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무리들이 이 메달을 손에 넣고 싶어하거나 깊숙이 파묻어버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라노 백작, 강도들, 프랑스 원정군, 시드니 스미스 경, 베일에 싸인 이집션 라이트. 이 모든 것들은 메달이 매우 소중한 물건임을 시사했고, 따라서 나는 그것을 비싼 값에 처분하거나 그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 단단히 쥐고 있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이집트로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등 뒤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사릴라를 힐끗 돌아보고 말했다.
“저 숙녀에게 내 운수를 좀 알아보라고 해주시겠소?”
“그녀는 타로의 여왕이죠.”
그가 손가락을 딱 퉁기자 여자는 신비의 카드를 가지고 왔다.
나는 이전에 그 심벌들을 본 적이 있고, 죽음과 악마에 대한 설명은 아직도 불안감으로 남아 있다. 사릴라는 불 앞에서 조용히 카드를 섞은 뒤 몇 장을 뒤집었다. 검, 애인, 컵, 마법사.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더니, 마침내 카드를 한 장 쳐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로 이 사람이에요.”
그것은 바보 혹은 어릿광대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안 그래?
“그게 나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당신이 찾는 사람이기도 해요.”
“무슨 뜻이죠?”
“카드는 당신이 가야 할 곳에 도달하면 제가 한 말을 깨닫게 된다고 하는군요. 당신은 바보를 찾아야 할 바보이고, 지혜를 발견하여 지혜롭게 됩니다. 당신은 탐구할 곳을 가장 먼저 발견할 탐구자예요. 그 이상은 모르는 편이 좋아요.”
여자는 그 이상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예언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뭐, 안 그래? 계약서의 깨알 같은 글씨처럼 알쏭달쏭하고 모호한 것. 나는 포도주를 좀 더 마셨다.
커다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 것은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프랑스 기병이오!”
집시 보초가 소리쳤다. 나는 말에 매달린 쇠붙이들이 땡그랑거리는 소리와 말발굽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불은 램프 하나만 남겨두고 다 꺼졌고, 스테판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차 안으로 몸을 피했다. 사릴라가 내 손을 잡았다.
“저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집시인 척해야 해요.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변장할 옷이 있습니까?”
“당신 피부가 있잖아요.”
하긴 그것도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템플 감옥보다야 사릴라가 훨씬 낫지.
여자는 내 손을 잡고 사륜마차 안으로 이끈 다음 나긋나긋한 손으로 내 옷을 벗겨주었다. 그녀가 자기 옷도 벗자, 희미한 빛 속에 여자의 나체가 뿌옇게 떠올랐다. 이런 횡재가! 나는 그녀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육체 옆에 몸을 눕히고 스테판이 기병 장교와 뭐라고 지껄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차례가 왔을 때, 나와 사릴라는 자다가 깨어난 척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담요를 가슴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자, 그들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 pp.101~103
?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달려 나온 검은 로브 차림의 베두인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가 탄 검은 말이 사방으로 모래를 흩뿌렸다. 그의 뒤에는 비무장인 프랑스 기병대 중위가 핼쑥한 얼굴로 매달려 있었다. 아랍인은 보나파르트와 장교들이 있는 곳에서 고삐를 당기더니 인사를 한 다음 우리 발치에 보따리를 하나 던졌다. 땅에 떨어진 보따리가 펼쳐지면서 그 속에 담겨 있던 피투성이 손과 귀들이 쏟아졌다.
“이자들은 더 이상 해코지를 못할 것입니다요, 나리.”
터번 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베두인이 프랑스어로 말했다. 그의 눈은 나폴레옹이 인정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나파르트는 잘라 온 손과 귀들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잘했네, 친구. 그대 주인이 내게 추천을 잘해주었군.”
“저는 프랑스의 종복입니다, 나리.”
그의 시선이 나폴레옹의 옆에 선 나를 향하는 순간 내가 누군지 알아본 것처럼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나는 의아했다. 유목민 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자는 왜 프랑스어로 말할까?
그의 뒤에 타고 있던 프랑스군 중위가 말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어색한 자세로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아랍인이 장군에게 말했다.
