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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 | 2008년 05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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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4g | 142*200*20mm
ISBN13 9788954605731
ISBN10 895460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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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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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조선 쑥을 캤을 뿐
설날 쑥떡을 먹으면서 마음은 벌써 들판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알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내 동무들뿐. 그래서 겨우 정월 보름 지난 들판으로 봄이 지금 어디만큼 왔을까를 가늠하러 나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불탄 자리를 괜히 후벼보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 거짓말처럼 쑥이 쏘옥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니……. 그때 비어져 나온 눈물은 도대체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슬픔의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나와 내 동무들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다만 우리는 그해 봄에도 쑥을 캤을 뿐, 조선 쑥을 캤을 뿐. 조선 중에서도 전라도 촌가시내들이었던 우리는.
--- p.28

가려움이 가시지 않는 손을 비비며
토란탕을 맛있게 끓이는 첫 번째 비결은 먼저 토란을 뜨물에 담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맑은 뜨물에 끓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생깨를 갈아 넣는 것이다. 톱톱하게 거른 깻국물에 토란이 완전히 익게 끓이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음식은 자기 입맛에 맞게, 자기 식대로 요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요리법일 터. 나는 토란탕을 좀 많이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속이 출출할 때 한 그릇씩 퍼서 데워 먹는 정도까지 이용할 줄 알게 되었다. 한밤중에 간식으로 먹는 토란탕은 내 출출한 속을 채우며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향기로 내 근원적 외로움까지 위로해주는 것 같다.
--- p.117

기쁨과 슬픔을 함께 먹는 기분
그때는 품앗이든 품팔이든 주인집에서 점심과 저녁을 주었다. 그러면 놉(일꾼)의 아이들까지 가서 밥을 먹었다. 그것은 얻어먹는 게 아니라 당연히 가서 먹는 것이다. 울 엄마 따라가서 먹었던 그 숱한 추어탕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추어탕을 먹을 때면 엄마 따라 가서 먹었던 집들의 추어탕들이 떠오른다. 아들 많고 논도 많고 식구들 많고 북적북적했던 집들, 마당에는 볏가리가 그득한 집들(그 집들은 대부분 큰집들이었다). 오래된 나무대문은 우람하고 시억시억한 상머슴에 말 잘 듣는 꼴머슴이 서늘한 저녁인데도 우물물을 퍼서 푸푸거리며 등목을 하는 집.
추어탕은 내게 가을의 풍성함과 함께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결핍감을 동시에 일깨우는 음식이 되었다. 추어탕을 먹을 때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먹는 기분이 든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토지를 물려받지 못한 가난한 할아버지의 작은아들의 딸이다, 작은집 애다. 작은집들은 추어탕을 별로 안 끓여 먹는다. 더구나 딸만 있는 작은집이니. 추어탕은 아들 많은 큰집들에서 끓인다. 가을 저녁이면 세상의 큰집들은 아들들이 잡아온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느라고 부산하다.
큰어머이 기다려요, 선옥이가 가서 불 때드릴게요오!
--- p.231
행복한 만찬을 차리면서

이 글은 곡물, 채소, 어패류, 향신료, 열매, 뿌리들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내력이다. 그 곡물과 채소와 어패류와 향신료와 열매와 뿌리와 그것들이 그 속에 내장한 그 내력들이 나를 키웠다. 나는 그것들을 먹고, 그것들이 모양으로 맛으로 향기로 빛깔로 말해주는 소리를 듣고, 그것들이 보여주는 몸짓을 보며 컸다. 내가 먹고 큰 그것들을 둘러싼 환경들, 밤과 낮, 바람과 공기와 햇빛, 그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몸짓, 감정들이 실은 그것들을 이루고 있음을 나는 말하고 싶었다.
몸에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 요리하는 법, 맛 집을 소개하는 미디어들을 보면서 나는 음식에 관한 단편적이고 기능주의적인 그 태도가 결국은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이 먹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먹을거리들의 내력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거나 몸에 좋고 안 좋고를 따지는 행위가 실은 제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한 모독임을,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제 사람들은 제 입에 들어오는 음식의 내력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 채로, 몰라도 좋은 상태로 ‘맛있는 것’과 ‘몸에 좋은 것’만을 찾는다. 나는 그런 세상의 인심이 얄미웠다.
나는 어쩌면 음식 혹은 식재료 근본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본문에도 썼지만, 찔레꽃 향기도 나지 않고 뻐꾸기 소리도 나지 않는 쌀밥이나 솔(부추)김치를 먹는 일은, 지렁이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죽순을 먹는 일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종의 단순 ‘작업’일 뿐이다. 먹는 행위에서 육체적 만족감과 더불어 영혼의 교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없다면, 배부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행복한 생장’을 한 먹을거리들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먹을거리들의 생장 조건은 갈수록 불행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먹고 살아도 우린 정말로 괜찮을까? 먹을거리들의 불행한 생장 조건이 불안하다면, 맛있는 것과 몸에 좋은 것만을 찾는 습관을 버릴 일이다. 나는 그것을 말하고 싶어 여기에 이 ‘맛있는 것들’을 소개하는 글을 쓴 것이다.

2008년 5월 공선옥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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