 위해 주나라의 양식을 먹지 않고, 이 수양산에 숨어 살면서 산나물만 먹고 살았다. 하루는 밭에서 여인 하나를 만났는데 그녀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인의를 따지느라 주나라의 양식을 먹지 않는다지요? 그런데 당신들이 먹는 산나물도 결국 주나라의 것이잖아요!” 그래서 둘은 산나물도 먹지 않다가 결국 산 속에서 굶어죽었다고 한다 --- 중차10경 이부(貳負)에게 수하가 있는데 이름을 위(危)라고 했다. 위와 이부가 함께 알유를 죽였다. 황제가 대노하여 그들을 소속산에 가두었는데, 오른 발에 족쇄를 채우고 두 손을 뒤로 묶어서 산 속 나무에 묶어 놓았다. 그곳은 개제국의 서북쪽에 있다. 그 후 한(漢) 선제(宣帝) 때 어떤 사람이 소속산의 돌 뚜껑 밑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묶여 있었다. 그들은 급히 두 사람을 장안으로 데려갔는데 두 사람은 이미 돌처럼 변해 있었다. 선제가 여러 신하들을 소집해서 자문을 구했으나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유향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는 황제 시대의 알유국에 살던 이부의 신하가 대역죄를 범했을 때 황제가 차마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고 소속산에 가둔 것입니다. 황제는 만약 후대에 현명한 군주가 나오면 그들을 풀어 줄것이라고 여긴 것이지요.” 선제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요언(妖言)으로 사람들을 미혹시킨다고 하면서 유향을 옥에 가두었다. 유향의 아들 유흠이 나서서 그의 부친을 구하러 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해 주었다. “만일 어린 여자의 젖을 그들에게 먹인다면 살아날 것이다.” 선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에게 어린 여자의 젖을 먹이게 했더니 정말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서 말을 하는 것이 유향이 말했던 내용과 똑 같았다. 선제는 무척 기뻐하며 유향을 중대부로 승진시키고 유흠을 종정경으로 봉했다 --- 해내서경 여자국은 무함국의 북쪽에 있다. 이 곳에는 두 여자가 함께 살고 있으며, 사면이 연못으로 둘러쳐져 있다. 어떤 사람은 두 여자가 한 집에 산다고도 한다. 여자국의 사방을 흐르는 연못을 황지(黃地)라고 하는데, 여자들이 이 연못에서 목욕을 하는데, 이 연못에서 목욕하고 나오면 임신하게 된다. 남자아이를 낳으면 3살이 되기 전에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 나라에는 여자만 살고 남자는 없다. 여자국은 구의산에서 24,000리나 떨어져 있다 --- 해외서경 여와는 고대의 신녀(信女)로 제(帝)로 칭해지는데, 사람 얼굴에 뱀의 몸을 하고 있으며 하루에 70번 모습을 바꾸며, 그의 배는 여러 신으로 변화한다. 천지개벽의 초기에는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이 때 여와가 황토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지만, 이렇게 하나씩 만들려니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그는 밧줄을 진흙 속으로 던져 넣은 다음 그것을 힘껏 잡아당겨 많은 사람을 만들었다. 그래서 부귀한 사람들은 여와가 처음에 황토를 빚어 만들어낸 사람이고,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은 밧줄을 잡아당겨 만든 사람들이다. 가장 먼저 우주가 열렸을 때, 여와 오누이 둘이 곤륜산에서 살고 있었을 뿐 그 외에는 온 천하에 아무도 없었다. 오누이 둘이 서로 상의를 해서 부부가 되기로 했지만, 부끄러워서 어찌하지를 못했다. 그러자 오빠 복희와 여동생 여와는 곤륜산 꼭대기에 올라 내기를 하기로 하고 주문을 외웠다. “하늘이 만약에 우리 오누이를 부부가 되게 하려면 산 밑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하나가 되게 하고, 부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연기가 흩어지게 하십시오.” 잠시 후 산 밑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와서는 합쳐졌다. 여와는 오빠와 결혼하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부끄러움 때문에 풀로 부채를 엮어 자기 얼굴을 가렸다 --- 대황서경 동해에 유파산(流波山)이 있는데, 이 산은 해안에서 7000리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산에는 신수가 사는데 모습이 소와 비슷하고, 묶은 청회색이며 머리에 뿔이 없고 다리는 하나뿐이다. 이 짐승이 물을 드나들면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진다. 몸에서 광채가 눈부시게 뿜어져 나오니 그 빛이 햇빛과 달빛 같다. 이 짐승은 우레처럼 소리를 내는데 이름을 기(機)라고 한다. 황제(黃帝)가 이 짐승을 잡아서 가죽으로 북을 만들고 뼈로 북채를 만들어 두드렸더니 그 소리가 500리 밖까지 들려서 전쟁 때 이것으로 사기를 북돋우면서 적군을 떨게 만들었다고 한다. 황제가 치우(蚩尤)를 토벌할 때 치우는 구리처럼 단단한 머리로 돌을 부술 수도 있고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으며 험한 산길을 달릴 수도 있었다. 황제는 기의 가죽으로 북 만들어 아홉 번 북을 두드려 치우를 제지했더니, 치우도 날거나 달릴 수 없어서 결국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 대황동경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에 조선과 천독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물가에 살며 남을 아끼고 사랑한다 --- 해내경 |