“이 장교는 어둠 속에서 적을 너무 멀리까지 추격하다가 붙잡혀 있던 것을 제가 구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것도 일종의 전리품이자 교훈이란 것을 알았다.
“도와줘서 고맙네.”
보나파르트는 구출되어 온 중위에게 명령했다.
“소속 부대로 돌아가서 무기를 지급받도록 하게. 귀관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야.”
중위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장군에게 애원했다.
“제… 제발, 장군님! 저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출혈이 있어서….”
“저 장교는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아랍인이 다시 말했다.
“어째서? 내 눈엔 멀쩡해 보이는데.”
“베두인은 여자 포로는 두들겨 패지만 남자 포로는 강간을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말입죠.”
장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누가 중위의 등을 철썩 치자, 그는 힘없이 비칠거렸다. 동정 어린 말과 잔인한 말이 동시에 쏟아졌다.
장군은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내가 귀관을 불쌍하게 여겨주길 바라는 건가?”
젊은 중위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부끄러워해야 할 건 적에게 항복한 것이지, 강간당한 일이 아니다. 네 자리로 돌아가서 너를 모욕한 그 적들을 쳐부수란 말이야. 그것이 부끄러움을 씻는 길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들, 전 부대 장병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라. 이자를 동정할 필요는 없어! 교훈은 단 하나다. 절대로 포로가 되지 말 것!”
--- pp.152~154
“당신이 그렇게 흥분하니 나도 기분은 좋습니다만, 1.618인가 뭔가 하는 그 상상의 선 때문에 피라미드를 건축했다는 말은 그것을 북반구라고 부르거나 사람이 묻히지 않은 무덤이라고 하는 소리보다 더 황당하게 들리는군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현명했던 것 이상으로 미쳤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바로 그 부분을 당신은 잘못 알고 있소, 친구.”
지리학자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회의주의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왜냐하면 예리한 눈을 가진 게이지 씨가 앵무조개 화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도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피보나치 기하학으로 옮겨간 피보나치수열은 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이 정사각형의 한쪽 모퉁이에서 다른 쪽 모퉁이로 호(弧)를 그린 다음, 그 호들을 전부 연결해봅시다.”
그는 가볍게 쓱쓱 그렸다.
“자, 이런 그림이 되었군요! 이게 뭘로 보입니까?”
“앵무조개로군요.”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이 사내가 정말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요! 내가 이 그림을 그 다음에 이어질 정사각형인 21, 34 등으로 확대한다고 상상해봐요. 이 나선형은 점점 커지면서 앵무조개를 더욱 닮아갈 겁니다. 이런 나선형 패턴은 우리가 수없이 보는 거예요. 피보나치수열을 기하학에 적용하고, 그 기하학을 자연에 적용하면 우리는 이 숭고한 숫자들의 패턴을, 이 완벽한 나선형을 신이 사용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이 나선형을 꽃의 씨앗들이나 솔방울에서도 발견할 수 있죠. 또 꽃잎의 숫자가 피보나치 수인 것도 많습니다. 백합은 꽃잎이 셋이고, 미나리아재비는 다섯, 참제비고깔은 여덟, 콘 마리골드는 열셋, 애스터는 스물하나, 데이지는 서른네 개의 잎을 가졌죠. 모든 식물이 이 패턴을 따르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숫자를 가지는 것은 공통 중심에서 씨앗이나 꽃잎을 키워내기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또한 가장 아름답기도 하고요. 이제 우리는 이 피라미드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알았습니다!”
조마르는 자기가 한 설명이 흡족한지 머리를 끄덕였다.
“피라미드가 꽃이란 얘깁니까?”
탈마가 불쑥 물었다. 덕분에 나는 답답한 기분에서 좀 풀려났다.
“아니죠, 기자 양반.”
지리학자가 엄숙한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우리가 올라온 이것은 세계의 지도이며 신의 초상화일 뿐만 아니라, 모든 창조물의 상징인 동시에 생명력이자, 삼라만상의 이치를 수학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이 거대한 석조 건축물은 신뿐만 아니라 존재의 비밀을 드러내고 있어요. 그 치수 속에 우리 세계의 근본적인 진실을 암호화했습니다. 피보나치 숫자들은 신의 최고 지혜이자 가장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이니까요. 이 피라미드가 그것을 구현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 pp.296~299