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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2

외딴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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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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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7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712637
ISBN10 898571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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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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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빠의 여자는 그 골목이 싫었을 것이다. 큰오빠가 민머리 위에 써야 하는 가발도, 오빠 밑에 혹처럼 딸린 나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실망시키고 세상의 남자들은 여자들을 실망시키게.

거기다 엄마는 여자의 가는 허리가 못마땅하다. 여자도 엄마의 굵은 허리가 못마땅하다. 서울에 온 엄마에게 여자가 절을 한다. 엄마는 돌아앉는다. 가늘가늘한 여자가 엄마 눈엔 살림할 여자 같지가 않다. 여자를 배웅하러 간 사이 엄마는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친다.

'여기 자주 오냐?'

'......아니.'

여자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여자는 온다고 해놓고도 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 허리를 해가지구선 우리집 살림은 어림없다!'
--- p.10
자, 망설이지 말고 날아가라, 저 숲속으로, 눈앞을 가로막는 능선을 넘어서 가라. 아득한 밤하늘 아래 별을 향해 높고 아름다이 잠들어라
--- p.261
어둠속에서 깜짝 놀란 내 눈이 반짝 떠진다. 달빛이나 별빛 같은게 잠시 내게로 쏟아지는 것 같다. 이불속으로 도로 들어가 눕는다.

'아직도 작가가 되려 하냐?'

수줍어진다. 나는 오빠에게 한번도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빠가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작가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

아아. 나 수학여행 간 사이에 오빠가 내 노트를 보았구나.

'삼 년 동안 내리 공부만 한 사람들도 들어가기가 힘든데. '

큰오빠의 목소리에 근심이 담겨있다. 이불을 들치고 얼굴을 내 놓고 열아홉의 나, 저만큼 등을 돌리고 피로하게 누워 있는 큰 오빠에게 말한다.

'걱정마, 오빠. 나 대학 안 가 .'
--- pp.143-144
'난 전화교환원이 되겠어.'
전화교환원이라니? 그건 희재언니의 꿈이지 너의 꿈이 아니었잖아. 잊었니. 집을 떠나오던 그 밤에, 생선냄새 나던 외숙모와 역에서 작별을 하고 오던 밤에, 너, 나에게 말했잖아. 숲속에 잠든 흰 새들을 찍으러 가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야.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태어나는 거야.'
그렇지 않아. 잊지않고 있으면 할 수 있어. 꿈을 잊으면 그걸로 끝이야. 언제나 꿈 가까이로 가려는 마음을 거두지 않으면 할 수 있어. 거기까지 못 가도 그 근처엔 가 있을 거라구.

해저물녘에 다시 바다로 나갔다.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종일 밀물에 잠겨 있던 바다는 썰물 때가 되자 다시 새벽과 같이 흰 바닥을 드러냈다. 밀물과 썰물은 서로 반대의 개념을 갖고 있지만 밀물의 어느 순간과 썰물의 어느 순간은 일란성 쌍둥이같이 똑같다. 그 순간이 지나면 빠져나가고 스며들어오는 확실한 반대의 개념을 갖지만 서로 반대의 개념으로 가기전 한 순간은 눈부시게 똑같은 정경을 보여준다. 그와 그녀는, 밀물과 썰물은, 희망과 절망은..... 삶과 죽음은 같은말 아닐까?
--- p.63, --- p.277
그렇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실망시키고 세상의 남자들은 여자들을 실망시키게. 거기다 엄마는 여자의 가는 허리가 못마땅하다. 여자도 엄마의 굵은 허리가 못마땅하다. 서울에 온 엄마에게 여자가 절을 한다. 엄마는 돌아앉는다. 가늘가늘한 여자가 엄마 눈엔 살림할 여자 같지가 않다. 여자를 배웅하러 간 사이 엄마는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친다.

'여기 자주 오냐?'

'... 아니.'

여자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여자는 온다고 해놓고도 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 허리를 해가지구선 우리집 살림은 어림없다!'

우리집 살림? 시골을 생각해본다. 하긴 시골 우리집 근처에 그토록 가는 허리를 가진 여잔 없다. 매끄러운 손가락과 윤기나는 머릿결과 검고 큰 눈망울을 가진 여자도. 돌아온 오빠에게 엄마는 말한다.
--- 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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