사람이 아는 것은 그 알지 못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다. - 장자
북방의 오랑캐는 옷 짓는 베를 보고 삼씨인가 의심하고 월나라 사람들은 담요를 보고 솜털이라고 놀란다. 대개 그 익히 보아온 것을 믿고 그 드물게 듣는 것은 기이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대지무성하게 아래를 덮어 가린 날개는 온 하늘을 덮고 달리는 것을 논하기는 불가하고 소 발자국의 괸 물에서 노는 것은 붉은 용이 하늘까지 나는 경지를 알 수 없으며 아주 미묘한 천상의 음악이 울리는 정원에서 어찌 광대들이 발을 디딜 것이며 배 없는 나루터를 어찌 배를 관장하는 관리가 견딜 수 있겠는가? 천하의 지극히 통달한 자가 아니면 『산해경』의 뜻을 더불어 말하기 어렵다. 오라! 모든 사물에 달관한 자들만이 그 거울로 삼을 것이리라 - 곽박 효무황제때 일찍이 기이한 새가 헌상된 적이 있었는데 그 새는 모든 먹이를 먹여도 즐겨 먹으려 하지 않았다. 동방삭이 그것을 보고 그 생의 이름과 먹이를 말하였다. 모든 것이 동박삭의 말과 같았다. 동방삭에게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산해경』에 나와 있다고 하였다. 왕이 놀라시고 그 후로 조정의 선비들이 다 『산해경』을 읽고 기이하게 여기며 또 상서로움과 변괴의 사물을 살피고 먼 나라, 이상한 사람들의 풍속을 볼 수 있었다. - 유수 |
출간취지
이제 고전은 그 원전의 텍스트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대상 일뿐 아니라 우리 삶에 필요한 소스를 얻는 ‘생성과 변이의 대지’로서 읽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출간하는 취지이다. 상상력이 경쟁력이 된다는 것은 이제 일부 기인들이나 천재들만의 일이 아니다. 자고 깨면 새로운 컨텐츠가 요구되는 것도 일부 문화계나 산업계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컨텐츠와 상상력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고전을 되돌아 봄은 그 속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 고전은 그 시대에 맞는 ‘빵’을 굽기 위한 재료이다. 누구라도 일용할 양식이 되는 빵을 구울 수 있어야 한다. 괴이한 내용의 어렵기만한 『산해경』, 학문적인 연구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산해경』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컨텐츠를 생산해 내야하는 창작자들에게 무수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한 예로 특유의 독특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세계관의 동양풍 판타지로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오노 후유미는 자신의 작품 『십이국기』는 산해경을 바탕으로 지은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덕무 박지원 같은 지식인들이 『산해경』읽고 나름대로 해석 하고 응용하는 지식의 향연을 즐겼다. 이제 이 『산해경』을 이 시대에 필요한 컨텐츠로 읽어야 할 때이다. 역자도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그 원전을 한 자 한 자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까마득한 상고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역사나 문화 속에서 발현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며 상상하게 하는 책이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고대인들의 사고체계와 표현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한다면 ‘기괴한 책’이라고만 평가한 우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산해경』에 대하여 비범한 상상력의 고대백과전서 지리 역술 의학 민속 신화 그 모든 것의 기원 『산해경』은 중국 고대에 출현한 책이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증명되지 않았으나 요순시절에 우(寓)가 홍수를 다스리고 九州를 분할할 때 산천을 시찰한 결과를 가지고 그린 산해도가 있었다고 전한다. 『산해경』은 그 산해도를 글로 풀어 설명한 책이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후 진시황은 이 책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깊숙이 감추고 열람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후 한나라 유향, 유흠 부자가 정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산해경』의 저본이 되었다. 그 후 동진의 곽박에 의해 주석이 이루어졌고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의 많은 학자들이 산해경에 의한 문헌의 고증, 지리, 민속, 역사, 의술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 졌고 다양한 주장들이 나왔다. 그 중 청나라의 필원은 곽박의 주석에 다른 학자들의 주석을 증보하여 『신교정 산해경』을 펴냈다. 