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근무 발령이 났을 때 나는 25세의 홍보 담당자로 연봉은 2만5천 달러였다. 10년 후 미국으로 돌아올 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제품 회사의 부사장이 되어 있었고 연봉은 떠날 때의 20배가 넘었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보낸 그 10년의 세월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일에서나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전세계 유수 기업들을 위한 자문 역할을 했고, 러시아의 붉은 광장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작업을 대행했으며,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와 함께 방콕을 여행했다. 몰디브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주말을 보냈고, 연인과 손잡고 프라하와 파리의 거리를 누볐으며,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에서 쇼핑을 즐겼다. 나는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놀았으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리고 즐거웠다. 내가 미국에서만 살았다면 다 불가능했을 일들이었다.
--- 페리, 공동저자, 크래프트 식품
여러 나라를 돌며 일한 경력은 회사에서 원하는 자리를 얻고 빠른 속도로 승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해외에서 일한(혹은 살거나 여행한) 경험이 있는 경우 인생관, 주위 사물에 대한 인식, 사람들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에 있어서 한 군데서만 산 사람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조사 대상 여성의 대다수인 83퍼센트가 자기들의 해외 근무나 거주 경험이 빠른 승진에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우리 조사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여성들은 해외에서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더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응답자들은 여성이라는 점이 많은 나라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했고 그 이유는 여자들은 지켜야 하는 ‘규율’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남성 역할은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 p.30
해외근무를 추진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일단 신나고 가슴 설렌다고 느껴진다면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새로운 세계 시장에서 자신이 헤쳐 나갈 길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다. 단 해외근무에 대한 두 가지 사실은 유념해야 한다. 하나는 기회가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예측 불가능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많은 해외 경험 중 똑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즉 남의 경험을 듣고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로 나가는 것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각 장마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여섯 명 여성들의 개인적인 체험을 읽어 나가기 바란다. 그들은 여러 다른 이유로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해외근무라는 도전을 받아들인 여성들이다.
--- p.65
나는 홍콩을 택했는데 이유는 그곳에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지역 본부가 있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 중 한군데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풍부한 역사, 문화, 언어 그리고 다양성을 지닌 나라들이 모여 있는 더 넓은 지역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그 경험은 나에게 어느 한 나라에 박혀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주었으며, 홍콩 외의 주변 지역 전체가 내 이력서에 올라가게 됐다.
--- 스테이시, 공동저자, 컨설턴트
해외근무라면 으레 파격적 조건이 따르던 시절은 저물고 있으며 이제 최고위층 아니면 중동, 아프리카 같은 미개척지로 가는 사람들만이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제 해외근무가 장래 진로를 열어주는 자기발전 기회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 조건을 내걸지 않고 직원들이 해외근무를 의무적으로 몇 년 정도 하도록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유능한 직원들을 유인하기 위해 엄청난 대우를 내세울 필요도 없어졌다. 따라서 이전 어느 때보다도 급여조건을 잘 검토하고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해졌다. 계약서를 받으면 세심하게 검토하도록 하라. 계약서는 양쪽 모두에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변호사, 재무전문가 혹은 회계사에게 검토를 요청하고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듣도록 하라.
--- p.127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날은 거기서 영원히 살아도 좋을 것 같다가 또 당장 임기가 끝났으면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분은 정상이고 현지 사회에 동화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결국은 자기한테 가장 잘 맞는 생활 패턴이 정해질 것이다. 1년도 되기 전에 새로운 문화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해외생활을 즐겨라. 새로운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탐구 기회이기도 하다. 주변의 신기한 것들을 다 만끽하라. 자기가 사는 도시, 나라 안이든 그 밖으로까지 나가든 여러 곳을 다녀보도록 하라. 볼 것은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니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라. 그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일에만 매달리다 그 나라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떠나지 말라. 해외 생활을 자기의 정신세계를 확장하는 기회이자 즐기는 시간으로 생각하라.
--- p.171
사업에서는 각국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들이 더 많다. 단, 각국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잘 포착하고 처리하는 것이 기술인데 내 경우 그 기술을 숙달했다고 믿는다. 그러는 과정에 힘든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고 문화적 차이에 대한 지식도 늘고 자신감도 커졌다. 해외근무를 통해 내 진로가 정말 열렸다고 할 수 있다.
--- 애나, 전직 BP 간부
해외에 파견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보통 고위 경영진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다른 직원들보다 회사 고위 간부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라.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있도록 하라. 해외에 있는 이점을 활용해 본사의 고위간부들을 거래처와의 미팅, 경영회의 등에 초청하거나 아니면 본인과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방문해주도록 요청하라. 그리고 초청을 받아들여 방문하거든 손님 접대역할을 자임하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하라. 고위간부들은 현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있는 여러분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중간간부 위치에 있을 때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다국적기업의 고위간부와 대화를 나눌 정도의 관록은 있지만 직위상 그들을 직접 대면할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던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 p.233
해외근무를 한 사람들은 2년 뒤든 10년 뒤든 언젠가는 본국 혹은 본사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돼 있다. 직장 일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당초 계약기간이 끝났고, 본인 혹은 회사가 해외파견 계약을 끝내고 싶어 하는 수도 있다. 어떤 때는 계속 외국에서 살고 싶지만 회사에서 새로 제안하는 자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거절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동안 근무한 지역 시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기분이 들어 더 큰 일을 맡고 싶어질 수도 있다. 다른 사업부, 다른 국가 일을 해보고 싶거나 특정 상사와 일하기 위해 다른 기회를 찾고 싶을 수도 있다. 또 개인적으로도 외국생활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혹은 자녀 교육을 위해 본국으로 가는 것이 제일 나아 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돌아가기로 결정했으면 성공적 귀환을 위해 몇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