특히 1980년 중국신화의 세계최고의 석학인 원가(袁珂)가 『산해경교주(山海經校注)』를 출간 한 이후 산해경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자리잡게 되었다. 『산해경』은 지리, 역사, 종교, 문학, 철학, 민족, 민속, 동물, 광물, 의약 등을 포괄하는 백과전서 성격의 문헌이다.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해서 현대적 학문 장르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한서 예문지』에서는 술수략의 형법류로 분류했고 『수서 경적지』에서는 사부 지리류로 『송사예문지』에서는 또 삼부 오행류로 청대『사고전서총목제요』 서는 이 책을 ‘소설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면서 자부 소설가류로 분류했다. 그리고 노신은 『중국소설사략』에서 ‘옛 무서’라고 했다. 원래 산해경의 교본은 32권이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전한의 유흠이 18권으로 정리한 것이다. 현존하는 『산해경』은 크게 『산경』과 『해경』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산경』은 곧 『오장산경』인데 동 서 남 북 중의 5권이고, 『해경』은 『해외경』의 동 서 남 북 4권, 『해내경』의 동 서 남 북 4권, 『대황경』의 동 서 남 북 4권 『해내경』 1권 등 13권으로 되어 있다. 『산경』은 중국 및 주변을 다섯 방향으로 나누고 447개의 산에 대해 거의 같은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먼저 산천의 형세를 언급하고 그 곳의 동 식물과 광물, 특이한 괴물이나 신령에 대하여 서술한 후 말미에는 제례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용은 지리서적인 성격이고 단조롭다. 반면 『해경』은 먼 나라의 풍속과 사물, 영웅의 행적, 신들의 계보, 괴물에 대한 묘사 등 기괴한 이야기들이 주된 내용으로 신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마천이 “감히 말 할 수 없다”고 한 기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학과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상상력의 보고 정재서 교수에 따르면 동진 굴지의 시인인 곽박은 그의 시 ‘유선시’에 산해경의 시적 변용을 시도하였고 도연명이 ‘독산해경13수’를 지은 이래 수많은 문인들이 『산해경』을 소재로 시가와 소설을 창작하였다고 한다. 또한 소설『서유기』와 『봉신연의』등 대표적 신마소설에 출현하는 온갖 괴물들이 군상이나 신통력의 극치라든가 중국의 걸리버의 여행기라 한 이여진의 『경화연』에서 전개되는 기묘한 세계여행 등은 주요 이미지와 상징구조를 대부분 『산해경』에서 차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노신이 『산해경』을 좋아하여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여러 가지 『산해경』 판본을 수집하여 소장하였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선비 중에는 광해군 때 신흠이 춘천 유배시절에 ‘독산해경’을 지었고 조선후기 박지원과 이덕무 등이 『산해경』의 내용을 좋아하여 즐기며 인용하였다. 최근에 일본에서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던 『십이국기』의 저자 오노 후유미도 자신의 작품의 근거를 『산해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책의 특징 단편적인 구절의 집합이 아니라 이야기책으로 『산해경』의 원문은 고문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 중에서도 이 방면의 특별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이 책은 고전산해경의 원문을 현대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옮긴 것이다. 이 번역본의 특징은 단순히 고문으로 되어 있는 원문을 백화문으로 옮긴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편저자는 텍스트에 직접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련되는 전설을 필요할 때마다 붙여 넣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산해경』은 단편적(斷片的)인 구절(句節)의 집합이 아니라, 어떤 맥락을 지닌 이야기책으로 변모했다. 예를 들어 남산경의 신기한 동 식물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성성이에 대한 전설을 붙여 넣는 식이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도 익숙한 ‘봉황’ ‘비익조’ 등의 유래와 전설 등을 싣고 있으며 도연명과 고염무가 소재로 삼아 시를 지었던 ‘정위’와 ‘알유’에 관한 전설 및 ‘황제와 치우의 싸움’등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총 망라하고 있다. 『해경』에서는 우(禹)가 치수를 하고 천하를 순시하면서 해내와 해외의 수많은 국들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해내동경』의 충구국에서 ‘우’가 아내를 맞게 된 이야기, 『해내북경』의 구산에서 서왕모와 만난 이야기, 우가 순회도중 여자국과 장부국의 만남을 주선하였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져있다. 그야말로 중국의 신화와 전설 그리고 고대사에 얽힌 이야기가 관련 도판자료와 함께 총 망라되어 있다. ‘조선’은 마지막 18권 『해내경』에 언급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